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보는 글
어제 퇴근 무렵에 사내 공지글이 하나 떴다. 내가 부서를 옮기기 전 지금의 내 자리에 있던 사람이 명예롭게 퇴직한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정년퇴직은 아니지만-개인사를 알 수도 없고-그는 대단한 것을 이루었다고 본다. 나와 동갑내기이나 고졸과 대졸을 떠나 이른 나이에 입직한 터이다 보니 바로 다음 달부터 연금이 나온다.
흔히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라고들 한다. 그 맥락에서 봤을 때 월급에 목 맨 '우리'와 달리 그는 얼마나 멋지게 제2의 삶을 구축하였는가. 다들 부러움에 독설을 금할 뿐.
같은 날, 나이는 40대 초반이나 새까만 후배인 직원 하나가 나에게 12:00 비번을 통보해 왔다. 당직 후 비번은 자기 권리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는데 굳이 결재권이 있다는 이유로 나에게 허가를 구한 것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오후에 녹내장 검사를 위해 MRI 촬영하러 병원에 가야 해서 '일찍' 좀 나가겠다고 했다. 아직 나이도 젊은데-늙은 사람 눈에는 다 그렇게 보인다-녹내장이 찾아오면 어떡하나 싶었다.
최근에 내가 알거나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사망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두 달 사이에 무려 세 명의 부고가 전해져 왔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 허무감이란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였다.
이제 곧 정년인데 그 동료들은 무엇을 위해 한평생 '목숨 바쳐' 직장 생활을 한 걸까? 개중에는 나와 친했던 선배도 있었는데, 직장 내 상호 부조금을 수령한 그의 큰아들이 쓴 감사의 편지를 읽고 울컥하고 말았다.
그 아들은 자기 아버지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비가 한평생을 헌신했던 '직장'을 언급했다. 후의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남은 인생을 잘 사는 것이 도리이자 자기 아버지도 남은 가족이 그렇게 살기를 바랄 거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게 괜히 센티해져서 당장에 이 원수 같은 직장을 때려치워야겠다, 싶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 다리를 뻗기 전에 누울 자리가 아직 변변치 못해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질 때까지 아직은 알토란 같은 월급을 모으고 또 모아야 한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만 그전에 직장에서 '죽어 나가'서는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마저 들었다.
날이 추워지니 몸보다 정신이 더 바짝 오그라드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벌지는 않겠다. 대충 벌되 최선을 다해서 누울 자리를 마련할 작정이다. 물가도 주가도 너무 올랐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