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이 모자란 유리 선배
“씨뱅이 어제 전화 많았다며?”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다가오는 유리 선배.
그녀는 씨익 이를 드러내며 나타났고
나는 그런 그녀를 살인적인 눈빛으로 쏘아봤다.
“야 그럼 어쩌냐!!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나라도 별수 있냐?”
능글맞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나는 위아래로 째려봤다.
구릿빛 얼굴에 심지어 구리에서 인천까지 장작 왕복 4시간을 버스 타고 출퇴근하는 그녀는 툭 튀어나올 것 같은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 눈 위로 진한 쌍꺼풀 두 줄이 짙게 그어져 있었다. 그 아래로 실룩거리는 입으로는 어느새 ‘미안해 미안해 근데 어쩌겠어’ 라며 연신 중얼거리면서 내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그녀의 말에 따르면 ‘만약 내가 인도에 가면 나마스떼라고 인도인이 먼저 인사를 먼저 건넬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어떻게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랬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정말 이름 유리처럼 사람들과 관계도 유리처럼 친해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친한 사람 안 친한 사람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암수를 구별했다.
그래서 그 친해진 사람 사이에도 차별이 있었다.
남녀차별!
남녀차별!? 에피소드 1
어느 날은 점심을 같이 먹고 직원 식당 복도 코너를 도는데 시설부 기사님이랑 유리 선배랑 어깨를 부딪쳤다. 나는 당황해서 괜찮아?라고 말하며 유리 선배와 그 기사님을 번갈아 봤는데...
선배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씽끗 웃으며 기사님을 쳐다보며
“아 이렇게 스친 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내요 우리!”
!!!!
아 어떻게 그 몇 초안에 저런 단어를 내뱉을 수 있을까 정말 감격했다.
남녀차별!!? 에피소드 2
유리 선배와 야근을 같이 하고 아침 조에 인수인계를 하고 있는데 그날은 아침 조인 남자 선배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유리 선배는 역시나 그 선배에게 안색이 좋지 않다며 물어봤고 그 남자 선배는 어제 과음을 해서 피곤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바로 그 유리 선배는 ‘아이고 선배가 피곤하면 안 되지 않냐 “면서 믹스커피를 타서 그 선배 앞에 대령했다. 심지어 호호 커피를 불어가며 식히고 오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그리곤 뒤에 조금 늦게 온 여자 후배에게는 호통 치며 “시간을 딱딱 제시간에 맞춰야지! 습관 된다”라며 혼을 냈다.
남녀차별!!!? 에피소드 3
나는 그렇게 차별하는 선배에게
“이럴 거면 나도 남자로 태어날걸! 선배가 아주 잘 가르쳐 줄텐데~!!”
툴툴 거리며 말했더니
유리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아 그럼 네가 남자 후배였으면 내가 무릎에 앉히고 우쭈쭈 교육시켰을 거야!
헛소리 말고 예약 들어온 거 정리나 해!!”
그 눈빛은 정말 진심이었다. 서운했다.
나는 선배와 더 친해지고 싶어서 한 볼멘 소리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선배 또한 그걸 눈치채고 그렇게 대답했으랴.
조용히 믹스 커피를 타서 내 테이블 위에 툭 하니 놓고 갔다.
"씨뱅이 너 말이 너무 많아 마시고 해!"
(츤데레인가? 이사람?)
그렇게 같이 야근을 하면서 같은 시간대 근무를 하면서 마치 군대 동기처럼 우리는 더 끈끈해졌고, 이 사람이 "씨뱅이" 하면 내가 "어"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친분이 쌓여가면서 웃긴 일도 더 늘어났다.
선배가 변할까? 일화 1
유리 선배는 아침에 굳은 얼굴로 출근을 했다.
왜 표정이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어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선배가 후배에게 욕을 하면서 일을 시키는 게 안 좋아 보였다며 오늘부터는 나에게 욕을 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대우해준다고 했다. 개뿔 뜯어먹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에 대한 호칭을 언제부턴가 씨뱅이라고 불렀었는데 별다른 뜻은 없단다. 말은 더럽게 안 듣고 성격은 어찌나 더러운지 그렇게 지었다고 했었는데 그 호칭이 이젠 내 애칭처럼 느껴졌었다. 아무튼 이제는 후배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첫 전화를 받았다. 손님이 여지없이 매니저를 찾는 것 아닌가? 컴플레인할 게 있다면서 나는 조용히 유리 선배의 내선번호를 눌렀다. 당시 나는 주임 선배는 대리였다.
유리 선배는 내 내선번호가 찍힌 걸 보고
“후배님~ 무슨 전환데 넘겨요?”
“응 컴플레인이요”
“아씨! 씨뱅이!! 설명을 하고..
“빨리 받아! 손님 엄청 화났어!”
“너!! 씨뱅이 이따 보자 아 고객님 네네..”
그 일은 5분 천하가 되었고 후배님이란 소리는 다시 듣지 못하게 되었다.
선배가 변할까?? 일화 2
같이 야근을 하다가 유리 선배는 어제 들어온 객실 예약이 총 5장 나왔는데 반반 나눠서 정리하자고 했다.
그래 라고 했더니 앞에 3장을 나에게 주고, 나머지 2장을 자신이 가지면서 ‘야 앞에 예약은 정리할 게 없어 원래 이거 씨뱅이 네가 다 해야 하는 건데 자기가 도와주는 거야 ‘ 라며 생색을 냈다.
내 눈치를 살핀다. 나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다시
“야 이런 선배 없다! 2장이나 봐주다니~ 너 고마운 줄 알아!”
나는 무시하고 하던 일을 했다.
“아니!!! 씨뱅이 고맙다고 해야지!”
라고 유리 선배가 대답을 재촉하자 나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거 마지막 한 장 예약 한 개잖아 2장 아니고 사실 한 장이잖아 내가 봤어!”
선배 긴 머리카락 뒤로 귀가 새빨개 졌다.
거짓말할 때 선배의 귀는 빨개진다. 나는 그 귀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맞구나 “라고 생각했다.
유리 같은 인간관계를 가졌지만, 유리처럼 투명한 사람 그런 사람이 선배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따르고 싶었거나 존경하는 어른은 없었다. 학교의 선생님도 유명인들도 다 나와 다른 거리감 있는 다른 사람들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를 점점 알게 되면서 나는 저렇게 한번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고 상상하게 되었다.
나와 다르지만 닮고 싶은 하지만 성유리를 전혀 닮지 않은 선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내가 승진해야 할 때가 되자 예약 부서에서 홍보부서를 부서 이동을 신청했다.
“야 고인물이 빠져야 물이 순환되는 거야!! 내가 거기 가야 네가 승진하지!”
라며 아무렇지 않게 갔지만 마지못해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홍보부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데 직책을 달고 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는 알지 못했다.
홍보부에서 축 쳐져 있는 선배에게 점심 먹자고 다가가면 그녀는 쌩끗 웃으며
“야 그래 가자! 우 씨 300만 원도 안되게 버는데 한 달 카드 빛만 500만 원이다. 다 미친 술값이야 술값”
라고 푸념하며 다시 퇴근 후 2개의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직원 식당에서 마주친 세일즈 지배인님을 나에게 조만간 형부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 남자 지배인은 쌍욕을 하며 질색은 했지만 아니라곤 안 했다. 그만큼 친한 사람일 터.
어쩌면 이 호텔은 신사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과 일복 많은 미친개가 그림 그리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제목은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호텔’이 어떨까?
내가 미친 개니까 개 냄새도 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