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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Feb 11. 2023

2. 어떤 집을 갖고 싶은가?

집의 의미

어릴 때 의, 식, 주, 이렇게 3가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건 정말 맞는 얘기다.


어린 시절은 지금보다도 이동이 많았다. 할머니 댁에 맡겨졌다가 고모 댁에 맡겨졌다가 했었다.  좀 커서는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늘 집이 그리웠다.


이 책에서는 남편과 자녀들이 나의 집이라고 훈훈하게 결론을 맺고 있는데, 그래서 더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싶어진다.


물론 가족이 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집이 없는 민달팽이처럼 흐물거리며 여기저기 붙어 삶을 유지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술에 취해 식칼을 들고 쫓아오는 친아버지를 피해 신발도 못 신은 채 도망친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가족이 나의 집이라고 말하긴 좀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혼인이나 입양을 해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다.


난 영화를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잘 찾아보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떤 주인공들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더 친밀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해리포터.


거기서 포터는 집이 없다. 친척집에 맡겨져 구박을 받는다. 해리포터는 어떻게 보면 집을 찾는 이야기이다. 해리포터는 해그리드가 만든 어설픈 생일케이크를 받는 순간부터 집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다정하게 대해 주는 친구의 가족들까지 만나게 된다.


호그와트에 일이 생겨 집에 돌아가라고 했을 때 포터가 호그와트가 나의 집이라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나도 커서 자라온 환경을 나오고 집을 찾게 되었다. 독립한 나의 집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지나갔던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순간순간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집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지하에 살 때 자고 있다가 기분이 이상해 침대에서 일어나니 발목까지 물이 차있고 집안 살림들이 둥실둥실 떠있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충격적인 일들을 피해 독립한지도 얼마 안 될 때라 우울한 생각부터 들었다.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 근데 신기하게도 그때 이웃 언니에게 연락이 왔고 사정을 얘기하니 바로 달려와 날 도와주었던 생각이 난다.


물을 일단 푸자며 바가지로 열심히 푸는데 그 모습이 웃겨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스멀스멀 물이 다시 들어왔고 거기서 잘 순 없었다. 집주인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 언니도 친오빠네서 지내고 있지만 자신의 방에서 같이 자면 된다며 나를 데리고 갔다. 그래서 한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집이 될 수 있을까?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넓은 공간을 소유하지 않았더라도 앉아 쉴 자리 한 칸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충분한 집이 아니었던 부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집이 되는 건, 집을 만나는 건 소중한 일이지만 당연한 것은 또 아님을.


집을 찾는 건 행운이고 집이 되는 건 영광인 것 같다. 그 순간들을 찾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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