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의, 식, 주,이렇게 3가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건 정말 맞는 얘기다.
어린 시절은 지금보다도 이동이 많았다. 할머니 댁에 맡겨졌다가 고모 댁에 맡겨졌다가 했었다. 좀 커서는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늘 집이 그리웠다.
이 책에서는 남편과 자녀들이 나의 집이라고 훈훈하게 결론을 맺고 있는데, 그래서 더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싶어진다.
물론 가족이 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집이 없는 민달팽이처럼 흐물거리며 여기저기 붙어 삶을 유지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술에 취해 식칼을 들고 쫓아오는 친아버지를 피해 신발도 못 신은 채 도망친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가족이 나의 집이라고 말하긴 좀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혼인이나 입양을 해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다.
난 영화를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잘 찾아보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떤 주인공들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더 친밀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영화 해리포터.
거기서 포터는 집이 없다. 친척집에 맡겨져 구박을 받는다. 해리포터는 어떻게 보면 집을 찾는 이야기이다.해리포터는 해그리드가 만든 어설픈 생일케이크를 받는 순간부터 집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다정하게 대해 주는 친구의 가족들까지 만나게 된다.
호그와트에 일이 생겨 집에 돌아가라고 했을 때 포터가 호그와트가 나의 집이라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나도 커서 자라온 환경을 나오고 집을 찾게 되었다. 독립한 나의 집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지나갔던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순간순간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집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지하에 살 때 자고 있다가 기분이 이상해 침대에서 일어나니 발목까지 물이 차있고 집안 살림들이 둥실둥실 떠있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충격적인 일들을 피해 독립한지도 얼마 안 될 때라 우울한 생각부터 들었다.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 근데 신기하게도 그때 이웃 언니에게 연락이 왔고 사정을 얘기하니 바로 달려와 날 도와주었던 생각이 난다.
물을 일단 푸자며 바가지로 열심히 푸는데 그 모습이 웃겨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스멀스멀 물이 다시 들어왔고 거기서 잘 순 없었다. 집주인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 언니도 친오빠네서 지내고 있지만 자신의 방에서 같이 자면 된다며 나를 데리고 갔다. 그래서 한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집이 될 수 있을까?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넓은 공간을 소유하지 않았더라도 앉아 쉴 자리 한 칸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충분한 집이 아니었던 부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집이 되는 건, 집을 만나는 건 소중한 일이지만 당연한 것은 또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