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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May 11. 2021

'두 번째 스무 살' --17화

황금 전성시대3

히랄다 탑 La Giralda (사진: 풍요로움)

나빌레라 그대여! --by 시인과 아나운서


당신은 어디서 날아왔을까요


어떠한 굴곡이 있더라도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우리의 생애는

따뜻한 날갯짓이어야 함을

일깨우는 당신


지나온 시간의 발자국이

허공의 땅에 삶의 명암을 

짙게 드리울 때도

아픔까지 찬연한 빛으로 나부끼게 하는

인내의 춤사위


새봄 한아름

사랑 한아름

인생 한아름


우리 삶은

슬퍼도 가끔은 위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뻐도 가끔은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붓나붓

아련나래를 단 날갯짓으로 전하는

함초롬 한 당신의 이야기


나빌레라 그대여, 희망의 태풍을 

몰고 오라!


히랄다 탑에서 찍은 세비야 대성당과 시내 전경 (사진: 풍요로움)

히랄다 탑은 1198년 이슬람 사원의 탑인 미나레트로 세워졌지만 세 번의 증축을 거치면서 높이 97m의 현재 모습을 하고 있다. 히랄다 탑은 계단이 없고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이슬람 시대에는 미나레트를 오르기 위해 당나귀를 타고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히랄다 탑은 세비야 대성당 내부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계단이 아닌 경사로라기에 세비야 시내 전경을 눈에 담고 싶어서 '히랄다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이드 친구는 오렌지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우리만 가도록 했다. 경사로를 오르면서 당나귀의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왜 가이드 친구가 우리만 가도록 했는지도, 높아도 너무 높았다. 아파트로 치면 20층 이상 되는 듯하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안보였다. 현기증이 나고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서 위를 올려다보니 '18'이라는 숫자가 크게 보였다. '이렇게 높이 올라왔는데도 아직도 더 올라가야 하다니!' '더는 못 갈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다시 내려가기도 그렇고 고지가 코앞인데!'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서 올라갔다. 당나귀를 타고 갈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었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청탑'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오렌지 정원 (사진: 풍요로움)

젖 먹던 힘까지 내어 올라가 보니 '히랄다 탑'에서 보는 세비야 시내 전경과 오렌지 정원, 맑은 하늘이 반겨주었다. 28개의 종이 매시간 아름다운 종소리가 되어 울려 퍼지는데, 축제 기간에는 종이 360도 회전하면서 엄청난 소리를 낸다고 한다. 탑 꼭대기에 한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깃발을 들고 있는 여신상이 있는데 이 여인상은 '엘 히랄디요'라고 한다. '엘 히랄디요'는 '바람개비'를 뜻하는 말로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처럼 회전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성당 입구 앞에 히랄다탑 위에 올려진 '엘 히랄디요'와 똑같은 조각상이 있으니 세비야 대성당을 보러 왔다가 히랄다 탑까지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대성당 입구의 조각상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성경에 보면, 

히랄다 탑에서 바라본 세비야 대성당과 시내 (사진: 풍요로움)

 '엘 히랄디요'여신상이 들고 있는 종려나무 가지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종려나무 Palm trees'는 수명이 길고 열매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종려나무처럼 번성하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득 '종려나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성경 한 구절이 떠올랐다.


But the godly will flourish                  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like palm trees and grow strong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성장하리로다

like the cedars of Lebanon      

             

'백향목 cedar trees'은 내구성이 강하며 향기가 좋고 키가 20m 이상 자라는 나무이다.

"종려나무처럼 번성하고 레바논의 백향목처럼 힘차게 성장한다"라는 아주 좋은 뜻이다. 단, 조건이 있다. 의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행 중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상식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분들께는 참 감사하다. 덕분에 유쾌했고 모든 걱정과 시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기분을 누리지 못하게 기어코 깨버리는 이상한 몇 명만 빼고는, 그 이상한 몇 명은 수시로 방해하고 괴롭히는 재주가 있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내게만 들리도록 귀에 속삭이고 심지어 사진 찍는 것조차 방해했다. 참으로 비겁한 것은 힘이 세 보이는 장정들에게는 안 그러는데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어린 사람이나 여자들에게만 그런다는 거다. 사람 봐가면서 말이다. 술이라는 매개체를 빌리면 더 이상해지고 난폭해지는 그런 사람들.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들을 존중해주고 할 수 있는 한 예의 바르게 잘 넘기기는 했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이 뇌리에 계속 맴돌았다. 그 불쌍한 노인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돌아다녔다. 처음엔 나에게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여러 사람들이 그 노인들에게 당한 모양이다. 왜 해외에까지 나와서 굳이 저런 모습으로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을 좋게 누리지 못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나쁜 기운을 전염시키는지! 상식 이하의 사람들, 코로나 같은 존재들!' 여행 내내 따라다니면서 참 무례하게 굴었던 그들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고 행복했다. 


내게 고마운 손길들을 내밀었던 모든 분들께 "종려나무처럼 번성하시고 레바논의 백향목처럼 힘차게 성장해 지금처럼 향기 나는 삶을 계속 누리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기서의 성장은 꼭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나이 때마다 성장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각 시기별로 성장해야 하는 성장점을 놓치거나 무시하고 지나치면 앞에서 말한 노인들처럼 노인인데도 철없는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이 된다. 반면 나이에 비해 많은 일들을 지혜롭게 겪어내어 어른들보다도 더 성숙한 젊은 사람도 있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 겪어보면 어른이 어른이 아니고 젊다고 애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려 보여도 혹여 눈에 거슬려서 훈계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막말보다는 부드러운 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들 인격이 있는 존재들이고 남의 집 귀한 자녀들인데 함부로 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다들 성인이어서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들인데 무조건 호통치고 윽박지른다고 기가 꺾이지 않는다. 지혜는 이럴 때 필요하다. 


나와 잠시나마 좋은 인연이 되었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종려나무처럼 번성하시고 백향목처럼 내면이 강하고 향기 나는 삶을 누리세요!' 나의 기도가 나의 마음이 그분들에게 전달되길 간절히 바란다. 속이 꽉 찬 나무는 나이테도 남다르다. 세월의 변곡점을 잘 견디고 이겨낸 나무들은 신선한 공기와 쉼을, 더불어 아름다운 꽃과 열매까지 안겨주고 결국엔 고귀한 재목이 되어준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기왕이면 여러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적어도 민폐를 끼치는 인간이고 싶지는 않지만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어서 누굴 함부로 말하지는 못하겠다. 


브런치에서 알게 된 시인과 아나운서님의 아름다운 시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이 봄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 희망을 같이 나누고 싶다. 동시에 세비야의 열정과 문화유산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다. 우여곡절이 많은 사진들이기에 나에게는 참 소중한 한컷, 한컷이다. 코로나로 일상생활조차 규제받는 시점에서 재작년 큰 결심을 하고 떠난 스페인 여행은 내게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나만 알고 있는 경험들과 그 나라의 공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그 나라만의 특색이 있다.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여행의 여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스페인 여행은 내게 '두 번째 스무 살'의 감정을 끄집어내게 해 준 참 고마운 여행이었다. 아직까지 그 감정과 경험, 공기, 장면, 말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간질간질 설렘이 있는 연애를 한 느낌이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한 여행이기도 하다. 

세비야 시내를 구경시켜주는 마차 (사진: 풍요로움)

나빌레라 그대여! --by 시인과 아나운서


당신은 어디서 날아왔을까요


어떠한 굴곡이 있더라도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우리의 생애는

따뜻한 날갯짓이어야 함을

일깨우는 당신


지나온 시간의 발자국이

허공의 땅에 삶의 명암을 짙게 드리울 때도

아픔까지 찬연한 빛으로 나부끼게 하는

인내의 춤사위


새봄 한아름

사랑 한아름

인생 한아름


우리 삶은

슬퍼도 가끔은 위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뻐도 가끔은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붓나붓

아련나래를 단 날갯짓으로 전하는

함초롬 한 당신의 이야기


나빌레라 그대여, 희망의 태풍을 몰고 오라!

스페인 광장 (사진: 풍요로움)
스페인 광장 (사진: 풍요로움)
스페인 광장 (사진: 풍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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