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삶에 관하여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후배 하나가 다른 선배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직장살이가 힘들다고 한다.
뭔 일이냐고 물어보니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배 하나가 자꾸만 자기 말에 딴지를 걸고, 걸핏하면 불러서 꾸중한다고 한다.
자기는 뭘 잘못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는데 같은 부서라 얼굴을 안 부딪칠 수도 없고 미치겠다고 했다.
사건은 이랬다.
한날 건물 2층으로 가져가야 하는 짐이 있었는데 마침 그 후배의 선배가 현관 입구에 쌓인 물건을 보고는 올라가는 김에 짐 일부를 들고서 계단을 올라갔다.
후배가 짐 가지러 내려오다 그 광경을 보고는 '안 도와주셔도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 그 선배한테 불려 가 혼났다고 한다.
후배는 그 짐을 어차피 1층 사무실에 나눠줘야 하는 만큼 두 번 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던 것인데, 선배가 자기 호의를 무시한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어느 쪽도 '잘못'한 사람은 없는 듯싶었다.
다만, 상대방의 말로 오해를 할 수는 있지만, 갈등을 풀거나 원인 제공을 차단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둘 다 약간 미숙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둘은 그 후로도 비슷한 상황을 몇 번이나 더 반복했다고 하는데, 중간에서 내가 조언하기도 참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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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형과 함께 집에 있는데 외삼촌이 오셨다가 어른이 안 계시다고 하여 되돌아가실 때, 형이 인사를 했다.
"살펴가세요."라고 했는데 아뿔싸!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2미터쯤 가시던 외삼촌이 다시 돌아와서는 갑자기 형을 혼냈다.
"뭐? 살펴가라고? 이눔이!"
외삼촌은 벌써 돌아가셨으나, 그로부터 4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형과 나는 그날 '살펴가시라'는 말이 왜 잘못됐는지 모른다.
같은 말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자기 관점에만 쏠리는 편향적 사고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문제는 화자와 청자 당사자 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다.
오늘은 후배와 그의 선배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