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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May 20. 2023

16.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과 살고 있는가?

나의 오래된 죄책감.

가끔씩은 인생의 상상도 못 한 기쁜 일이 오기도 하는 데 그건 내 인생의 유일한 강아지 '사랑이'를 만난 일이다.


어릴 때 집이 진짜 세 식구 살기에도 매우 좁아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꿈도 안 꿔봤다. 그것 외에도 나는 미리 단념하는 게 많은 아이였는데 또 갖고 싶어 하는 건 무진장 티가나는ㅋㅋ아이여서 엄마가 인형을 안겨주며 엄청 혼냈던 기억도 난다. (사람 불편하게 하는 아이ㅋㅋ) 아마 강아지도 그랬을 것이다. 길에 강아지들이 보이면 그 강아지가 안 보일 때까지 쳐다봤다.


어느 날 이모네 키우던 강아지가(개라고 해야겠지만 내 눈엔 다 강아지 같다ㅋㅋ) 강아지를 낳았다고 구경 오라고 해서 엄마와 갔다. 그중에 제일 큼직한 아이를 안아보았다. 너무 귀여웠다. 엄마가 키우고 싶냐고 뜬금없이 물어보길래 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그렇다고 했는데 그럼 데려가자고 해서 '사랑이'를 집에 어안이 벙벙한 채로 데려왔다.


내가 꿈을 꾸나 싶었다. '사랑이'는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화목하지 못한 가정, 좁은 집, 가난한 형편이 '사랑이'를 눈치 보게 했다. 그렇게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사랑이는 내 오래된 죄책감으로 남았다.


영화 베일리어게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개가 여러 차례 환생하며 여러 견생을 살다 기필코 첫 번째 주인을 다시 만나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베일리는 행복한 견생을 살기도 하고 불행한 견생을 살기도 하는데 불행한 부분에서 나는 자꾸만 사랑이가 생각나 많이 울었다.


출처 : 영화 베일리 어게인

애완이라는 뜻은 사랑 애(愛) 자에 희롱할 완(玩) 자라고 한다. 반려는 짝 반(伴) 자에 짝 려(侶) 자라고 한다. 처음에 사랑이를 데려왔을 때 애완동물로 생각하고 쉽게 데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있다.


생명은 인형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강아지 '사랑이'.


너의 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은 내가 이 사실을 무겁게 기억하며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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