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 운명

텐트 밖은 불고기버거

by 야초툰

오후 9시가 되자마자 밖에 서 있던 조사서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예약자를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림자 황혁 씨 오셨나요? 황혁 씨!"

"그림자 황혁?! 그 황혁!"

"늘"은 그 그림자의 이름에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그 바람에 그림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 준비한 테이블에 놓인 다과세트를 하마터면 엎을 뻔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헤헤헤' 어색하게 웃으며 조 사서와 같이 집에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 황혁의 그림자였다.

그 입술에 불고기 버거 소스가 잔뜩 묻어 있는 걸 보니 그가 분명했다.

"잘 지냈어?"

"배신자!"

"늘"은 실이와 짜고 자신을 배신했던 그림자 황혁에 대한 분노로 자신도 모르게 단전에서 깊은 소리를 끌어올렸다. 그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놓은 과일에 홀린 듯 그림자 황혁은 다과세트가 놓인 곳에 앉았다.

"뭘 이런 걸 다... 그런데.. 인간 세계에 음식은 우리가 먹을 수가 없는데.. 쩝"

"네가 먹으라고 둔 거 아니야 내가 그림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이 떨어져서 놓은 건데..그건 그렇고 여긴 왜 왔어?"

"너와 그 뒤 이야기를 하려고 왔지. 헤헤헤 그 뒤로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지?”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 실이와 짜고 나를 배신했던 날을 떠올리면 아주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고!"

"에이! 그래도 내가 니 빚은 갚아주고 나왔잖아!"

"머? 그게 무슨..."

"김 대표가 말 안 해? 실이가 네가 인간세상에 편지를 쓰려고 생긴 빚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해서 김 대표에게 네가 진 빚 갚아주고 나왔는데?"

"뭐?"

"늘"은 김 대표가 자신을 위해서 그냥 감면해주었던 그 빚도 사실은 황혁한테 돈을 받아서 라는 말에 김 대표는 어쩌면 실이보다 더 한 사기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림자 황혁의 뒤로 열심히 이야기를 적고 있는 조사서의 모습이 보였다.

"조 사서님 !
하나도 빼지 않고 적어주세요
김 대표 이 나쁜 그림자 같으니라고!
절 속였어요.
자신이 기분이 좋아
빚을 탕감해준다고 했다고요!

핏줄 선 "늘"의 목소리에서는 배신감을 넘어서 경멸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림자 세상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믿었던 그림자 김 대표가 일부러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분노가 자신의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벌써부터 그러면 앞으로는 더.. 아아아 닙니다."

조 사서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다가 간신히 자신의 입으로 뱉은 말을 다시 가져왔다. 다행히 "늘"은 조 사서의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그렇게 분노하고 있는 "늘"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던 그림자 황혁은 자기가 앉은 거실을 가만히 둘러보게 되었다.

그때 그림자 황혁의 시선이 어느 한 점에 꽂혀 유심히 그곳만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늘.. 그.. 있잖아 하늘공원에서 연설하던 그림자... 영롱한 빛이 나는 그 그림자 말이야. 사진 속 이 사람과 닮았어 아니 이 사람이야!"

"뭐?"

분노하던 "늘"은 그의 말에 황급히 시선을 돌려 그가 쳐다보고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주연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 당황한 "늘"이 그 사진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확실해? 이 사람은.. 내.. 가족이야.."

"어 확실해! 어쩐지 "늘" 네가 왠지 친근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줄줄이 했었는데... 이제 기억이 났어. 이 사진에 있는 이 사람 때문에 너를 본 것처럼 친숙했던 거야!"

"말도 안 돼.."

그림자 황혁에 하는 말에 "늘"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한 말은 자신의 영혼이 주연의 그림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었기에, 또 황급히 놀라서 실이가 얼떨결에 묶은 끈의 주인이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었다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누군가 이미 맞춰 두었던 퍼즐판에 딱 맞게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조 사서는 늘의 그런 생각에 망치를 때리듯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죠.. 당신과 주연은 쌍둥이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주연은 저보다 9분 먼저 태어났어요. 어릴 때 부모님은 제가 태어날 때부터 약했던 게 주연 탓이라고 하면서 주연에게 매일 동생을 잘 돌보라고 하셨어요. 단지 9분 먼저 태어난 건데 주연은 많이 억울해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주연이 아니라 사실 저 때문에 주연의 인생이 꼬였던 거였네요..."


그림자 황혁은 무슨 반전 드라마를 보는 그림자처럼 벌린 입을 들고 있던 팸플릿으로 막으며 "늘"을 쳐다보다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조 사서의 어두운 안색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늘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해 왔다는 듯하게 들려있는 팸플릿이 들려져 있었는데, 청소 후 열어둔 창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림자 세상에 “텐트 밖은 불고기 버거”라고 적혀 있는 팸플릿을 사정없이 흔들리게 했다. 늘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자신의 모습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바람에 늘 속절없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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