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차례를 꼭 지내야 할까

가족소설

by 가리느까

아침에 K방송에서 '포유류'라는 프로를 봤습니다. 건기에 호수는 말라가는데 비좁은 틈에서 산만큼 덩치가 큰 하마들이 위태롭게 자리다툼하고 있었는데요.

덩치가 가장 큰 대장 하마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 자리 사수를 위해 분투하고 있었습니다.

화면이 바뀌어 한 마리의 하마가 초원을 걷는 장면이 보이길래 '용기 있는' 놈이 진흙탕물을 빠져나온 걸로 알았습니다만, 곧바로 외부에서 물을 찾아 헤매다 무리에게 다가온 놈이었던 걸 깨달았습니다.

한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창 무리들과 자리다툼하던 대장 하마는 외부 하마가 물속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뭍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입을 크게 벌려 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대장답게 물러섬 없이 '잘'-막내 아이가 '입 냄새 공격'이라고-싸웠는데요, 외부 하마는 싸움에 지자 포기한 채 초원으로 떠나가더군요.

대장 하마가 다시 물웅덩이로 뛰어들었으나 언뜻 보기에 다른 하마들은 방금 오랑캐를 격멸한 대장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이 더운데 왜 물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거야?'라는 표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개처럼 하마도 박수를 쳤으면 또 모를까.

설날 아침부터 이런 쓸데없는-대장 하마의 리더십-생각에 골몰해 있다가 처가에 전화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작년 5월 장모님이 돌아가신 터라 장인과 처남 단둘이 장에서 제수음식을 사 와 차례를 지낸 모양이었습니다.

연휴 끝날인 내일 근무가 걸려버린 탓도 있겠지만, 올해부터는 형님이 명절에 편하게 지내자고 선언하여 고향을 찾지 않았는데요.

그다지 편한지는 모르겠으나 난생처음 설에 차례를 지내지 않은 상황이 생경하기만 합니다.

"명절에 어디가 제일 붐빌까?"라는 질문에 KTX역이라는 답이 돌아왔으나 틀렸습니다. 정답은 '공항'입니다. 명절 연휴에는 다들 해외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모양인가 보네요.

그 와중에 아내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해외에서 차례 지내겠지, 머."

민족의 명절 설날입니다. 여러분은 차례 지내셨나요? 유교 문화이니 꼭 따를 필요는 없으나 떡국 정도는 끓여 먹어야 명절 기분이 나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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