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장의 삶에 관하여
이번 설날에는 처가에만 다녀왔습니다. 장인이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사 가지고서요. 용돈을 얼마 드리지 못했는데 외손주 세 명에게 각각 5만 원씩을 나눠주시네요.
식사 후 별로 할 말이 없던 차에 뉴스에서 반도체주가 이끄는 한국 증시 전망에 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밝히지 않으려다가 외손주들이 '삼성전자우' 하나로만 각 700만 원씩 벌었다고 자랑했더니 장인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자꾸만 물은 거 묻고 또 물으며 수익률을 확인하시더군요.
보수의 심장인 대구 토박이답게 장인은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이 나라 국가부도 사태를 우려하다 급기야 삼성전자가 망하면 어떡할 거냐며 걱정인지 질투인지를 계속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600조에 달하는데 쉽게 망하겠냐고 살짝 맞대응만 했습니다. 그 뒤에도 계속 구시렁대시는데 정치 얘기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딴소리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집에 돌와와서 세뱃돈 번 거 물어보니 첫째가 10만 원, 둘째와 셋째는 각 7만 원씩 받았더군요. 자, 이럴 때 최근에 기가 차게 오른 수익률을 캡처한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려야 하겠죠.
아아... 이번 설은 아이들 코 묻은 돈 벗겨 내기 너무 쉬웠습니다. 오를 대로 오른 수익률을 보고 고무된 아이들은 전액에 가까운 돈을 아빠한테 맡기네요.
미안하지만 삼전우는 때가 지났으니 대신 ETF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하자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맡기겠답니다. 역시 현명한 투자자들입니다. (ㅋㅋ)
문득 저의 닉네임이 포털에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져 구글 창에 '가리느까 파이어족'을 쳐 봤더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우와~ 놀랐습니다. '외벌이 상황에서 월급의 달콤함을 무시하지 않는다'와 '치열한 절약과 투자를 통해'라는 문구에 입이 딱 벌어졌네요.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짐 캐리가 된 기분입니다. 어떻게 AI라는 놈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지? 살짝 무서운 생각마저 드네요.
어쨌든, 치열하게 절약하고 꾸준하게 투자하여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긴 연휴가 끝났습니다(저는 아침에 출근했어요. 내일 퇴근해요). 여러분도 새해에 성(공)투(자)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