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술친구가 아니다
어제는 평창의 한 건축 현장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다. 골조팀이 회식을 하던 중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팀원들이 모두 일을 그만두고 떠나버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내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돈에 대한 문제였다. 하루하루 일당을 받으며 살아가는 일용직에게 돈은 민감한 주제다. 대부분 골조팀은 평단가로 운영되기 때문에, 본인의 성과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그에 반해 팀장은 아마도 기준을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다. 같은 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갈등이 생긴다.
두 번째는 술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술은 사람 사이를 좁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관계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특히 회식 자리는 팀장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가 클수록 더 많은 회식을 마련하는 법이다. '먹을 것을 주고 마음을 얻자'는 심산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일과 연결된 술자리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얻기 위해 마련된 회식은 종종 화를 부른다. 업무 이야기를 술과 함께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만이 터져 나오고, 술기운이 그것을 부풀린다. 평소라면 넘길 수 있는 말도 감정이 섞이면서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결국 말 한마디가 싸움이 되고, 팀워크가 무너지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나도 현장 근로자들과 마음을 나눠보려 술자리를 시도한 적이 있다. 운 좋게 분위기가 좋아진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갔다. 술자리에서 생긴 오해 하나가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팀 분위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도 겪었다. 그래서 지금은 가능한 한 술자리를 피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그게 오히려 팀 전체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원과 팀장은 술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났고, 일을 통해 협력하는 사람들이다.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화되고 있는 지금, 과거처럼 상하관계가 엄격했던 시절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때는 정보가 부족했고, 경험 많은 선배에게 배우는 것이 절대적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술자리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보는 넘쳐나고,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인간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의 명확성과 정확한 보상이다. 감정을 술로 덮으려는 행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몇 잔의 술로 마음을 얻으려 애쓰는 것보다, 명확한 역할 지정과 공정한 보상이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술잔을 들기보다, 우리는 차라리 명확하게 말하고 정확히 보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