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과 보상의 경계에서

마음과 숫자 사이, 건축가의 딜레마

오랜만에 사무실에 앉아 글을 쓴다. 그동안 평창 주택 건축을 위해 출장이 잦았고, 어느덧 2개월이라는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주택만 건축한다’는 조건으로 시작했지만, 전원주택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만 짓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 건축을 시도하는 건축주가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처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창의 건축주도 마찬가지다. 애써 스스로 해보려 하지만,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신경 쓸 일투성이다. 자연스럽게 건축주는 내게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나 역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약 외의 일까지 자연스럽게 맡게 되고, 심지어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도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견적을 제시하고 정당한 비용을 청구해 수익을 더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건축주의 재정 상태를 알기에, 나도 모르게 그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는 늘 같은 갈등이 피어난다. 나는 고객을 도와주는 일을 좋아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동시에, 나의 노동 가치가 너무 쉽게 무시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고객은 무료로 해주면 고마워하고 기뻐하지만, 나로서는 그 도움 하나하나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녹여서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감정이 아닌 숫자로 말해야 하는 일이라고 들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감정과 숫자의 경계에서 자주 멈춰 서게 된다. 오늘도 그렇다. 이미 약속된 일은 모두 마쳤음에도, 건축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그를 돕고 있다. 그 마음이 싫지 않으면서도, 어딘가에서는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도움과 보상 사이, 나는 오늘도 그 경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지켜야 할 나다움을 잊지 않으려 한다. 때론 계산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순간도 있다는 걸, 건축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새벽의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