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얘기...

봄이 오는 소리

by 차재영

세상에 의미 없는게 어디있겠냐만, 그래도 어릴적에 지나가다 신기한 무늬의 고양이를 보고 그 얘기를 집에와서 엄마에게 하면 엄마는 도대체 네가 그 얘기를 왜 나에게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번외로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적어볼까한다.


캐나다의 3월은 봄인가 했는데 겨울비눈?같은게 내려서 아주 묘한 풍경을 만들어냈고 캐나다가 심심해져갈때쯤 다시 그 풍경이 나의 애정을 되살렸다.



마치 얼음왕국을 보는듯이, 푸르게 올라오던 잔디밭과 나무의 새순들이 얼음으로 덮여버렸는데.. 내눈에는 왜이리도 예뻐보이는지..


사진에 다 담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비가오면서 얼면 이렇게 되나 싶은 풍경. 이런광경은 전에 본적이 없어서..한국에서 겨울 등산을 좀 했다면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알바가는 길에 다 얼음으로 뒤덮힌 풍경이 나에겐 참으로 크게 다가왔다.


눈으로 덮인건 봤어도 얼음으로 덮인건 정말 이상하게도 생소하였다.


위에 손바닥을 대보았는데 정말 딱딱하게 꽁꽁얼어버린 것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3년전의 내가 떠올랐다.


정말 봄이 올것 같았는데 오라는 봄은 안오고 어느 책속의 한 구절처럼 나쁜일들이 이어달리기 하듯이 다가왔고 그 시절 내 머리에 한가닥 새치가 생겼는데 나는 그 흰머리카락에 이름을 붙였고 그 이름은 '삼성역'이다.


늘 뽑아버렸는데 어쩐지 이 3월에 그냥 길러보고 싶어 '삼성역'을 냅두기로 했다.


흠뻑 얼음에 젖어버린 식물들을 보고 안쓰러움이 밀려왔지만 얘네는 이게 한두번 겪은일일까 생각하니 그냥 덤덤해졌다.


그리고 부활절 연휴가 왔고 밖에는 물흐르는 소리가 가득했다.



얼음들이 뚝뚝 떨어지고 물은 졸졸졸 흐르고, 듣고 있다보니 이게 봄이 오는 소리구나 싶어서 정말 휴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묶여있는것을 벗어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그냥 봄이 되면 그건 녹고 뚝뚝 떨어져서 날 자유롭게 할테니...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게 늘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행복을 꿈꾸는 건 정신질환이라고..그래서 내 병력에 행복을 꿈꾸는 것이 한줄 추가 되지 않을까 싶고 사실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물들은 뚝뚝뚝 떨어지는 이 봄에 시시콜콜한 얘기를 그냥, 그냥 적어본다. 아무 생각없이, 생각이 가득하여서...



덧.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서 얼렁뚱땅 아껴뒀던 위시리스트 푸틴먹기를 해 버렸는데 (값싸보이는 주황색 테이블위에서)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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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영혼이 새롭게 피어난다면 우리는 몇개의 영혼을 피워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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