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재영 May 27. 2023

17. 밤에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았는가?

모든 일엔 다 때가 있다.

밤편지의 감성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걸 아침에 읽었을 때의 느낌 역시 안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밤편지를 근래에 쓴 적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밤편지를 썼던 일은 6~7년 전쯤이 마지막인 것 같고.. 그 사실은 여러모로 내게 의외의 사실을 발견한 느낌이다. 좀 충격이기도 하고...


스스로 '감성파'라고 여기던 나에게 밤의 편지가 없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스스로를 평가할 시기가 아닌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게...


다...


체력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


밤에 깨어 있어야 뭘 쓰든 할 텐데 닭도 아니고..ㅋㅋ나는 어두워지면 자고 밝아지면 눈을 뜨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단지 일에 치여서, 피곤해서 그런 게 아닐까 했는데.. 백수가 되고서도.. 나는 밝아지면 눈을 뜨고 어두워지면 잠을 잔다.ㅋㅋㅋ 일찍 연락한 친구는 답장이 바로 오는 것을 보고 백수가 뭐 이리 부지런하냐며ㅋㅋㅋ 그러게.. 나 왜 이럴까?


밤의 잡념들은 어느 순간 내 곁을 떠났고.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들이 있어야 밤 편지를 쓸 수 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어쨌든 밤편지는 어떤 애정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꼭 애정표현이 아니더라도 어떤 서운함, 아쉬움, 혹은 분노까지도 일말의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궤변을 늘어놓자면 애정도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다.ㅋㅋㅋㅋ


그래서 아쉽게도 밤편지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려면 6~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마지막 밤편지는 더 이상 보낼 수 없는 사람에게 쓴 편지였다. 반대로 더 이상 보낼 수 없으니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수신자는 이것을 읽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망상을 가지고 썼던 편지. 그것은 그래서 어쩌면 나에게 쓰는 편지였을지도 모른다. 밤에 쓰는 편지는 원래 그렇게 뭔가 좀 이상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냥 무엇을 써서 보내는 게 좋아 시시콜콜한 얘기를 썼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시시콜콜한 얘기 중에는 '나는 지금 새벽 0시 00분에 00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어 너도 이 편지를 새벽 0시 00분에 00 노래를 들으며 읽어주길 바래'라는 얘기도 썼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밤편지를 쓸 때가 있으면 아무런 생각 없이 자는 날들도 있는 거지.. 하고 생각이 든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는 말이 이렇게 생각나고 그때들이 나의 인생의 계절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16.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과 살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