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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Apr 16. 2021

'두 번째 스무 살' - 12화

Perhaps Love

He loves me still!!

알람브라 궁전에서 그와 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옛 아랍인들의 집들이 밀집해 있는 알람브라 궁전의 건너편 알바이신 지구로 이동했다. 걷는 길이 꽤 멀고 가파른 언덕이었다. 


알바이신 언덕에서 본 붉은 성 알람브라 전경

알람브라 궁전은 스페인의 정복군주 이사벨 여왕의 노력으로 코르도바 메스키타의 전처를 밟지 않고 살아남았다. 훗날 카를로스 1세가 알람브라 궁전의 측면을 허물고 르네상스식으로 '카를로스 5세 궁전'을 지었지만 그나마 궁전의 심장만은 허물지 않았다.


1870년대에 워싱턴 어빙과 같은 낭만파 작가들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알람브라 궁전은 국가기념물로 선포되었다. 어빙은 1820년 짧은 체류기간 동안 나시리에스 궁전에서 <알람브라 이야기>를 집필했다. 이후 파괴되고 방치되었던 알람브라 궁전의 많은 부분이 복구되었고 '헤네랄리프정원'에 이어 '알바이신 언덕'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알바이신 언덕에서 보는 알람브라 궁전의 전경은 무어인들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뭐랄까,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 마침내 꽃피고 열매 맺은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단한 역사와 세월을 간직한 채 담담하게 그 세월 들을 이겨내고 이제는 '붉은 흙의 궁전'으로서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철철 넘치고 기품 있는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 '지나치게 아름다운 존재는 손을 많이 타는 법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파괴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슬람 건축미의 꽃으로 알람브라 궁전이 손꼽히는 이유는 이슬람 800년 지배기간 동안 이보다 더 아름답고 온전하게 이슬람 건축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알바이신 언덕에서 본 마을

그와 함께 걷는 울퉁불퉁한 길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이 곳에 펼쳐진 경관들을 구경하며 그가 설명하는 역사적 배경을 들으면서 보내는 이 시간들이 훨씬 좋고 의미 있었다. 각자의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가족 이야기도 할 정도로 꽤 많이 친해졌다. 펍에 들어가 가볍게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로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한숨 쉬며 힘들어하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 시간 들을 즐기고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이지만 인생살이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간간히 웃음꽃도 피우며 그렇게 서서히 가까워졌다. 친한 친구에겐 오히려 할 수없었던 말들을 할 만큼 성숙한 사람이었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었다. 나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주었다. 그렇게 그라나다의 저녁시간이 흘렀다. 적당히 기분 좋게 맥주잔을 기울이고 나서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에 같이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첫인상과 다르게 장난기도 쏙 빼고 진중하게 변해가는 그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이래서 사람은 첫인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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