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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Mar 25. 2023

8. 여전히 비를 좋아하는 가?

어린 시절 나에게 말 걸어보기..

어릴 때 좋아했지만 커서는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정말 최근 몇 년 사이에 변화인데 노래를 예전만큼 듣지 않는다. 정말 나는 노래를 좋아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화장실에 갈 때도 노래를 들었다.ㅋㅋ


근데 요새는 아예 안 듣는 날도 있어서 스스로 깜짝 놀란다. 이런 차이를 무엇이 만드는 것일까?

 

기력의 문제일까? 익숙함의 문제일까?

출처: TVN 온앤오프

기력의 문제가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ㅋㅋㅋㅋㅋㅋ이 짤이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지ㅜㅋㅋㅋ


어린 시절의 내가 나의 현재의 삶을 본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잃어가는 것도 있긴 하지만 살면 살 수록 얻어가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한 감사함이 생각보다 적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어릴 때는 새콤달콤을 먹어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종류별로 사 먹을 수 있는 자유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근데 어릴 때는 진짜 재밌는 것이 많았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것도, 친구들이랑 내일 걱정 없이 교복을 입은 채로 비를 함께 맞는 것도 재미있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다음날 덜 말라서 냄새나는 옷 어떡할 거야ㅋㅋㅋ 이런 생각들이 과거와 현재의 차이인가 싶다..)


가끔씩은 과거에 나에게 말을 걸어보면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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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잘 지내. 네가 즐거워할 만한 생활들을 하고 있지.


너만의 공간을 그렇게 갖고 싶어 했잖아. 난 지금 나만의 공간이 있어. 크진 않지만 네가 어렸을 때 텐트만큼의 공간이라도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던 것이 기억나. 지금 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내가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어. 행복한 일이지. 근데 이거 월세를 내려면 힘들어ㅋㅋ그치만 행복한 일이라는 거. 맞아. 인정해ㅋㅋ


수영도 배우고 싶어 했지. 힘들긴 했지만 이제 누워서 여유롭게 발장구를 치며 수영할 수 있어. 근데 여유롭게 수영한 적은 없네ㅋㅋ 그러려고 배웠는데..ㅋㅋ수영에 관한 너의 버킷리스트를 아는데.. 음.. 그건 못할 것 같아.ㅋㅋ좀 위험한 생각이지 않았을까? 제한하지 말라구? 꽉 막혔다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햌ㅋㅋㅋ 난 너인데 이상하게 네가 아니네...


넌 누구보다 자유를 원했었지. 지금은 그 자유 안에 내가 있어. 근데 네가 원했던 것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려. 그리고 그걸 생각만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


좋아하는 노래를 귀에 꽂고 하염없이 걷고 싶어 했던 것도 기억나.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창밖을 보고 즐거워했던 것도. 요즘 그런 것들을 잘 안 해. 난 내가 굉장히 비효율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너를 보니 엄청 효율성을 따지는 사람이  되었나 생각이 들기도 하네..ㅎㅎ


말도 안 되는 글짓기를 하고도 좋아했는데.. 난 이제 이게 말이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해.


너 기타도 배우고 싶어 했잖아.. 사서 배워봤는데 잘 안 되는 코드가 있기도 하고 짐만 되는 것 같아서 중고로 팔아버렸어ㅋㅋㅋ미안ㅋㅋㅋ


근데 알아. 네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의 반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지 기력이 없어서라고 핑계를 대기에는 너의 위시리스트가 너무나 많다. 일주일 하루쯤은 너의 아바타가 되어 살아보면 어떨까 싶어.


나에게 묻고 싶겠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뭐냐고. 많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들은 뭐냐고. 여전히 비를 좋아하냐고.


너의 질문에 답을 하는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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