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 많은 개의 복날
새해 첫날 일찍 출근한 부장님이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모두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곤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아! 허대리는 복을 더 받을 필욘 없겠어~ 이미 일복이 충분하잖아~하하하하”
그는 장난이라는 제스처와 함께 그의 방으로 얄밉게 쏙 들어가 버린다.
내가 그런 그를 째려보려고 뒤를 도는 그 순간
마치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무섭게 전화벨이 미친 듯이 울렸다.
~띨리리리리리~엘렐리리리~
‘아 그렇다... 나란 여자’ 아니 호텔 직원들은 나를 “일복 많은 미친개”라고 부르니까
일복 많은 나란 미친개는 오늘도 바쁘지만 허무한 데자뷔 같은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한숨을 크게 ‘후우’ 내쉬면서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손님이
“오늘 메시지로 받은 호텔 패키지 할인 프로모션으로 객실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약간 말을 더듬으며
“네? 무슨... 메시지를 말씀하시는지..”
(생각해 보면 내 응대는 늘 놀란 듯 당황하며 였다. 평범한 전화는 없었기에....)
“아니 오늘 호텔에서 메시지가 왔는데 여름 패키지 할인 프로모션이라고...”
“(아! 네~로 시작하는 필살기!! 생각할 시간을 끌며)
아... 네!! 아~네..
아! 제가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손님 성함하고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확인 후에 전화드릴게요.”
그리고 그 전화가 끊어지기 무섭게 홍보팀 내선번호가 찍힌 전화가 울린다.
그 홍보팀 번호를 보는 순간 미친개가 뿜어내는 거품이 입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차분히 전화를 받는다.
“아.. 아.. 허대리? 아.. 그게 여름 패키지 프로모션 내일 보내기로 했었는데 그게 오늘 아침 회의에서 갑자기 오늘 보내라고 결정이 나서...”
“.. (싸늘).. 네 그런데요...”
홍보팀 그녀는 내 목소리(예약실의 미친개)를 확인하고 나서는 갑자기 안절부절 횡설수설 말을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회의 어쩌고 프로모션 어쩌고 저쩌고 사실 이성의 끈이 끊긴 후에 들은 말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나는 겨우 입에서 나오는 거품을 정리하고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그녀가 하는 말을 딱 잘라 말하며
“메일로 프로모션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라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매일 이런 식 나는 매일 이런 유의 데자뷔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복 많은 미친개에게 오는 일들은 예고는 당연히 없었을 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레프트 라이트 훅훅 쨉 쨉을 날리면서 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그렇게 많이 맞았으면 맷집이라도 생길 만도 한데 오늘도 역시 이미 정신은 K.O. 패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대고 나는 내가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채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지만 이미 시간은 퇴근 시간이었다.
다시 부장이 방에서 나온다.
“아 오늘 예약이 역대급으로 많이 들어왔어! 역시 허대리!”
엄지 척을 올리며 퇴근하는 그의 손목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불쌍한 미친개는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기와 자판을 치는 일들로 이미 두 손은 포화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 받은 객실 예약들이 모두 객실료 선불로 결제하는 예약이어서 나는 또 자리를 옮겨서 카드 결제를 하고 있었다.
"띠띠띠띠띡띠이이익?? 뚝"
열심히 결제하고 있는데 갑자기 카드기가 반응이 없다.
"어라? 야 죽었냐? (툭툭 치며) 안돼 나 집에 가야 돼 너까지 왜 이래!!"
붙들고 울고 싶었다.
급하게 전산실에 문의했더니 카드 기계가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 하루에 최대 천만 원인데 내가 그 금액을 이미 다 결제했다는 것이다. 한 번도 그 누구도 하루에 그 금액을 찍어 본 사람이 없었기에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었고 그 일이 있었던 이후 우리는 한 개의 추가 카드 기계를 더 구매하게 되었다.
그때도 역시 옆에 있던 과장님이
“허대리가 있으면 우리 조만간 기계 하나를 더 사야 할 수도 있어!”
무심코 뱉은 과장님의 그 말도 여지없이 얼마 안 가 이루어졌다.
(한참 뒤에 그 과장님의 퇴사하는 날 말이 씨가 되었었다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퇴근길에 손목이 저려왔다.
일복이 많은 주인에게 퇴근 후에 주는 최소한의 운이랄까?
일이 끝나고 나니 미친 듯이 쑤셔왔다.
너도 내 손목이라서 고생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누가 누굴 위로하니.. 나야말로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회의감에 눈물이 났다.
미친 듯이 일해서 미친개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지친 걔였다.
지친 걔는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펜을 잡았는데 펜을 잡을 수가 없었다.
손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펜을 잡지 못하는 떨리는 내 손을 겨우 옮겨서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들었다.
'한 캔 받고 한 캔 더! 안주도 야무지게 먹어야지'
흔들리는 손에 들린 맥주는 더 달았다. 맥주 거품이 더 부드러웠던 것 같았다.
내 목을 타고 내려오는 그 거품이 나중에 일할 때 뿜어져 나오는 거품이 될 지라도 난 이 순간을 즐기리!!
한참 얼큰하게 취해 있을 때 남편이 현관문을 열었다.
"띠띠띠띡"
그리고 취한 나를 쳐다보며 놀란 듯 소리쳤다.
“너... 알코올 중독인가 봐 맥주를 든 오른손이 미친 듯이 떨려!”
“미친! 미친개한테 물려볼 거야! 으르르릉!”
다음날... 체 중계에 올라가서 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어제 난 무슨 짓을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