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믿음 안에서 피어오른 의심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림자 세상 첫 화부터 몰아보기
"팸플릿은 여기 둘게! 그림자들이 이야기하러 올 때 볼 수 있게 말이야.."
오랜 흙수저 생활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그림자 황혁은 쭈뼛쭈뼛 뒷걸음질 치면서 자신이 들어온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방문한 진짜 목적인 광고지를 잊지 않고 현관문 앞에 있는 나무 협탁 위에 올려놓고는 이거면 됐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혹시 자신에게 튈지 모르는 불똥을 피하기 위해 얼른 주연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아직 "늘"은 김 대표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이 주연의 인생을 망쳤다는 죄책감에 자신 안에서 불기 시작한 태풍에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늘"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던 조사서는 조심스럽게 "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아직... 놀라기 일러요. 늘씨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요."
"아니 더 이상 뭘..."
"띵동 띵동"
다음 예약자를 알리 듯 벨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늘"은 오늘은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고 손을 훠이훠이 휘저었지만 조 사서는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향해 걸으면서 말했다.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당신은 가만히 듣고 서 있어요. 어차피 부딪혀야 할 일은 부딪혀야 끝이 나니까 말이에요"
조 사서가 문을 열자 커플로 보이는 그림자 둘이 들어왔다. 그들 역시 "늘"에게 낯이 익었다. 조 사서는 예약자 리스트에서 그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음 그러니까 조우리 양과 송준 씨 맞나요?"
"네 맞아요~ 정말 그 "늘"씨가 "늘"씨였어요? 반가워요~ 우리 기억나죠? 금빛 한강 공원에서 만났던 진상 부부 말이에요!"
여자 그림자 조우리는 "늘"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팔을 뻗으면서 반갑게 달려와 "늘"을 꽈악 안았다. 당황한 "늘"의 몸은 잔뜩 얼은 채 통나무처럼 굳어 버렸지만 잠깐 그녀가 건넨 따뜻한 포웅에 조금의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그런 그림자 조우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송준은 뒤에서 소리 지르면서 "늘"에게 다가왔다.
"아니! 홀몸도 아니면서 그렇게 뛰면 어떻게 "늘"씨도 미안해요. 놀랐겠다. 정말 너는..."
"아.. 미안 늘씨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너무 반가워서 그만..."
"아니에요."
"늘"에게 한걸음 물러난 그림자 조우리가 조금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늘"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늘 까먹는다니깐요. 그래서 그림자들이 저만 보면 웃어요. 너무 활력 넘치는 임산부라고 말이에요. 사실 저희는 "늘"씨에게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늘"씨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왔어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우리에게 올 아이도, 연애시절 따뜻했던 제 남편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림자 송준도 그림자 조우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당신이 우리에게 물가에서 보여주었던 그 영상이 우리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았어요. 어쩌면 결혼이란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른 점을 따뜻한 눈빛으로 점점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걸 느꼈으니까 말이에요."
"아니에요 제가 뭘 했다고... 아.. 그럼 아이 이름은 지었나요?"
자신을 향해 행복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눈빛에 "늘"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하고 말았다.
"에이~"늘"씨 아직 없는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요. 아 어쩌면 인간인 "늘"씨는 모를 수도 있겠네요. 그림자 아이는 김 대표와 실이가 주인이 될 인간이 태어나면 그때 저희에게 보내져요. 그래서 배가 나온 지금도 아직 아무 느낌이 없는 거죠." 배를 쿡쿡 찌르며 그림자 조우리는 웃어 보였다.
그런 그림자 조우리를 보며 그림자 송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가 저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저는 그녀가 그림자 아이를 만나게 되면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치.. 아직 아무 느낌도 없는 걸 어떻게.."
"아.. 알았어 삐지지 마! 모성애는 아이를 만난 다음에 생긴다잖아. 우리 엄마가 그랬어.."
"네네 알았네요 어이구 마마보이! 클클클클 "
다시 서로 애틋하게 쳐다보게 된 그들의 대화에서 "늘"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실이에게 들은 자신의 그림자 어머니는 자신을 가졌을 때 분명 깊은 애착과 모성애를 느꼈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서 그림자의 인생을 살게 될 아이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지는 도박을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늘"의 눈에 비친 그림자 조우리는 정말 아무런 느낌도 어떠한 모성애도 아직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배가 나오는 게 신기한 듯이 그림자 송준이 톡톡 찔러보면서 곧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하니 같이 주먹 다툼을 하면서 웃기도 하고, 배가 나와서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다며 쩝쩝 입을 다시는 그녀의 모습 그 자체가 그녀의 말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그들의 사랑과 전쟁 같은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김 대표와 실이가 지정해준 그림자 아이를 만나게 되면 그때 다시 온다며 그 두 사람은 두 손을 꼭 잡고 현관문을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나가는 모습에 "늘"은 그들의 웃는 표정과 달리 서로를 돌려 까는 듯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주스를 마시다가 몇 번이나 뿜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서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결혼하지 말아야지... 결혼은 미친 짓이야. 그들은 이제 서로의 눈빛으로 서로를 세뇌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사랑하니까.. 그래 우리가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라고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네요 클클클클"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조 사서가 맞장구를 쳤다. 그 모습에 "늘"은 그들의 이야기 내내 자신에게 맴돌았던 그 질문은 조 사서에게 하고 말았다.
"그런데 말이야.. 모성애가 있었던 나의 그림자 어머니가 정말 이상했던 건가?"
그 말을 들은 조 사서가 이제는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가 되었다는 듯 대답했다.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당신의 그림자 어머니는 이상하지 않았어요. 모성애를 느낄 수밖에 없었죠. 당신은 태어나기도 전 그러니까 그녀의 뱃속에서 이미 존재했으니까 말이에요."
"아니 아까 그림자 조우리가 김 대표와 실이가 인간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정해진 그림자가 아이가 된다고 했잖아요? 조 사서도 들었죠?"
"맞아요..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림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였으니까."
"그러니까 제가 왜?!"
"저도 그 답을 찾아 당신을 찾아왔어요. 아마 그 답은 당신 안에 있을 거예요."
"그게... 무슨..?"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열쇠가 아마도 저한테 있는 것 같아요."
"답? 열쇠요?"
"사실 제가 그 사라진 그림자요. 김 대표가 미친 듯이 찾고 있는 그림자 말이죠. 그리고 그는 내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 알았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나를 찾으라고 한 거예요. 그는 확신했죠. 당신이 김 대표는 절대적으로 믿고 있으니, 제가 설령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는 판단 한 거예요. 하지만 그는 당신을 일 부분만 안거예요 당신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훑어보면 당신이 누구든 절대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걸 쉽게 깨달을 수 있는데 말이죠. 당신의 이름 앞에 늘 붙여지는 수식어를 한 번쯤이라도 들어봤으면 알 텐데.."늘 남에게 뒤통수 맞는" "늘 속고만 사는 " 당신이었기 때문에 그 경험이 당신에게 항상 "의심의 틈"을 만들게 했죠. 그리고 최근에 실이가 한 행동 때문에 그 틈이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틈을 파고들어야 했어요. 당신이 나를 믿어야 저도 당신에게 그 진실의 열쇠를 꽂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를 만났던 그림자들을 다시 부른 거예요? 저에게 있는 그 틈을 확인시켜주려고요?"
"맞아요. 당신은 처음부터 제가 찾아와 김 대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믿지 않았겠죠. 하지만 우연히 주연이 당신에게 낸 상처를 보게 되었죠. 그래서 계획을 세운 거예요 그 상처가 조금만이라도 벌어졌다면 당신에게 틈이 생기겠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 뒤에는 너무 쉬웠어요. 아시다시피 그림자들은 이야기를 좋아하잖아요? 예약자 이름과 신청 이유를 적으라니까 술술 적더라고요. "늘"씨와 이러이러한 인연이 있다. 신세를 졌다. 그런 그림자들을 추려서 예약을 받았죠."
"그래서 도대체 저에게 찾으려는 답이 뭐죠?"
"그 답만 알려주시면 제가 제 발로 김 대표를 찾아갈게요."
"그래서요 제가 뭘 말하면 되는 건데요?"
"Ahn estelle's "
"네?"
"안 에스텔, 안 에스텔의 것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나요? 분명 당신 안에 있어요. 거울의 힘이 당신 안에 들어갔으니까 그 안에 있을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봐요 이건 정말 중요한 실마리예요 제가 그가 잠들었을 때 겨우 들은 단어 한마디였으니까 이 모든 이야기를 설명해줄 거예요."
"안... 에스텔....이라...."
"늘"이 눈을 감고 "안 에스텔"이라는 단어를 부르자마자 마치 갈겨쓴 듯한 흩어진 글자들이 모여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뒤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 책의 표지는 마치 그림자 황혁과 찾았던 그림자 책의 표지처럼 검은색으로 덮여 있었으며 금빛 글자가 안 에스텔스 (안 에스텔의 것)이라는 단어를 수를 놓든 한 글자 한 글자 수를 놓았다. 다시 한번 늘이 "안 에스텔!"이라는 단어를 부르자 이제 마치 완성된 책처럼 차르르 펼쳐지며 "늘"의 눈앞에 펼쳐졌다. "늘"은 자신의 눈에 비치기 시작한 그 글자를 한 글자 한 글자씩 읽기 시작했다. 조 사서는 "늘"이 무엇에 홀린 듯 말하기 시작하는 그 말들을 자신의 노트에 미친 듯이 따라 적기 시작했다.
"나의 그림자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깊은 산속에 숨어버린 도망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