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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Sep 10. 2023

29.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는가?

다 내려놓았으면 그게 신선이지 사람인가요.

누구나 짐이 있다. 물질적인 짐도 그렇고 추상적인 인생의 짐들도 그렇다. 독립하면서 느끼는 건데 살면 살수록 짐이 는다는 것, 또 버릴 수 있는 것도 내게 달려있다는 것은 인생과 참 비슷한 부분이 많다.


나는 완전 보부상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묵직하게 챙기고 다닌다. 핸드폰 하나만 덜렁 들고 오는 친구를 보면 자유로워 보이기도,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친구랑 해외여행을 갔다가 진짜 찐으로 예쁜 노을을 봤는데 둘 다 배터리가 없었다. 사진은 둘째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면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진 찍고 싶은걸 참고 10프로도 안 남은 핸드폰을 끈 경험이 있는데 그때부터 보조배터리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 졌다.ㅋㅋ 근데 살면서 그런 노을이 나올 일은 손에 꼽히는 희귀한 일이다. 그 일을 위해 내 어깨는 오늘도 피곤한 게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어떤 사건으로 삶의 짐을 필수적으로 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굳이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짐을 짊어지는 경우도, 그렇게 큰 짐이 아닌데 엄청 나게 크게 만들어 굳이 바리바리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짐을 내려놓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사람이 짐을 완벽하게 내려놓는 날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암튼  그래도 어느 날 하루는 짐도 내려놓고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내려놓고 가벼운 어깨로 걸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또 그러다 보면 진짜 필요 없는 짐도, 버려야 할 짐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전에 아는 분이 굉장히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겨울에 걸어가는데 코트조차 무거웠다고 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근데 코트를 벗을 순 없잖아. 분명히 그런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는 그냥 안타까워하며 듣고만 말았는데 고급지고 가벼운 캐시미어 코트였다면 괜찮았을까? 힘 있는 누군가가 코트의 목덜미를 잡아서 중력을 덜어주었다면 괜찮았을까? 아니, 그냥 애초에 그런 춥고 시린 겨울이 없었다면 괜찮았을까? 그런 생각이 난다.


그래서 대답하고 싶다.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으면 그게 신선이지 사람인가요? 그렇지만 다 내려놓지 못하더라도 가볍게 나서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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