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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행 Apr 21. 2021

당신이 가진 신비를 인정합니다

더행의 독서에세이

◉ 상대방의 신비를 인정하는 것      

“사랑의 핵심은 상대방의 신비를 인정하는 데에 있다. 그 인정은 나는 결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체성이나 이름으로 그 사람을 규정하거나 가두어둘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나를 떠날 것이며 상대방의 이런 자유야말로 막지 말고 보호해주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의 자유를 보호해야하는 이유는 그 덕분에 우리가 사랑을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런 미스터리와 그 신비에 대한 거듭되는 평범한 인정을 먹고 자라난다.”     

-장-미셸 우구를리앙 지음 •김진식 옮김, 《욕망의 탄생》, 문학과 지성사     


지금 막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든 40년을 해로한 노부부이든, 

사랑을 지키는 비결은 상대방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려는 데에 있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연인도 떠날 수 있으며, 매일 아침 정성껏 밥을 해주던 아내도, 남편도 떠날 수 있다. 내 사랑만 변치 않는다는 생각은 사랑이 지닌 소유 욕망에 휩싸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다. 이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내가 얼마나 상대방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혹은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그 사랑의 크기에만 쉽게 몰두한다.    

 

성숙한 사랑은 상대방의 부재를 항상 염두에 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든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와 상대방에게 사랑으로 생겨나는 억압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 이것은 마음에만 집착하는 사랑이 아닌 나와 상대방의 자유까지 보호해주고자 하는 한 차원 높은 성숙한 사랑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먼저 그 사랑을 내 사랑의 법칙에 가두지 않은 것이다. 죽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랑은, 더이상 사랑이 아니다. 또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랑은 내 욕망만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귀한 사랑이다. 사랑은 노력이다.      


이는 남녀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삶에서 맺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될 말이 아닐까. ‘나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당신 또한 그러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함께 있는 동안만이라도 서로에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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