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세상의 소문의 무서움
안 에스텔 책 1 (내가 만들어 보는 책 속의 오디오 북)
"김 대표의 이야기는 보통 "내가 눈을 떴을 때"로 시작되었어요. 아마도 그 책 이후에 벌어진 자신의 이야기 었던 것 같아요."
조 사서는 금빛 호수 공원을 걸으며 회상에 잠긴 듯 그때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그림자 세상의 초대 관리인인 장 대표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는 나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어쩌면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보고 있었고 얼마 후에 나에게 비수 같은 말들을 쏟아냈지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한지 알아요? 당신은 분명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거예요 평생 동안 말이에요"
"네?... 그게 무슨?"
그는 아무 말 없이 커튼을 열어 내가 잠들어 있던 곳 창문 밖의 모습을 보여주었어.
그곳에는 그림자들끼리 서로 죽이듯이 싸우고 있었어. 그리고 서로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내가 불었던 피리 연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어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장 대표가 말을 했지
"당신으로 인해 인간 세상은 많은 피로 물들었고, 이곳 또한 이제 남은 그림자들이 3분의 1밖에 없어요. 그리고 만약 그림자 세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인간과 짝을 이뤄야 하는 그림자 수가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어요"
"그.. 그래서요?"
"그림자 수가 정상이라면 자동으로 인간과 짝을 이루게 되었겠지만... 이제 그 수가 부족하게 되었으니 평생 당신은 그림자와 사람을 엮어주는 역할을 해야겠어요. 당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죄가 없어요! 만약 죄가 있다면 이 그지 같은 그림자 세상에 태어난 게 죄라면 죄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당신의 생각이니까 그럼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때요? 당신이 이 그지 같은 그림자 세상을 당신이 원하는 그림자 세상으로 바꾼다고 말이에요."
"제가 원하는 대로요?"
"네 그래요 당신이 인간과 그림자의 짝을 정하기도 하고 룰이 없던 그림자 세상에서 새로운 룰을 만드는 거죠 어때요? 원하는 그림자 세상이 있나요?"
장 대표가 던진 그 질문이 나를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지.
내가 원하는 그림자 세상이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있어요. 인간이 죽으면 그림자의 기억도 지워지는 거예요. 그들과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말이죠 그리고 주인이 일한 만큼 그림자도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과거 다른 그림자가 만든 결과가 저에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오직 제가 만든 결과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각자 원하는 집을 주고... 갚게 하는 그런.."
"그래요 기억을 지운다... 그게 지금 그림자가 부족한 현실의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다른 것은 차차 우리 이야기하기로 해요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그럼 인연의 끈을 어떻게 끊고 붙이는지 설명해줄게요. 저를 따라와요 제가 미리 준비를 해 두었으니"
그리고 그는 나를 입주자 센터 지하 3층 어두운 구석에 있는 철창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말했지.
"그림자와 인간의 인연을 맺는 건 어떠한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지 않아야 해요. 그래서 저는 당신을 이곳에 가두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할 거예요. 당신의 식사 당번만 빼고요. 클클클클"
사악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나는 문뜩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나를 철장에 가둬놓고 자물쇠를 채워 버렸지. 나는 그에게 소리쳤어 아까 약속과 다르지 않냐고 나만의 그림자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지 하지만 그는 아까와는 다른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했어.
"그래요 당신의 부탁을 들어드린다고 했지 당신이 그 일을 하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죠. 이제부터 제가 당신의 부탁대로 그림자 세상을 재건할 거예요 하지만 아무도 당신의 존재는 모를 거예요 평생 이곳에 갇혀 인간과 그림자를 엮는 일만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그래요 당신이 그림자인 것처럼 그림자 인생을 사는 거죠! 클클클클"
사악한 그의 웃음소리가 지하에 울리면서 나는 깨달았지 이제 내가 그의 그림자 인생을 살게 될 것을 말이야. 하지만 나는 절대 그의 그림자 인생으로 살고 싶지 않았어 나는 그 유명한 음악가의 유일한 제자였으니까 내 피리를 다시 찾아 그에게 복수하리라 결심했지.
그리고 그 복수의 방법은 내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온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지. 혹시 그림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소문이야 그 소문이 진실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아 일단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그 그림자에게 빨간 인주가 새겨진 것처럼 지워지지 않게 되는 거지 심지어 나는 그걸 평생 직접 겪었었지. 그래서 나에게 밥을 주러 오는 그림자에게 소문을 내기 시작했어. 그림자 세상과 인간세상의 피바람이 불었던 이유가 장 대표 때문이라고 말이야. 매일 갇혀서 그림자 세상에 일하다 보니 그림자 수가 너무 많아져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자 그런 일을 벌였다고 말이야. 처음에 그 말을 들은 그림자는 에이 아니라며 나를 미친 사람 취급을 했어 하지만 내가 그 증인이라며 내가 그들이 존경하는 유명한 음악가의 제자라고 내 스승의 이름을 말했지. 그랬더니 그 그림자의 눈빛이 바뀐 걸 느낄 수가 있었어. 그는 그 이름 하나로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사실로 믿게 되었고 그림자 세상에는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게 되었지
"장 대표가 그림자들이 존경하는 음악의 신의 제자를 협박해서 그림자들을 죽이라고 피의 연주를 하게 했데"
"장 대표가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음악의 신의 제자를 어느 지하 감옥에 가둬 두었데"
"우리는 그를 구해야 해 악덕 장 대표를 몰아내야 해!"
그렇게 그림자 세상에서 처음으로 폭동이 일어났어 그 말도 안 되는 소문으로 인해서 말이야. 그림자들은 몰려와서 나를 지하 감옥에서 꺼내 주었어. 나는 그들과 함께 장 대표가 밧줄로 묶여있는 입주자 센터 사무실로 올라갔어. 그리고 그들은 내 눈에 비치는 분노를 눈치챘는지 장 대표를 알아서 하라고 자신들은 밖에 있겠다고 말했지 그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이야. 드디어 둘만 남은 방 안에서 그는 핏줄이 터지는 눈과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나를 죽이듯이 노려보면서 발버둥 치며 외쳤어
"위선자! 도둑놈! 거짓말쟁이!"
다행히 그의 손발은 그림자들이 꽁꽁 묶어놔서 그는 움직일 수가 없었지
"말조심해! 누가 거짓말쟁이가 될지는 소문이 정하는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두었을 뿐!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말해 내 피리 어디다가 뒀어?"
"내가 그걸 그냥 나뒀을것 같아? 진작 저 거울 속에 던져 버렸지! 넌 영원히 찾을 수도 그 피리를 불 수도 없을 거야!"
"뭐? 네가 감히!"
"나는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어. 내가 너의 마음속에 있는 그 어두움을 보았을 때 말이야. 하지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지. 나도 너의 스승도... 하지만 아니었어. 너는 천성 자체가 악한 그림자였어. 그래서 비록 내가 죽어도 너는 대표가 될 수 없을 거야. 매일 너의 그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들이 너를 찾아와 괴롭힐 거야 억울하다며 복수를 해야겠다며 너는 다른 그림자가 절대 될 수 없어 너에겐 잊을 수 없는 상처들이 너의 몸에 이리저리 이미 씻을 수 없는 자국들을 만들어놨어 너만 보지 못할 뿐이야!"
"닥쳐!!"
나는 그의 말에 분노가 나를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이미 그를 거울 속으로 던져버린 후였지. 그가 거울 속에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말했어.
"네가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운명의 피리가 다시 너를 찾아와 네가 바꾼 운명을 다시 불러올 거야"
그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쯤 그가 내가 한 말들을 다시 떠올려봤어 나의 과거들이 나를 매일 옭맬 거라고 한말을 말이야. 그래서 나는 장 대표를 만나기 전의 내 과거 기억을 한점도 남기지 않고 한 권 책으로 써서 거울 속에 던져버렸어 더 이상 과거가 나를 옭아매지 못하게 말이야. 그리고 새로운 그림자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지. 나의 유토피아를 말이야.
슬픈 기억 괴로운 기억이 모두 없는 그림자 세상
주인과 함께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그것이 모두 내가 되는 세상
내 이름으로 된 따뜻한 집과 행복하게 구성된 가족이 있는 세상
이게 다 내가 만든 거야 이 김 대표가 말이지
조 사서는 자신이 만든 그림자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짝 거리는 그의 눈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들던 김 대표가 갑자기 그날 이후 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나와 김 대표가 그림자 세상 밖에 텐트들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너무 추운 겨울 저녁이었는데도 한 검은 텐트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앞에 빈 깡통이 놓여 있었어요 그리고 그 깡통에는 그림자 황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죠. 그리고 갑자기 그곳에서 김 대표가 우뚝 멈춰 서서 몇 분을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김 대표 대신 그 옆에 있던 텐트 주인에게 그림자 황혁이 누구냐고 물어봤었는데, 아주 게으른 주인을 만나 맨날 구걸을 하는 그림자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은 그런 그 애가 불쌍해 이렇게 매일 페니 몇 개를 던져준다고 하면서 생각난 김에 하나 더 던져줘야 하겠다면서 페니를 던졌는데 찰랑찰랑 고요한 텐트촌에 그 소리가 메아리치며 들렸죠. 그 소리를 듣고 김 대표의 어떤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읽은 책 속에 적힌 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일까요?"
"아마도요.. 그에게는 절대 잊지 말았어야 할 기억 같아 보였어요. 절대 말이죠!"
그 당시 그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소름이 끼치는지 자신의 양팔을 꽉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인간"늘"은 그런 조 사서와 함께 그림자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 9-B 표지판에 멈춰 섰다. 그리고 조사서는 늘을 향해 말했다.
"늘!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어떠한 파도가 와서 당신을 휩쓸고 갈지 몰라요. 그리고 제 마지막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말이에요. 제가 잘못되면 여기 이 종이에 적혀 있는 사이트에 있는 제 주인과 제가 쓴 글들을 그림자 세상에도 인간세상에도 올려주시겠어요?"
조사서는 자신의 손에 있던 꼬깃하게 구겨져 있는 종이를 을의 손에 쥐여주며 물가로 뛰어들었다.
"늘" 은 조 사서가 자신에게 쥐여준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펴서 조용히 읽었다.
가제: 그림자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D: 야초툰의 그림자 /비밀번호: 비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