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세상에 입주를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항상 누군가의 그림자인가요?

by 야초툰


"내가 잠들면 그림자들도 잠이 들까?"

누구나 한번쯤 답이 돌아오지 않을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던지는 뻔한 질문 중 하나 일 것이다. 하루 종일 나와 함께 같이 발을 맞추며 보낸 내 검은 그림자는 과연 내가 잠이 들면 나와 같이 잠이 들까?라는 질문을 말이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당신 곁에 맴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아직 그 질문에 답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그림자들을 대신해서 그 질문의 답을 적어 보았다.


Q:“내가 잠이 들면 그림자들도 잠이 들까?”

A: 아니요


그들에게도 밤은 있지만 잠은 없다. 그림자의 밤에는 그들만의 세상에서의 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 세상의 이름은 바로 그림자 세상. 사실 '누군가의 그림자일 뿐인 것 같은'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세상에서 만큼은 의미 있는 일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아침에는 그림자가 되어 인간인 주인을 모시고 밤에는 인간인 주인과 함께한 활동량의 따라 받은 대가로 그림자 세상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 있는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 세상의 입구에 서면 마치 마트에 들어갈 때 울려 퍼지는 노래처럼 그들을 반기는 노래도 있었는데, 만약 당신이 그 노래를 듣게 된다면 듣는 순간부터 머리카락이 쭈뼛하고 솟고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그래도 그 노래가 조금은 궁금해할 당신을 위해 가사의 일부분만 적어 보겠다.


순수한 그림자로

태어난

그들의 운명은

늘 그들의 주인에 의해 정해지지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보낸 이의

그림자에게는

최고의 보상이 주어질 것이고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어두운 상념만을 붙잡고 있는 이의

그림자에게는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 노래의 언제부터 불리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그 시작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림자들의 마음속에 주인인 인간에 대한 불만들이 들끓을 때마다 그들의 주인을 관찰하게 만들었다. 혹시 당신이 자다가 일어나서 거울을 봤을 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당신의 상상이상으로 거대해져 보였을 때가 있었는가?


만약 있다면, 당신은 그날부터는 무조건 더 열심히 움직이며 거울 속에서 당신과 눈이 마주친 거대해진 그림자의 형체를 최대한 작아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미 비대해진 그림자가 당신을 숙주 삼아 당신의 몸과 의식을 점점 잠식해 가다가 때가 되었을 때, 조용히 당신에게 다가가 당신 귀에 대고 속삭일 것이다.


“WELCOME TO THE SHADOW WORLD 깔깔깔깔”


그리고 여기 그런 사람들 속에 인생 자체가 그림자보다 더 어두운 삶을 살고 있는 인간 "늘"이 있다. 인간이었지만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암시하듯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첫째의 그늘에 가려 태어나 부모님에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둘째로 불린 인간 “늘”.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조차 ‘인턴 1’이 그만둔다면 바로 바꿔 낄 수 있는 “스페어타이어”인 ‘인턴 2’로 입사하여 2년간 최선을 다해 남들이 굴리는 바퀴에 자기 자신의 몸까지 얹어 같이 굴렸지만 돌아오는 건 다시 2년 ‘인턴 2’의 연장 계약서였다.


그러다가 자신의 몸을 바퀴에 얹은 대가로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어졌고, 결국 근태불량이라는 명목 하에 그 2년 더 연장 계약서조차 결국 사인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첫째에게 용돈을 받으며 비록 내 인생은 빛바랜 형광등처럼 깜빡깜빡 거리지만 '곧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새 형광등처럼 밝게 만들어 줄 날을 기다리는 자칭 곧 미래를 빛날 작가 지망생'을 꿈꾸고 있다. 아직은 빛바랜 형광등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늘 “에겐 빛이 환하게 비추는 오전에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혼자 나체로 패션쇼를 걷는 것 같은 역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고, 어두운 밤이 돼서야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그야말로 탕자의 그림자 그림자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늘"을 늘 안쓰럽게 쳐다보다 말을 거는 짙은 4B연필심 색의 그림자들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던지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갔다.


동네 편의점에서 슬리퍼 차림을 한 남자의 그림자 1


"아니 어제 이 주인이라는 작자가 발가락 하나도 꿈쩍 안 하는 거야! 그래서 어제 번 돈이 0원이라고 말이 돼? 오늘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이 애 지갑을 침대 머리맡에 던져 버렸어 흐흐흐 그래 맞아 얘 지금 빈털터리야 아마 이제부터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 동네방네 찾아다니겠지? 나는 상여금을 벌 수 있을 거야!"




치킨집에서 혼맥 하며 울던 여자의 그림자 2


"야~ 걱정하지 마! 이 여자 울고 있는 거! 오늘 내가 그녀가 잠들면 그 지랄 맞은 그녀의 부장의 그림자를 찾아가서 흠씬 두들겨 줄 거야!! 아마 그녀의 부장은 몸이 아프다며 내일 병가를 내겠지? 뻔해 내가 이 짓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라고... 그녀를 대신해서 내가 복수해준 거 말이야 그녀는 비록 모르겠지만...



999라는 번호로 메시지를 보낸 그림자 3


아마도 일전에 다급하게 “늘”에게 전화기를 빌려달라던 여자의 그림자로 추정


보낸 이 : 999

어제... 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를 회사에서 만났어. 그녀도 놀라고 나도 놀라서 나도 모르게 남자의 그림자 발을 밟고 말았어 나란 그림자 아직 미련이라는 게 남아있나 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신의 인생이 그림자들의 인생보다 나을 것이 없는 것 같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그림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띠링"


의문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낸 이 : 999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그림자 세상에 입주를 축하드립니다.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세상 입주를 신청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늘"님의 심층면접 결과 입주가 [선정]되어 인간으로서 최초로 그림자 세상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입주일은 9월 9일 오후 9시입니다.
입주 전날에 최종 안내 차 전화를 드릴 예정이며 변동사항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입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림자 세상 입주 상담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