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 vs 조 사서
“늘"이 정신을 잃게 되었을 때 멀리서 개가 짖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 안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영혼도 없는 자신과 함께 있었던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마치 자신의 몸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여러 개의 조각들이 자신의 몸에서 하나하나 빠져나가서 자신의 몸 마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아득한 저 멀리서 어떤 목소리가 아니 어떤 강아지 울음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야! 하늘 아니 늘! 정신 차려! 왈왈왈왈 아 정말 미치겠네"
그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뜨려는데 저 멀리서 빛나는 두 눈이 자신을 행해 헤엄치고 오고 있었다. 분명 사람의 형태가 아닌 개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리고 "늘"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잃은 늘을 향해 실이가 개헤엄을 치며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실이를 김 대표가 바짝 따라오면서 말했다.
"아니 실이 너 어디 사라졌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으르르릉 으르르르릉 나 건드리면 가만 안 둬!"
라고 말하는 실이의 눈에 김 대표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눈빛은 이미 김 대표가 꾸민 그동안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듯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김 대표는 그 모습을 보며 건들면 정말 사단이 날 것 같은 표정이었으므로 섣불리 실이의 행동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실이를 따라오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에휴 실이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어 이미 걔는 늦었어! 우리야 이 호숫물이 그림자 세상을 가기 위해 밥먹듯이 오가 가는 길이지만 걔는 아니잖아 쓸데없는 짓이야"
"글쎄 쓸데없는 짓인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해 그리고 네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으르르릉.."
"무슨 말이야? 내가 뭘? 증거 있어?"
"그림자 세상에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증거야! 너는 네 세상 만든다고 아마 못 봤겠지만 난 똑똑히 봤어 네가 나의 인연의 줄을 끊었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너의 목숨줄을 내가 끊어줄 거야 내가 너의 아버지의 그림자였던 말던 상관없어 나는 이 아이를 살려야겠어!"
"그게 무슨...! 블라인드? 아아아 아악"
갑자기 김 대표는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실이 역시 머릿속에 바늘 같은 무언가가 뇌를 해 집고 다니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간신히 늘을 데리고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물 밖에도 많은 그림자화 된 사람들이 땅 속에 숨겨놓고 죽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린 씨앗들이 다시 자라나서 자신의 머리를 해 집고 다니는 듯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리고 실이의 등 뒤에 그두명의 실루엣이 비쳐졌다.
"이건 예상을 못했는데.. 아마도 김 대표가 거울 속에 가둬두었던 그림자들의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거예요 아마도 늘어 정신을 잃으면서 들에게 옮겨졌던 거울이 조각나게 되면서 벌어진 일들이겠죠? 역시 늘은 늘 상상 이상이에요"
"제 쌍둥이 동생이니까요 늘 상상 이상으로 생명력이 질기고 지저분한 아이였죠."
"왈왈왈 지금은 주연 당신이 더 지저분한 것 같은데? 클클클클"
주연은 자신의 몸을 한번 쭈욱 훑어보더니 그렇다며 웃었다. 물에 젖은 듯 홀딱 젖은 몸과 진흙탕에 뒹군 것 같은 진흙이 온몸 가득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조 사서가 보고 머쓱해하며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니 당신이 반항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폭력을 쓸 수밖에요."
주연은 자신도 민망한 듯 조 사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그때는 정말 간절했어요 제가 또 동생을 죽인다는 생각에... 늘이 우리 둘만 알고 있는 추억 이야기했을 때 잠깐 제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정신이 들었을 때 제 동생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 대고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그 물가에 뛰어들게 되었죠. 제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까먹고 말이죠."
"저희야 놀라긴 했지만 뭐 차라리 잘된 거라 생각 했어요. 어차피 당신도 그림자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호숫물에 밀어 넣어야만 했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일석이조였죠. 하지만 고통도 일석이조 일 줄 몰랐어요. 당신이 물에 안 나온다고 해서 제가 당신과 흙탕물 싸움을 한 거랑 의도치 않게 실이가 갑자기 깊은 잠수를 해야 했으니 말이에요"
"켁켁켁 그렇지 내가 제일 큰 일을 했지 왈왈왈왈 그런데 조 사서! 저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실이는 자신의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림자들을 향해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그림자 자신의 잊혀버린 과거를 기억하게 되었지 좋든 싫든 말이야 그리고 다시 돌아온 기억의 고통에 몸무림 치다가 저 호숫가로 들어가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인간과 그림자가 나눠져 자신의 위치에서 살게 되겠지?"
"다시.??"
실이는 다시 인간세상과 그림자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조 사서의 한다는 말에 이를 꽉 깨물고 있던 자신의 모든 긴장이 몸에서 빠져 나간 듯이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그리고 연이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
"깨깽깽깽"
"실아 실아!"
"주연 씨 괜찮아요. 실이에게도 잃어버린 기억들이 돌아오고 있는 거예요 아까까지만 해도 늘을 위해 억지로 돌아오는 기억을 거부했던 기억의 조각들이 이제 제 주인인 실이에게 돌아오는 거겠죠 그래도 다른 그림자들처럼 고통스럽진 않을 거예요. 실이는 늘과 다니면서 문뜩문뜩 자신의 과거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늘과 대화하면서 제가 스쳐갔던 과거를 다 알게 되었죠."
"그래서 당신은 괜찮은 건가요? 저는 왜 아무렇지 않죠?"
"아니요 저도 머리가 지끈 거리긴 하긴 해요 그래도 뭐 새로 쓸 글에 대한 흥분이 고통을 누른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림자가 물에 빠지면서 그림자 세상으로 돌아가서 인간인 당신은 고통스럽지 않은 거예요 그러고 보니 인간인 당신이 그림자인 저와 대화를 하고 있네요?"
"아... 그렇네요 아마도 그림자화 되었던 시간에 그림자의 언어를 배운 것 같아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이제 그림자가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니까.. 그런데 김 대표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요?"
"김.. 대.. 대표는... 과거 속에 무언가를 보았어. 어. 실이에게 숨겨져 있던 과거의 조각을 말이야"
백지장처럼 창백한 안색을 한 날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더듬더듬 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조 사서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호숫가에 밀었어!! 조 사서 당신이 말이야! 주연 당장 그 그림자에게서 떨어져!"
"뭐? 이 그림자가 너를 밀었다고?"
장난스럽게 씩 웃고 있는 조 사서에 뒤에 서 있었던 주연은 당황한 듯 그의 얼굴을 째려보며 늘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그들을 비웃듯이 조 사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클클클클 그 시나리오도 뭐 나쁘지 않네요. 흥미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