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거울 속에 숨겨진 책 한 권

김 대표의 과거 : Ahn estelle's

by 야초툰

피리 연주자

Ahn estelle's

나의 그림자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도망쳐 산속에 숨어버린 도망자였다.

어머니는 그런 그림자 아버지가 주인인 인간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것을 잃어버려 가족을 버리고 도망쳤기 때문에 그의 그림자인 아버지도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나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어떠한 설명도 내 귀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는 그 사실이 이미 그에 대한 원망으로 내 한쪽 귀를 멀게 했고, 그가 떠난 후 우리의 삶이 차가운 강물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 강물 위에 놓인 가시가 잔뜩 돋은 통나무 다리에 간신히 매달려야 하는 삶과 같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분노로 다른 한쪽 귀 또한 멀게 되었다.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한 건 어머니를 지키지 못하는 나 자신의 무능함이었다. 매일 어린 나를 키우기 위해 낮에는 그림자의 인생을 늦은 밤에는 다른 그림자들의 그림자 인생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웃으며 일하던 모습이 마지막 남아있던 아버지를 향한 내 마지막 그리운 마음에 문까지 닫게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상황들은 말 좋아하는 내 또래의 그림자들에 의해 매일 불고 버리는 풍선껌이 바닥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듯이 내 온몸에 군데군데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네 엄마 우리 식모래! 클클클클


야야야 우리 아빠는 너네 아빠가 바람나서 다른 여자 그림자와 도망 거래 말에 너네 엄마는 맞다고 웃기만 하던데? 클클클클


“야 너 텐트에서 살지? 그림자 세상에서 소문났어 그 텐트 앞을 지나면 페니(동전)를 던져주라고 불우한 이웃은 그림자끼리 돕는 거라나 클클클클”


그리고 그 소문을 증명이라 하듯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마다 우리 텐트 앞에는 그림자들 우리 모자를 안타까워하며 던져놓은 페니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페니들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들은 소문이 더 이상 소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미 사실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집 앞에 놓인 그 동전들을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그 돈도 돈이라며 악착같이 집 앞에 놓인 페니들을 앙상한 손으로 매일 긁어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사치이고 교만이었다. 하지만 내가 죽지 않고 숨을 쉬는 것을 느끼는 것은 오직 피리를 불 때였기 때문에 나는 살기 위해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사치와 교만이라는 단어에 눈 감았다.

그래도 가끔 양심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불쑥불쑥 뻥튀기처럼 튀어나와 이번에는 그만하리라 마음먹고 울면서 어머니에게 말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너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며 모은 페니들을 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그나마 그 주머니 안에 있던 몇 개 안 되는 페니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걸을 때마다 서로 부딪혀 찰랑찰랑 소리를 내주었고, 그 소리에 내 울음소리를 그 속에 몰래 감추어 울곤 했다.


그래도 나에게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나의 재능을 인정해 주는 유능한 스승을 만난 것이었다. 그가 우연히 내가 텐트 앞에 떨어진 풀잎을 불어 내는 소리를 지나가다가 듣게 되었을 때, 그는 내가 낸 소리가 풀잎을 불어서 내는 소리라는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리곤 인형의 눈을 붙이는 소일거리를 하고 있던 텐트 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어머니에게 달려가 어머니를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당신 아들.. 그러니까.. 10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음악 천재예요.”


그리고 그 이후 떨어진 풀잎을 불던 나의 손은 그에 손에 이끌려 찬란하게 빛나는 피리를 들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그림자들이 그에게 배움을 받기 위해서라면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지만 그는 오직 나만이 그의 유일한 자신의 제자가 될 거라고 선언하곤 했다.


물론 그에게 배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생각해보면 매일 그와 나의 얼굴은 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벌게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안 에스텔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은 제자로 인해 불 같이 화가 나서, 나는 많은 그림자들이 지나다니는 중앙 분수 광장에서 험한 욕을 하거나 삿대질하며 “내가 틀렸었어! 이건 완전 똥 멍청이야”라고 소리치는 대상이 나인 게 창피해서 얼굴이 벌게지곤 했다. 그러나 다른 그림자들에게는 내가 당하는 이러한 언어폭력도 신체적 폭력도 자신들은 갖지 못했기에 부러움으로 쉽게 묵인할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한 예로 그는 늘 분수 공원 광장에서 나를 가르치곤 했는데 그가 내가 음정을 틀릴 때마다 들고 있던 피리로 내 머리를 퉁퉁 치는 모습을 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림자들은 그 모습마저 부러워했다.


“안 에스텔에게 배우는 데 저 정도는 감내해야지”


그리고 어느덧, 나는 가난하고 홀어미를 모시는 불쌍한 놈에서 안 에스텔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은 천재 아이로 위치가 바뀌게 되었다.


그때 내 나이 15살

안 에스텔은 나에게 이제는 내가 중앙 분수 공원에서 연주해도 된다며 그가 쓰던 피리를 주었다. 나는 그가 자신의 분신 같은 그의 피리를 나에게 맡겼다는 생각에 매일 뛸 뜻이 기뻤다. 그리고 에스텔이 매일 나에게 한 말들을 떠올렸다.



“이 피리는.. 정말 신기한 피리란다. 이 안에 그림자와 인간의 영혼을 같이 울리는 그 무언가가 들어있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네가 부는 이 피리 연주는 그냥 부는 피리가 아니란 걸 명심해라. 너는 그들의 마음속에 꽃을 피우게 한다고 생각해야 해. 그리고 그 연주 끝에 필 꽃이 아름다운 붉은 꽃이 될지 가시 많은 넝쿨로 그들을 옥죌지는 너의 마음에 달려있단다. 그래서 내가 떠나도 네 안에 숨어있는 그 어둠을 드러내지 않도록 잘 수련해야 한단다. 이 스승의 걱정은 그것뿐 그것뿐”


그리고 시간이 지나 스승이 내 곁을 떠나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었을 때, 도망간 아버지가 다시 우리의 곁에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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