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건축가의 협상 일기: 수주에서 신뢰까지

건축 계약이라는 무대에서

오늘은 평창 건축주와의 최종 미팅과 계약이 있는 날이다. 건축 계약을 할 때마다 느끼는 흥미로움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협상과 밀당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상대방의 심리와 본성이 드러나고, 동시에 나 역시 상대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견적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수주를 받는 과정이기도 하고, 내가 설정한 건축 단가 수준을 인정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정해진 가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협상 대상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고객은 비교적 평이한 금액을 제시할 것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이다. 이 고객은 상가 건축 경험이 있는 분이라 건축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는 힘든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평창은 지방에서도 시골 산간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건축 단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내 시간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인정받을 수는 없다. 건축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최소 3개월의 시간과 노력이 정당한 대가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협상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본 결과, 체면과 자존감이 높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얼마 전 식당에서 함께 식사할 때, 식당 내에 있던 아는 지인들의 식사비를 모두 계산하는 모습을 보며 인정 욕구가 강한 분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오늘 계약은 특별한 변수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건축의 수준이나 만족도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다. 비즈니스는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 번의 계약이 다음 고객을 소개받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고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다음 고객을 소개받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런 과정이 긴장되면서도 즐거운 이유는,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고 결국 내가 정한 세상 속에서 상대와 협상하며 사업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협상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당당하고 기세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소극적으로 상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옳을까?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자신감 있고 배짱 있는 모습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태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수용하려 한다. 나는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내게 주어지는 환경과 결정들은 모두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긍정적인 태도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려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공의 공식: 도전, 시련, 그리고 성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