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삶에 관하여
1. 왜 사냐건 빡세지요
오랜만에 책을 샀다.
사 놓고 안 읽는다.
책을 샀기 때문에.
오랜만에 책을 빌렸다.
삶이 편안해진 모양이다.
일이 빡세면 책 생각이 안 나기 때문에.
여유가 있으니 책 생각이 절로 나는 걸까?
나이 오십 중반에 하루같이 입에 단내가 난다.
숨을 곳은 오직 책 속이다.
왜 사냐건 빡세지요.
(+@ 빌린 책은 잘 읽습니다.)
2. 남자 사양
민방위 훈련이 있었다.
높은 분이 실전과 다름없게 준비하란다.
'대공포를 설치해야 하나?'
담당자 말고는 아무도 훈련에 관심 없다.
라디오 방송을 준비해야겠기에 담당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콧방귀도 안 뀐다.
옆에 있던 여직원이 그에게 눈치를 준다.
나를 위한 걸까, 그를 위한 걸까?
어쨌든 그 담당자가 여직원에게는 상냥하기 그지없다.
그녀가 특전사 출신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3. 새벽 글쓰기
글은 하루 중 언제 가장 잘 써 질까?
운전할 때, 식사할 때, 길을 걸을 때는 생각만 가득하다.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주위에 축제가 열려도, 시장이 옆에 있어도, 노랫소리가 웅장할 때도 책을 읽는다.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독과 다상량을 이룰 수 있다.
이제 그 생각과 책을 통한 지식을 오롯이 나를 통해 세상에 내보일 때다.
글이 쏟아져 나온다.
내 머리에서, 내 손끝에서.
주위가 컴컴한 걸 보니 새벽에서도 나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