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친절은 필요할까?

친절과 무례 사이

by 라이프 모델러

홍콩에 살면서 한 가지 익숙해진 게 있다면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의 불친절함이다. 오늘 팀원들을 데리고 종종 가는 베트남 식당으로 향했다. 좀 일찍 갔기 때문에 자리 잡는데 여유가 있어 보였고, 점심을 다 먹고 나서도 음료를 머시면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동시에 마음 한쪽에서는 조만간 종업원으로부터 알아듣지 못하는 광동어로 나가라는 소리를 곧 듣겠구나 싶으면서도 그냥 쫓겨날 때까지 얘기를 나누었다. 비어 있던 자리들이 빠르게 차는 게 보였고 내 예상과 같이 아주머니가 와서 접시를 가져가며 줄 서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가라고 했다. 뭐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계산하고 식당을 나왔다. 이로 인해 기분 나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홍콩에 처음 왔을 때는 이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기분이 상하고 내가 지불한 금액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 같아 한동안 분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다 먹지 못한 접시도 조금만 먹는 걸 쉰다고 생각되면 바로 설거지통으로 가져가버리는 게 홍콩에서는 낯설지 않다. 그래서 보통 접시를 뺏기지 않기 위해 눈치싸움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홍콩 동료나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그들도 대부분 동의하면서 하지만 종업원들이 개인감정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그런 걸로 기분 나쁠 것까지는 없다는 듯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할 때마다 나와 와이프는 한국에서는 이 정도면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리뷰를 남기던지 뉴스화시켜서 그 식당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분노를 하곤 했었다.


팁을 받지 않는 홍콩에서 종업원들이 친절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한국에서의 친절함이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이에 적응하는데 한참 시간이 걸린 게 사실이다. 오후에 은행업무로 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상담원의 말투가 너무나도 공격적이었고 내 잘못을 탓하는 말투로 들려서 당시에는 기분이 조금 상했지만 전화를 끊기 전에 약간의 빈정거림과 함께 ”당신의 친절함에 감사하다 “, “부디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란다”와 같이 맘에 없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조금 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바로 전화를 끊지 않고 이것저것 얘기를 하는데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나로서는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해서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생각해 보니 통화는 그렇게 끝났지만 그로 인해 분하다거나 열받는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홍콩에 비해 과잉하게 친절한 서비스에 받던 한국에 익숙해져 있던 내가 이제 그런 기대치를 내려놨고 서비스를 받는 데 있어서 상대방이 블친절 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통화로 만난 상담원이 처음 통화하게 된 나에 대해 개인감정이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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