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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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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Jun 15. 2024

1. 기일엔 무엇을 하나

무엇을 믿는가에 따라 우리의 행동은 달라진다.

오늘은 아빠의 기일이다.

산 사람은 생일을 챙기고 죽은 사람은 기일을 챙긴다고 한다.


원래 친가 쪽은 제사를 지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어렸을 때 기억이고 후에는 그냥 넘어갔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사실 아빠에 기일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례를 거의 나 혼자 치렀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빠의 가족 중 대부분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는 것도 이유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가족들이 기독교이봉안당에 있는 뼛가루에 대해서는 그다지 다들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더워지는 날짜에 돌아가신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이 더운 날 굳이 거기까지 가서?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의 집을 정리했는데 종이를 접어서 그럴싸한 작품을 꽤 만들어 놓은 것을 집에서 발견했다. 근데 그때 정신도 없고 후다닥 치워야 해서 그 많은 것들을 다 버렸는데 얼마 전 고모가 줄 것이 있다며 아빠가 접은 작품들을 정말 하나 가득 가지고 오셨다.


도대체 얼마나 접은 걸까? 이걸 버리면 누군가가 또 있다며 나에게 줄 것만 같다.

일단 구석에 쌓아두긴 했는데 보관하진 않을 생각이다. 근데 그럼 고모가 서운해하실까? 이걸 10년 동안 보관하셨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버릴 때마다 아빠에 관한 기억을 써 볼 작정이다.


그 첫날을 오늘로 정했다. 아빠가 접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오랜만에 승화원에 갔다.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믿는 편이지만 무덤이나 납골당에 그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면 또 달라지는 나의 행동에 그건 생각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안당에 들어가니 헌화를 할 수 있는 사설 납골당도 아닌데 칸마다 꽃들을 테이프로 붙여놓은 것을 보았다.

어느 칸은 납골당 사용료를 내지 않아서 안내문 같은 것이 붙어있는 것도 보았다. 그 사이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은 반들반들한 아빠의 자리를 보니 뭔가 이곳에서도 그들만의 리그? 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상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것이다.


아빠의 옆칸에서

"어이, 차 씨, 가족들이 바쁜가 봐 꽃 한 송이 안 들고 오네, 그래도 기운 내라고 위에 김 씨는 가족들이 사용료를 안내서 방 빼게 생겼던데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왠지 이러는 거 아냐? 하는 상상을 하며 아빠가 접은 꽃 한 송이를 꽂고서는

'아빠, 딸이 접어준 거라고 뻥쳐. 손으로 직접 접은 장미 가져온 사람 있냐고 허풍 좀 떨어봐'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

이런 생각은 이곳에 아빠의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행동 같지 않은가 싶어졌다.


아무튼 언젠가는 쓰려고 했던 내용이긴 하다. 아빠에 대해서가 아닌 내 상처에 대한 얘기지만 결국 아빠의 이야기일 밖에 없다. 결국 아빠에 대한 흔적은 나의 상처로 남아있으므로...


대부분이 좋은 내용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뒷담화라고 큰제목을 붙였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제목도 후보에 올랐지만 뒷담화가 더 마음에 든다ㅋㅋㅋ


약간은 정신도 놓고 마음도 놓고 써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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