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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Mar 29. 2021

'두 번째 스무 살' -- 5화

"My youth is yours" ,"내 젊음은 네 거야"

Blind date start & He loves me - 3일


"Good morning!"

"Buenos dias!"

'Everything will be fine.'

'Todo saldra bien'


<Love Poem>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요

숨죽여 쓴 사랑 시가 낮게 들리는듯해요


당신이 빛을 내고 있는 건

그냥 꽃향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예상과 달리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 성 가족 성당에서 만난 젊은 청년과 몬세라트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부활절 행사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에, 바르셀로나에 있는 <구엘 공원>에 가자는 것이다. 일정이 갑자기 바뀐 것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그와 함께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그는 미리 차를 준비해 두었다. 그와 나 단 둘이서 차를 타고 간 곳은 가우디가 만든 꾸며진 낙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엘공원이었다.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연의 결을 따라 공간을 다루다

그의 자상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 장소는 '구엘 공원' 대문 양 옆으로 서 있는 <이상한 나라 앨리스> 속 풍경 같은 작은 사무실 건물입니다. 이 건물 지붕 위에는 십자가가 높이 솟아있는데요."


"31살의 젊은 가우디는 평생의 후원자인 구엘을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이후 죽는 날까지 구엘은 35년간 가우디의 후원자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답니다."


"구엘은 바르셀로나의 신흥 부자였습니다. 가우디는 구엘의 후원으로 죽는 날까지 그가 하고자 하는 모든 건축디자인과 건축물을 마음껏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가우디가 없는 바르셀로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바르셀로나 시내 전체에 가우디가 건축한 건물들이 없었다면 이곳이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가우디의 건축물 덕분에 많은 여행객들이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담장 위에 세라믹 간판에 구엘 공원이라는 선명한 글자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요정의 나라에 온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구엘공원 (사진작가: 풍요로움)

"구엘공원 앞에 서는 순간 이제까지 품어왔던 건축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트랜 카디스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가우디 모자이크 기법은 이슬람 장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옮겨놓은 것인데요. 이슬람의 모자이크가 기하학적으로 계산된 바탕선 위에 일정한 모양과 크기와 색채로 이루어진 타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붙인 것이라면, 가우디의 모자이크 타일은 깨어진 타일을 파스텔 톤으로 자연스럽게 붙인 것으로 빛과 거리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가우디만의 트렌카 디스 기법으로 알려진 모자이크 방식은 원색의 작은 타일 파편을 뱀의 비늘처럼 색의 농도에 맞추어 장식하는 것인데요. 가우디는 멀쩡한 타일을 바닥에 떨어뜨려서 깨어진 조각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다시 붙이는 기법입니다."


"벤치의 타일 속에는 인간의 눈으로 읽을 수 없는 암호처럼 다양한 문양의 색조가 빛에 반사되어 은은한 추상화로 변한다고 합니다."


"이 타일 문양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천사들이 보라고 만들어놓은 것처럼 상상력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오묘한 빛의 마술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구엘공원 (사진작가: 풍요로움)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출입구로 이어진 마당은 거대한 신전으로 이끄는 계단의 시작점이자 끊임없이 하늘을 유혹하는 공간입니다."


"대칭의 곡선 계단이 서로 포옹하며 만나는 지점에서 갑자기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육중한 도리아식 기둥들이 하늘을 받치고 있습니다.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색채를 가미한 야외 계단은 해발 150-200미터의 경사지를 가로지르며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독창적이죠."


"계단 제일 아래에는 시원한 그늘과 이끼가 덥인 앙증맞은 응회암 동굴 위로 목에 카탈루냐 국기를 걸고 입에서 물을 뿜는 뱀의 얼굴이 나타나는데요. 자세히 보면 뱀의 형상 또한 바르셀로나의 성장인 카탈루냐 깃발로 장식해놓았습니다. 뱀 머리를 지나 올라가면 물을 뿜고 있는 선명한 색채의 용이 나타나는데요. 물은 신전 밑에 만들어 놓은 지하 저수조에서 흘러나옵니다. 이물은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지붕 마당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서 저장한 물입니다." 


 용의 구엘 공원 바르셀로나 (사진작가 : 풍요로움)

"100년 앞을 내다본 가우디만의 친환경적인 건축디자인은 15세기 이슬람 건축의 진수인 '알람브라 궁전'에서 이미 시도된 건축기법인데요. 가우디에 의해서 20세기 친환경디자인으로 시도되었습니다."


"가우디는 용의 형태를 연상하는 철망을 쌓아 올려 커다란 방추형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뛰어올라가 용의 모양이 날 때까지 밟았다고 합니다. 그다음, 현장에서 나온 돌을 철망 속에 집어넣고 마지막으로 조각난 타일을 씌웠습니다. 용의 꼬리 부분에는 방금 용이 지상으로 나온 듯 동굴을 만들어 상부의 신전을 성스럽게 느끼게 했어요."

구엘 공원(신전) < 사진출처 :구글>


그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스페인 여행이 기쁘고 즐거웠다. 안내를 자청한 이 젊은 친구를 따라나서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어색한 기류는 사라지고 친한 친구가 된듯했다. 마치 소울메이트를 만난 느낌이랄까...!


동시에 절호의 기회가 내 앞에 가까이 있었다. 여행 여정에 집중했던 나는 이 친구가 다른 기회를 동시에 안겨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는 나의 수호천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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