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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나도, 너도 완전하지 않다

우리 회사에는 세 명의 주요 리더가 있다. 물론 실무를 책임지는 중간 리더 두 명도 존재하지만, 회사의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리더는 셋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일하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같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지만, 각자의 시선과 접근법이 다름에서 오는 차이는 때로 고민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배움이 되기도 한다.


나는 늘 회사의 일이 곧 리더의 성장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길 때, 단순히 업무 배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장 곡선을 생각하며 역할을 만들어 주려 한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역량과 태도에 따라 그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이번엔 김 이사에게 시스템 관련 업무를 맡겼다. 처음엔 불만이 많았다. “이걸 왜 나에게?”라는 눈빛과 태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변화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며, 이젠 제법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김 이사의 성장을 확신하게 되었다.


사람은 궁지에 몰릴 때,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스트레스 속에서 부정에 빠지는 사람, 그리고 성장의 길을 택하는 사람. 김 이사는 후자였다. 감정 표현이 직선적인 그는 자주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는 성향은 때때로 주변의 불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갈등의 본질은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자신은 합리화하면서, 남의 부족한 점만을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의 단점도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결국, 타인을 비판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다른 리더 한 명은 욕심이 많고 불안감이 큰 사람이다. 멀티태스킹에 능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일의 깊이보다는 넓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본인의 업무뿐 아니라 타인의 업무까지 흡수하려는 경향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보면 모든 일을 본인이 다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 어떤 일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다.


그는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업무 지시를 어려워하고, 그래서 더더욱 일이 어정쩡해진다. 나는 가끔 그가 리더보다는 실무자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리더는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야 하고, 명확한 기준과 판단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방식은 결국 본질을 잃게 만든다.


반면 마지막 리더는 특별한 흠이 없다.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우유부단하지 않고, 직원들과의 융화도 잘 이룬다.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비전을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어간다. 단점이 있다면 컴퓨팅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 정도.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보완 가능하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내가 잘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걸 못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나 역시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 나는 그 둘 사이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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