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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야 할 때와 지켜야 할 때: 갈등 속에서 배운 것들

고객과의 관계, 어디까지가 책임일까?

어제는 한 고객이 사무실에 찾아와 고함을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고, 직원들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8년 전 분양받은 고객은 주택 관리 소홀로 발생한 문제를 회사 측에 애프터서비스로 요청했다. 시공상의 문제를 삼으며 억지를 부리는 상황이었다.


이번의 문제는 사실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지붕 끝쪽의 물받이가 낙엽에 막혀 물이 역류하면서 처마 끝이 손상된 것이다. 전원주택은 나무들이 많아 낙엽으로 인한 막힘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직접 겪기 전까지는 이런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객은 시공의 문제라고 우기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번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시공자만 연결해 주고 나는 빠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강경한 입장을 서로 고수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끝을 보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고객의 입장은 시공자를 통해 전달되었고, 공사비용을 회사에서 지불하라는 요구까지 접하면서 내 판단은 더욱 굳어졌다.


이런 상황이 오면 답답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런데 어제의 사건은 내 감정을 극한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고객은 사무실에 와서 직원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직원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나는 분노가 치밀어 전화를 걸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나도 고성을 지르고 말았다. 내가 지켜주고자 했던 직원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 더욱 나를 자극했다.


결국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치닫고 말았다. 나는 이럴 때 스스로의 판단이 흐려진다고 느낀다. 오랜 시간 공들여 도와준 일들은 모두 잊히고, 고객은 자신의 기준으로만 상황을 판단한다. 직원들은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냉정하게 끊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대표로서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이런 파국으로 이어지는 경우, 내가 과연 옳은 판단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배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끊어야 할 때는 대차게 끊어야 한다는 것. 상처 없는 결과를 바라는 건 이상일지도 모른다. 어떤 관계는 끝내지 않으면 서로에게 더 큰 상처가 될 뿐이라는 것을.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고, 나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이런 경험도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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