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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끄는 힘, 멋이라는 심리

검소함과 멋 사이에서

오늘은 15년 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젊은 시절, 이 모임에는 유독 멋진 사람들이 많았다. 누구는 성공한 사업가로, 누구는 인생의 여유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으로—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기 삶을 잘 살아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이들은 늘 재력과 매너, 스타일을 겸비한 사람들이었다. 좋은 차를 타고, 옷도 근사하게 입고, 기분 좋게 돈을 쓰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임의 중심이 되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면 괜히 내 삶도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예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이 모임을 바라보게 된다. 예전엔 누구보다 화려하고 잘 나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검소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표현하자면 철이 든 것일 수도 있고, 한껏 멋을 부리던 삶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에게로 돌아온 것일 수도 있다. 좋은 말로는 성숙이고, 다른 말로 하면 예전의 ‘멋진 모습’이 사라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변화는 모임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다. 조금씩, 그리고 조용히 모임이 느슨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의 삶의 궤적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겉멋이든 사람’에게 끌린다. 검소한 삶도 좋지만, 멋을 부리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묘한 기대감이 있다. 밥을 사면 한 번 더 살 것 같고, 말과 태도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잘 입고 잘 타고 잘 쓰는 모습은 어쩌면 상대를 배려하고자 하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생각한다. 지금 검소해진 이들의 모습이 허영을 버리고 정신을 차린 결과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때의 풍요로움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들의 성숙한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오히려 ‘더 이상 과시할 필요가 없는 여유’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모습이 삶의 진정한 성장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임의 다수는, 아마도 ‘예전만 못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듯 삶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인간관계에 있어 한 가지 분명한 것은—사람의 기본적인 심리는 멋진 사람에게 끌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나 자신을 더 근사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영업사원들이 깔끔한 옷차림에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지만, 첫인상은 많은 것을 결정짓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검소함이 과연 관계 속에서 좋은 인상일까? 아니면 적당한 멋을 부리는 것이 오히려 더 진심이 통하는 방식일까?


사업하는 사람들이 수입차를 타는 것이 단순한 허영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자, 비즈니스를 잘 아는 사람의 전략일 수도 있다. 결국, 멋은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힘이 되고, 그 힘은 나의 삶을 확장시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그들의 변한 모습을 보며 다시금 생각한다. 나도 내 삶을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그리고 그 멋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아마도 나는 여전히—적당히 멋을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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