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 바퀴달린 집
어느 날, 예능 한 프로 예고편에서 여자 연예인이 공효진이 만든 앞치마를 입으며
"이게 그 앞치마예요? 정말 입고 싶었어요!"
라고 말하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고 공중으로 손을 뻗어 입는 흉내를 내었다.
사실 나도... 그 앞치마를 정말 입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공효진을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앞치마를 입어 볼 기회는 더 없었다.
하지만 그 앞치마에 대한 나의 열망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열망의 불길처럼 내 안에 거세게 불타 오르고 있었다.
그때
언니에게 카톡이 왔다.
"야 나 곧 생일인데.. 향초 만들 때 입을 앞치마나 사줘라!"
그 카톡을 보고 나는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듯 온몸에 짜릿하게 흐르는 전기를 느꼈다. 마치 나는 공효진의 앞치마를 보고 이미 활활 불타 오르고 있었는데, 언니는 그곳에 초를 갖다 된 것 같았다.
'더 타올라라 타올라라'
그리고 때마침 퇴근을 한 키가 주니가 현관문 번호판을 누르고 들어왔다.
"띠띠띠띠"
"여보~나 퇴근이.."
키가 주니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그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나 정말 만들어야 할 게 있어! 넌 무조건 이걸 들어줘야 해!"
빛나는 나의 눈동자와 결연한 나의 팔 제스처에 이제는 놀라지도 않은 키가 주니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어.. 그래 뭔데?"
"넌! 앞치마를 만들어야 해 정확히 이렇게!"
나는 찍어두었던 사진에 대충 휘갈기며 키가 주니에게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겨우 작은 가방 만드는데... 무리야.."
"안돼! 해야 해 너 생일 선물로 언니한테 아웃백 상품권 10만 원 받았지?"
"어.. 설마.. 곧..?"
"언니 생일이야 넌 무조건 해야 해 아니면..너..10만 원 도로 토해내야 해! 어때?"
"그래! 우리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그렇게 우리의 실눈을 뜨고 보면 얼추 공효진 앞치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지만 꿈을 꾸면 언젠간 이루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꿈을 3개로 나누어서 준비했다.
첫 번째 단계 ) 나는 인터넷에서 폴리 생활방수 원단 (145CM) 패턴을 디자인해서 택배로 받았다.
언니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디자인했다.
향초, 키우는 고양이, 향초에 관련된 액세서리들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단계) 키가 주니가 인터넷으로 앞치마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나도 키가 주니가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다 보니 고3 수험생의 부모의 심정을 깨닫게 되었다.
키가 주니 미싱 방 문턱이 닳게 들락날락거렸다.
"잘하고 있는 거지? 내가 방해됐나? 혹시 과일 가져다줘?"
세 번째 단계) 미싱 스타의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아주 고독하고 애타는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은 예비 신랑이 드레스 투어를 할 때 예비 신부가 웨딩드레스 입고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그가 나에게 와서 "다 됐어 봐 봐"하고 앞치마를 들고 왔을 때 나는 예비 신랑들이 취해야 하는 기본자세들로 그를 맞이했다.
"브라보 짝짝짝 너무 예쁘다!!"
처음으로 같이 만든 프로젝트를 보니 마음속에서 뭉클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정말 멋지다. 다음엔 뭘 하지?"
내 뒤에서 그런 나의 모습을 본 키가 주니가 불안한 마음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내 거 만든다는 이유보다는 가족에게 선물해준다는 그 의미가 더 큰 뿌듯함으로 되돌아왔다.
-프로젝트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