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적인 하루

쓰는 삶에 관하여

by 가리느까

최근에 한 블친이 출간한 《오십에 만드는 기적》을 읽고 너무 직장 생활에만 얽매여 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목숨 걸고' 직장 일 하지 말자는 생각에 다다랐고, 아이들 방학 핑계로 하루 연차를 냈습니다.


- 쉬는 날 뭘 하지?


언뜻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일상-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간 글 쓰고, 오후에는 10km를 달리거나 1,500m를 수영하고, 저녁에는 책 읽고 클래식 음악 듣고 나서 밤 9시에 취침-이 떠올랐는데요.


아침에 카페에서 글 쓰기 체험을 위해 딸내미와 함께 별다방-소액주주로 한 주에 커피 한 잔 사 먹을 정도의 배당금 받아요-으로 '출근'했습니다.


좋네요(한 시간 후에 딸내미는 가고, 아줌마 셋이 옆자리에 들이닥쳐 왁자지껄하지만).


노트북 가져와 차 한 잔 시켜놓고 무언가 '작업'하는 남자가 세 명 있었는데 나와 같이 연차를 냈을까, 그냥 백수일까 궁금합니다.


하루키 씨는 새벽에 일어나 글 쓰고 오후에 달리기를 한다죠.


필자도 매일 아내와 탁구를 한 게임하니 글쓰기와 운동 따라 하기는 완료인 듯싶고, 오후에 음악 감상과 독서, 일찍 잠자리에 들기만 남았네요.


딸내미가 아빠 글 쓰는 걸 옆에서 힐끗힐끗 보길래 이때다 싶어 '자연스럽게' 블로그 글쓰기를 권했습니다.


한데 별로 내켜하지 않는 딸내미 왈,


"내 글을 남이 보는 게 싫어."


그래서 조언했습니다.


일기를 쓰라는 게 아니고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써보라고, 혹시 '내'가 쓴 글로 다른 사람이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나자 문득 나 자신은 과연 그런 글을 쓰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질보다는 양이라고, '무조건 쓰기' 시작한 때가 2024년 2월 무렵이었고, 내친김에 '매일 글쓰기' 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되었는데요.


월급 환전소 출근해서 원화 채굴하랴, 매일 한 편 글쓰기 하랴 바빴고, 문득 정신이 들어 그간에 써 온 글들을 훑어보니 차곡차곡 모인 글이 넘쳐나는군요.


정리만 잘하면 책 한 권도 나오게 생겼습니다.


기록의 힘이라고 할까요.


하나 매일 글쓰기의 성과를 빨리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느긋하게 즐기면서 글 쓰는 삶을 이어갈 작정입니다.


여러분도 직장 일에만 얽매이지 마시고-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 곳이 직장이더라고요-하루 정도 시간 내어 '나' 자신에게 보상을 줘 보세요.


재충전하다 좋은 글이 튀어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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