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쓸까 말까 망설였던 내가 한국에 두고 온것..
내가 잡을 빨리 구한 이유...
캐나다 와서 2주만에 잡을 구했는데 일주일동안 집을 보고 이사하고 한 시간을 감안하면 매우 초 스피드로 구한 케이스인데... 사람들은 운이 좋다고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으면 진짜 버킷리스트가 될 뻔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캐나다로 온 이후로 예상한 것들은 다 빗나가고 내 행동조차 늘 예상을 빗나가는데 내가 짜온 예산조차 그러했다. 좀 부족하게 온 편인데 그래도 무리해서, 그리고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도움덕분에 이렇게 올 수 있게 됐는데 집에 이사와서 하루가 지났을까?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이거 뭐냐고 (캐나다에 오면서 모든 고지서 주소를 엄마쪽으로 돌려놓고 왔다)
고지서를 찍어보내줬는데 자세히 보니 카드 고지서!! 그것도 3달이나 지난 시점에..그 고지서가 이제야 날라온것이다. (근데 진짜 이렇게 된 이유가 좀 궁금하긴 하다..) 또 그때가 한창 준비할 때라 이것저것 땡겨썼는데 당연히 빠져나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것..
사실 돈이 좀 안되면 비행기표를 미루고 좀더 후에 가려고했는데 어찌 어찌 되길래 이상하네?하면서도 왔는데..그게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이 얘기는 벤쿠버에 있는 동생밖에 모른다. 그것도 잡구하고나서야 얘기했지 걱정할까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단 엄마에게 걱정말라고 쿨하게 답해놓고 통장에 있는 대부분의 돈을 한국으로 송금해버렸다.(어떻게 하면 은행에 수수료를 많이 낼 수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 같음 ㅋㅋ) 집세에다 디파짓까지 선불로 내버려서 사실 당장 일을 구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판 ㅋㅋ 빈박스에 '아이 원투 고홈' 쓰고 구걸하는 모습도 그려보았다 ㅋㅋ
어쩐지 부끄럽고 허무해졌는데 그냥 굶어죽을까?란생각도 했다. 맞네 버킷리스트!하면서
암튼 그래서 차분히 YMCA가서 이력서도 뽑고(무료로 프린트해주고 복사도 해줌) 무작정 하염없이 걷다가 편의점을 발견했는데...내가 대학 때 내내 했던 알바가 편의점인데 그래서 사실 좀 만만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막상 밖에서 기웃거렸는데 사장이 너무 무섭게 생긴거다 ㅋㅋㅋㅋㅋㅋㅋ 망설였지만 결국 들어가서 내가 꺼낸 첫마디는 한국에서 그렇게 연습했던 '알 유 하이어링?' 이 아닌 '아이 써 유어 애드'였고 뭐에 홀린듯이 이력서를 내고 면접까지보고...바로 다음날 연락이 와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ㅋㅋㅋ
집에 와서 하우스메이트에게 나 잡구했다고 했더니 한번에 그럴리가 없다고 사기일 수 있다고 해서..그래?..그렇구나..하면서 트레이닝 받으면서도 의심을 멈추지않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일주일 지냈는데 트레이닝비도 무사히 받고, 또 주급도 한번도 밀린적없이 두달간 잘 받아오고 잘 살아가고 있다.ㅋㅋㅋㅋ
쓸까말까 망설이고 망설였던 한국에 두고온것은 빚뿐만이 아니다. 너무 많아서 요즘도 가끔씩 그것들을 헤아려본다. 그래도 다 소중한 내 한 부분이고 인생임을 또한 고백한다.
하우스메이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인생 아무도 모르는거야" 맞는 말인듯. 새옹지마인게 그렇게 카드빚이 내 넋을 빼놓지 않았으면 그 가게 인터뷰보러가지도 않았을꺼고 트레이닝도 잘 받지못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허물을 내비치는 것 같아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으니까 게시한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을 결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하늘에 맡기는 것. 이건 또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몰라도 그게 인생아닐까 싶다. 아무튼 억세게 좋은 운빨은 기뻐하지도 못하고 잡구한 에피소드는 이렇게 얼렁뚱땅 지나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박노해 시인의 겨울 사랑이란 시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