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님. 홍대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처음으로 작가님을 만났어요. 등장했을 때부터 저는 작가님의 아우라를 느꼈어요. 제가 상상한 작가님과 실제로 마주한 작가님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거든요. 모델처럼 길쭉한 팔다리와 정돈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 그리고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 어여쁜 민낯까지.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을 읽고 나머지 책을 모두 읽었어요. ‘진짜 모든 혼을 갈아 넣어서 책을 냈구나’ 했던 게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이었거든요. 작가님도 말하더라고요. 모든 여행 4년을 압축해 놓은 세 번째 책을 내면서 작가가 돼야겠다는 꿈을 꿨다고. 근데 세 번째 책 이후로 또 한 권 그리고 또 한 권이 나온 거예요. ‘와, 더 성장했어.‘이런 감탄을 하며 작가님의 다섯 번째 책을 읽었어요. 누군가의 책은 독자가 가장 잘 알아보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요. 작가님은 한계가 있는 사람이긴 한 건지. 여기서 더 ‘잘 쓰는 사람’이 된다면 여섯 번째 책은 어떤 책이 나올까? 지금의 저로선 상상할 수 없는데 어떤 글로 제가 뭉클함과 감동을 느낄지 작가님의 어떤 아름다운 비유에 호들갑을 떨지, 그게 또 기대돼요.
저도 작가님을 보고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꿔요. 세 번째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거예요. 나처럼 작가님의 처음은 어땠을까? 그렇게 작가님 첫 책을 읽었어요. 근데 글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글은 쓸 수 있겠다.' 싶은 거예요. 작가님은 처음 책이 창피하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저는 작가님이 처음으로 낸 책을 읽고 용기를 냈어요. 누군가의 처음은 여리고 서툴고 순수하구나. 나도 무작정 쓰고 다시 쓰고 마음을 다해 쓰면 지금의 작가님처럼 우아하게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작가님이 하루를 얼마나 '쓰는 사람'으로 살았는지 궁금해요. 그 우아함을 위해 외로운 고독을,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의연한 하루를 어떻게 견디며 나아갔는지. 간절히 원하며 온몸을 던져 내는 사람의 용기가 아름다워요. 작가님이 아름다워요. 남들이 아니라고 말할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그 내면이 얼마나 단단할지. 그 단단함을 위해 얼마나 자신과 싸웠을지.
작가님처럼 되고 싶어서 작가님이 좋아하는 영화를 저도 봤어요. 작가님이 봤던 책이며 글이며 모두 작가님의 취향이 담겨 있어 작가님이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제게도 보이는 거예요. 작가님이 통과한 시간과 장면이 작가님을 닮았어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걸 저도 좋아하고 싶고 모든 행로를 다 밟고 싶어요. 근데 그러면 제가 없는 거니까. 저는 저만의 이야기를 그려보려고요. 제가 보는 거, 듣는 거, 느끼는 거,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려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찾아보려고요. 작가님이 말했잖아요. 소중한 것들은 가까이에 있다고. 제게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싶어요.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은밀하게 기억해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글이에요.
오래도록 쓰는 사람으로 남아줘서 고마워요. 제 글이 마음에 안 들 때 구려 보일 때 작가님이 쓴 글을 읽어요. 나는 왜 작가님처럼 글을 쓸 수 없을까? 내가 쓴 글은 왜 세상에 내보일 수 없을까? 그런 자괴감이 드는 거예요. 근데 작가님이 질투는 그 사람이 가장 욕망하는 일을 잘 드러내 주는 감정이라고 했잖아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제가 책을 내는 사람을 부러운 마음보다 질투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게. 그렇게 작가님을 가장 질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작가님이 쓴 글을 두 번, 세 번, 다섯 번을 읽어요. 작가님의 글은 곱씹어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을 독자에게 내어줘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 나도 모르고 있던 나를 만나는 글,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글.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그게 제가 작가님을 질투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예요. 작가님을 동경해요. 제가 작가님의 문체보다 더 닮고 싶었던 건 작가님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이상해요. 작가님을 만나기 전 오래도록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오늘 처음 만남인데 제 민낯을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았어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영화, 책, 변치 않고 찾아가는 도시, 고유한 분위기, 스타일, 문체가 제게 너무 익숙했거든요. 여행 얘기를 할 때마다 조금은 진지하고 기대에 찬 표정을 봤어요. 무언가를 진짜 좋아할 때 나오는 얼굴이요. 그 순간엔 제가 가진 얼굴과 작가님이 가진 얼굴이 닮았어요. 보이지 않는 점이 연결돼 있어요. 다행이에요, 작가님이 진짜로 여행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계속 그렇게 여행을 가고 좋아하는 글을 써주세요. 오래도록 쓰는 사람으로 남아주세요. 작가님에게 마음을 전했던 리시안서스의 꽃말처럼 변치 않은 사랑을 저도 줄게요. 작가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두 번째 순서에서 두근두근 떨렸던 마음을 잊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