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그 책이 끝난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조 사서가 아닌 조사 서!

by 야초툰


"늘"은 자신의 모든 기력을 책을 읽다가 기운이 모두 다 소진된 듯이 Ahn estelle's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자마자 옷걸이에 걸렸던 옷이 툭 하고 떨어지듯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늘"을 바라보는 조사서의 눈에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듯이 빛났다. 그리고 그렇게 주저앉은 "늘"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남아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듯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다.. 이게.. 다 뭐죠?"

조사서는 얼굴빛 하나도 변하지 않고 "늘" 옆에 앉아 자신에게 기대라는 듯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김 대표의 과거죠….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의 시작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그 시작점을 찾으러 온 거예요. 아무도 그때 그 사건 이전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말이에요"

"사건이라니? 그건 무슨..?"

"그때 김 대표가 불었던 피리 연주로 인해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그러니까 안 에스텔의 제자인 김 대표로 인해 말이죠."

"그걸 조사서님이 어떻게?"

"말했잖아요 "늘"나는 그림자 세상에 이야기를 모으는 그림자라고 말이에요. 이제 제 이야기를 조금 들려들일 게요. 어차피 "늘"님이 기운을 차리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해 보이니까 말이에요."

"네.. 하지만 약속해요 이 이야기가 끝나면 저와 같이 그림자 세상으로 가는 거예요.. 저는 주연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의무가 있어요..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

"네 그럼요 약속해요 그림자들은 말은 많아도 약속은 꼭 지켜요. 그래서 그게 우리의 족쇄가 되기도 하죠"

그렇게 조 사서는 "늘"을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쉬라고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사 서의 이야기

"저는 (낮그 낮에는 그림자 / 밤 주 밤에는 주인공)인 다른 그림자와 다르게 제 주인은 올빼미형 인간이었기 때문에 (낮주 낮에는 주인공 /밤그 밤에는 그림자) 생활을 했어야 했어요. 그래서 보통 낮에는 금빛 하늘 그림자 도서관에서 사서 일을 하면서 김 대표와 수다를 자주 떨곤 했는데, 그때마다 김 대표는 저에게 무언의 약속을 강요했어요.

"이건 정말 너만 아는 비밀이야! 그러니까 다른 그림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해?"

"네! 그럼요 김 대표님!"

라고 하며 매번 손바닥에 사인을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약속하는 절차를 하게 하곤 했어요.


그때 그 느낌은 마치 어느 햇빛이 쨍하게 비추는 뜨거운 어느 여름날 마치 흘러나가면 절대 안 되는 차가운 시냇물을 저에게만 조금 흘려보내 주며 마시라고 하는 느낌 같았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가 저에게 얼마나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지 어느새 저는 그 이야기에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빠져들고 말았죠.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김 대표는 제가 거울에 들어가게 되면 어차피 사라지는 기억들이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그냥 얼굴 마주치는 저에게 별생각 없이 말한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말 좋아하는 그림자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말할 때마다 그림자의 약속을 받아냈던 거죠. 다른 그림자들에게 절대 네버! 말하지 않기로 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약속 때문에 아무 그림자에게도 그 이야기를 말할 수 없었어요. 그 "늘"씨가 본 그 책 이후에 벌어진 김 대표만이 진실을 아는 그 이야기들을 말이죠. 그래서 간간이 그림자 블라인드 게시판에다가 다른 그림자들의 약점이나 감추고 싶은 비밀들을 올렸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제가 이야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시작점이기도 했죠 하지만..."

그 하지만이라는 말에 "늘"이 침을 꼴깍 삼키는 듯한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울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은 있을 수가 없어요. 특히나 제 주인인 인간이 작가 지망생이라는 사실이 저를 더 참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그래 그는 그림자가 아니잖아 그래 저렇게 매일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힘들어하는 걸 매일 보는 나도 힘들다고! 김 대표가 말한 그 이야기를 그에게 전하기만 하면 그도 나도 행복할 거야 나도 나만의 대나무 숲이 필요하잖아 라는 생각이 매일 저를 수도 없이 펜싱의 칼처럼 쿡쿡 찔러 댔어요. 그리고 올빼미형 인간이 잠깐 눈을 감았을 때 저는 한번 시도할만하다는 생각에 그에게 그림자 세상의 이야기를 말해 버렸어요. "

"그.. 그래서요?"

"잠에서 깬 그는 갑자기 이야기가 떠올랐다며 미친 듯이 글을 썼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당신이 잠이 들었을 때 그림자들은 어디로 갈까요? 무엇을 할까요?라고 시작했는데, 그는 곧 대작이 탄생할 것 같다고 박수도 치다가 미친 듯이 웃기도 하면서 너무 행복해하며 글을 쓰기 사작했죠. 그런데.."

"그런데요?"

"그렇게 매일 선 잠을 자면서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물개처럼 손뼉 치고 일어나서는 좋아하면서 글을 쓰던 주인이 어느 순간 갑자기 노트북에 커서만을 깜빡거린 채 가만히 노트북 화면만 보고 있는 거예요 저는 궁금했죠 제가 할 이야기는 다 해줬는데 왜 저러고 있을까? 써 그냥 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그러던 그가 조용히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어요. 이 이야기는 마치 퍼즐을 다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개의 퍼즐 조각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이에요 저는 영문을 몰랐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냥 김 대표가 한 말 그대로를 주인인 인간에게 전달한 것이라서 기승전결이 뭔지 스토리 라인이 뭔지는 저는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주인은 알았던 거죠. 이 이야기에 교묘하게 숨겨놓은 빠진 그 퍼즐을 말이죠.

그때부터 그는 점점 미쳐갔어요.

그는 매일 김 대표가 왜 그랬을까? 실이의 주인 강아지는 왜 갑자기 버림받았을까? 분명 김 대표가 조사서에게 실이에 대해서 불평을 할 때 실이가 잘못 묶는 인연들을 끊고 다시 붙이고 일이 많다고 했는데 왜 실이에게 한번 끊어진 연은 이을 수가 없다고 했지? 주연과 늘의 운명이 왜 칼에 잘린 듯 바뀐 것 같지? 그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매일 수면제를 먹어 가면서 억지로 잠을 잤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말이죠. 하지만 그는 결국 알 수가 없었어요."

"왜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결국 일어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김 대표에게 따져 달려가서 물었죠. 혹시 내게 말한 이야기 중에 빠진 게 있냐고 나 때문에 인간이 죽었다고 말이에요."

"김 대표에게 따져 물었다간..."

"맞아요 그는 오히려 저에게 화를 냈어요 인간 따위에게 고귀한 그림자 세상의 이야기를 한 거냐면서 불 같이 화를 냈어요 김 대표의 그런 표정은 정말 처음 봤어요. 마치 다른 사람처럼 그의 눈은 광기가 불타오르는 듯이 타고 있었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저를 죽일 듯이 다가와 따져 물었죠. 하지만 저도 기죽지 않고 같이 그에게 달려들었어요. 내가 당신에게 그림자에게 말 안 한다고 했지 언제 인간에게 말 안 하겠다는 했냐면서 말이에요.


한 참을 다툰 후에 그는 저를 그림자들도 오지 못하는 자신의 그림자 입주 사무실 지하 깊은 곳 어두운 감옥 철창 속에 저를 가뒀어요. 그리곤 마지막 남은 거울의 힘으로 내 기억을 지우겠다 엄포를 놓고 떠났죠.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주인과 제가 함께 만들어 가던 그 스토리를 마무리 지어야 했어요. 그와 제가 서로 한 몸이 된 듯이 같이 써 내려가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기에, 그와 나의 마무리도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었어요. 어쩌면 그게 제 마지막 남은 바람이었죠."

"인간과 그림자가 한 몸이라...."

"늘"은 조사서의 눈빛에서 그림자 세상이 아니라 만약 인간의 몸에 그림자가 집을 짓고 살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더 힘이 되어 더 멋진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저는 김 대표가 저를 잡아 거울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제 온 힘을 다해서 도망치려고 했죠. 그리고 거울에게 말했어요 나는 정말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 그리고 만나야 사람이 있어 제발 제발 구해달라고 그 거울이 그림자들 위해 만들어진 거울이니까 적어도 간절한 제 소원을 들어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리고 제 생각이 맞았어요. 거울은 자신을 산산 조각내서 부서져 가면서 저를 탈출하게 해 주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부서지는 그 순간 거울은 저에게 어떤 영상을 비취어 줬어요. 안 에스텔을 연거푸 말하며 잠꼬대하는 김 대표를 향해 거울 속에 펼쳐지는 책의 모습을 말이죠. 어쩌면 그 거울은 저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그만 그의 악행을 막아달라고 말이죠."

"도대체 그 사건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래?"

"그건 이제 우리 그림자 세상으로 걸어가면서 이야기해요. 당신도 어느 정도 기력을 찾은 것 같으니 말이에요"

둘은 주연의 집을 나와 조용히 금빛 호수 공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사서는 결심한 듯 굳게 다문 입을 벌려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피리 연주가 있었던 날 많은 이들이 죽었어요. 인간 세상에서도 그림자 세상에서도 말이에요. 저도 인간 전쟁과 그림자의 증오라는 책에서 봤어요.

p99 청명한 하늘에 어울리지 않은 음울한 음악 피리 연주 소리가 들리더니 인간 세상에는 많은 피바람이 불었고 그림자 세상에는 눈을 감고 뜨면 서로가 서로를 증오해서 벌이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