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이 불러온 나비효과
그리고 얼마 후 김 대표는 나에게 주연이라는 아이의 그림자를 자기 앞에 데려오라고 했다.
나와 주연의 그림자가 오자마자 김 대표는 그 그림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어떤 말들을 그녀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늘에게 받은 편지 말이야 주연에게 잘 갖다 줘야 해 그게 그림자의 역할이니까!"
김 대표를 밀쳐내고는 입을 빼쭉내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연의 그림자가 말했다.
"그림자! 그림자 그림자 누가 그림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줄 알아? 김 대표는 그 "늘"이라는 인간 잘 알아? 나는 잘 알아 그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 인간 노릇도 못하는 작자야! 내가 얼마나 많이 봤다고 그 인간 때문에 내 주인... 주연이만 불쌍했지! 주연은 늘 너는 첫째니까 동생을 잘 돌봐야 해라든가 너는 첫째니까 본보기가 돼야 하니까 공부도 잘해야 한다고 늘 잔소리를 들으면서 자랐어. 네 동생인"늘"은 희망이 없다며 말이지 두 명의 기대를 한 사람이 감당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나는 알아 내가 안다고..."
"그러니까 주연이는 정말 불쌍해! 왜 첫째로 태어나서 말이야 심지어 9분 차이로 운명이 결정되다니 말이야 심지어 이제는 동생을 사지로 몰아놓은 인간이 되겠네 쯧쯧"
"아... 그러네 인간 세계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주연이 평생 구박한 동생이 사라졌으니"
"맞아.. 오랫동안 동생이 안 나타나면, 어쩌면 주연이 범인으로 몰려서 감옥에 갇힐지도 몰라 물론 너도 주연을 따라가야겠지 그 어두운 감옥으로 말이야. 아무래도 이제는 그림자 "하늘"이 다시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 너는 평생 빛도 없는 어두컴컴한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할 거야. 너의 주인과 같이 말이야"
"아... 안돼.. 불쌍한 주연... 나도 정말 싫어.. 나는 햇빛을 봐야 해 난 햇빛이 좋아.."
"참 안타깝게 됐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우리가 바꿀 수 있겠어? 인간 세계는 인간 세계의 법으로 돌아가고 그림자 세상은 그림자 세계의 법으로 돌아가잖아 그 둘이 바뀌면 모를까 말이야.."
"... 잠깐.. 김 대표의 말은 즉슨... 그림자 세계가 인간 세계를 잠식하면 나와 주연이는 감옥에 안 갈 수 있다는 거야?"
"그래 어쩌면 말이야.. 심지어 너와 주연과는 평생 친구처럼 한 몸으로 지낼 수 있을 수도 있어.. 아주 간단한 방법인데.. 이리 나귀 좀 이리 가까이 대봐"
"어.. 어... 그래!!"
실제로 둘이 귓속말을 하는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었던 건 그 이후에 그들의 계획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지? 그건 너무 쉬운데? 그런데 나만 알기 좀 그렇다. 다른 그림자들도 인간과 대화하고 싶은 그림자들이 많을 텐데 그런데 한 몸이 된다니 너무 꿈같은 일 아니야?"
"그럼 이건 어때? 우리 금빛 호수 공원에 공연장에서 연설을 하는 거야 좋은 건 서로 나눠야지 특히나 너의 그 울림통은 다른 그림자들에게 큰 울림이 될 거야 어때? 우리만의 세상을 만드는 걸 말이야. 너는 내가 부는 피리처럼 메시지 전달자가 되는 거지? 어때? 한번 해보지 않을래?"
"콜"
그리고 김 대표는 그 계획을 진행할 동안 "늘"을 묶어둘 몇 명의 미끼의 그림자를 먼저 그 연설에 참가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 피리를 빼앗고 자신에게 불어보라고 능욕한 황혁!
내 어머니를 식모라고 하며 마음껏 부려먹은 조우리!
나에 대해 험담과 모함을 하고 다녔던 송준!
끼리끼리라더니 조우리와 송준은 서로 죽이지 못해 사는 부부니까 더 쉽게 쌍쌍이 미끼가 될 수 있겠어!! 클클클클"
사실 김 대표는 자신의 과거 속 모든 그림자들은 김 대표의 복수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김 대표의 복수는 인간의 영혼을 탐하므로 인해서 겪지 않아야 할 감정의 소용돌이 그 자체 었다. 그 소용돌이들은 인간 "늘"이 그림자 "하늘"이 되어 시간을 잠식하게 만들었고 그 시간 동안 김 대표는 자신의 계획대로 그림자들은 점점 인간의 영혼을 숙주 삼아 그들의 몸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들의 선봉에는 주연이 있었다. 인간 세계는 그렇게 그림자 세상이 되어버렸다.
"늘"은 조 사서가 남긴 이 책의 이야기가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자신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늘"은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인간보다 더 어두운 사람이라 그들 속에 끼지 못하고 겉돌았던 이전의 모습에서 이제는 자신이 그들 중 하나인 사실이 점점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다.
인간들의 얼굴은 점점 그림자처럼 어두워지고 말을 좋아하는 그림자와 같이 "그랬대더라" "카더라"와 같은 거짓 뉴스들이 사실인 것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은 조 사서의 부탁대로 이렇게 소설을 끝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화 된 인간들 어둠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을 내기엔 자신이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러한 생각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의 추억의 뿌리에서 시작된 열매 같은 것들이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늘"은 아파서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곧잘 소설을 읽어주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 소설을 읽기 전에 어머니가 늘 물어보던 질문이 있었다.
"늘아! 그 소설 해피엔딩이야?"
"해피엔딩... 아니.. 이건 소설가가 나중에 자살을 해"
"에이 그럼 다른 소설 읽어줘 엄마는 해피엔딩이 좋더라!"
"왜?"
"그냥 엄마는 현실이 해피엔딩이기는 쉽지 않지만, 소설은 작가가 해피엔딩으로 바꿀 수 있잖아. 그러니까 "늘"이 소설을 쓴다면 꼭 그 끝은 해피엔딩이었으면 해 "늘"의 인생처럼 말이야"
어릴 때 어머니의 그 말이 "늘"의 뇌리에 뿌리처럼 박혀있었다. 그리고 주연도 지금 그림자 화가 되었어도 그 안에 뿌리처럼 내린 어떤 추억들로 어쩌면 다시 그녀를 인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늘"의 가슴속에 바람처럼 불어왔다. "늘"은 다시 눈을 번뜩이며 다시 금빛 호수 공원으로 뛰어 나갔다.
“늘”이 뛰어가고 남은 노트북에 발행된 한 권의 책의 제일 하단에 적혀있는 글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