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부장! 당신은 내 인생의 빌런이었어

나를 울린 그 부장

by 야초툰

나는 호텔에서 일할 때 야간에 근무하는 걸 좋아했다.

어두운 밤 사무실에 나와 동료 둘만 남아 있는 사무실의 정적이 좋았다.

'타닥타닥'

컴퓨터 자판 소리만 들리는 그런 날에는 나도 모르게 혼자 이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면 자판 소리가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공원을 걷는데 발을 걸을 때마다 발에 닿는 빗방울 소리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였을까? 야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었다.

그럴 때마다 J부장은

“아 허대리가 있어야 낮에 예약이 많이 들어오는데 말이야 하하하하”

그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제가 있어서 낮에 예약이 많이 들어온다면, 이제는 제가 야근에 있으면 밤에 예약이 많이 들어오겠다"

며 어색한 사회생활 역할극 놀이로 대답을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 말을 뱉고 나오는데 마지막 말 끝에 내 입안이 텁텁해짐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아마 4년 전 기억이 쓰라림이 되어 신물처럼 내 입으로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야간에 근무를 선호하는 건 저 인간이 없는 것도 한몫 하지!'

사람을 숫자로 평가하는 J부장!

그가 나를 등수를 매긴다면 나는 1위부터 10위 중에 9 등 정도 일까?

실제로 그랬다.

나는 다른 직원과 비교해서 그렇게 고학력도 외국어 실력도 상이 아닌 하하(__;) 정도였고, 나와 같이 호텔에 입사한 동기는 모든 게 다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게 입사 때부터 차이가 났던 실력은 시간이 지나 입사 1년 차에 계약직에서 정직원 전환이라는 단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했다시피 나의 동기는 정직원에 나는 계약직 1년 다시 연장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쓰라린 상처로 남아 내 몸 어느 구석에 남아서 안 좋은 일이 있는 날이면 툭툭 찌르며 “네가 그렇지 뭐.. 넌 그런 애야!” 라며 나를 더 아프게 했다.


4년 전 그날 내가 입사한 지 1년 되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은 날씨는 맑고 공기도 좋고 심지어 벚꽃도 화려하게 핀 4월이었다. J부장은 내가 출근하자마자 그의 사무실로 불렀다. 그는 내가 앉자마자 회색 무테안경을 올리며 차갑게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입사한 지 1년이 되었지?”

“네...”

“그래서 본인이 계약직을 연장될지 아니면 정직원으로 전환될지를 정해야 하는데 말이야..”

“네..”

“어떨 것 같아? 정직원이 될 것 같아?”

“.....”

나는 내 입으로 차마 계약직 연장이요라고 그가 원하는 단어를 뱉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나를 보며 너는 그 대답을 네 입으로 하게 될 거야 라는 듯 추궁하며 몰아갔다.


“본인은 입사하고 실수를 몇 번이나 했지?”


“그게... 예약 날짜 잘못 1건 받은 거랑 룸서비스 잘못 찍은 거 6번 해서 7번 정도요.”


“정도? 정확히 알아야지 본인은 입사하고 10번의 실수를 했어 이걸 읽어 보게!”


나는 받아 든 종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그동안 내가 실수할 때마다 적은 반성문(STATEMENT)을 모아서 보여주었다.

나는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고 그 종이에 적힌 죄송합니다 '다음번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직접 쓴 그 글자를 보면서 종이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기가 한 실수도 기억을 못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야!

발전이 없다는 거거든 본인과 같이 입사한 동기는 실수를 몇 개나 했을 것 같나

지난 일 년 동안 1개! 1개를 했다네...

그럼 여기서 정직원은 누가 되고 계약직 연장은 누가 되는 게 맞겠나!

본인이 부장이라면 말이야! “

“.... 제가... 계약직 연장... 이겠네요.”

“맞아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게 결과가 숫자가 모든 걸 설명하니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 네..”

나는 침울하게 사무실을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나는 제가 하는 일이 많으니까 실수가 많아요라고 아니면 그래도 이제 막 출근한 사람에게 그렇게 말씀하셔야 했냐며 따지질 못했던 걸까. 아마도 그땐 나는 어쩌면 그의 말에 어느 정도는 나도 모르게 수긍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계약직 1년을 추가하게 되었지만 그 시간은 오히려 나에겐 약이 되었다.

그때 사무실에서의 기억들이 1년 동안은 나를 이 악물게 했다. 그래서 였을까? 그때부터였을까? 다른 부서에서 내가 일복 많은 미친개로 불리게 되었던 게 말이다. 이메일을 보더라도 남들보다 더 꼼꼼히 봤고 추가 근무는 나의 일상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냥 그때 나는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이 말하는 그 결과나 숫자로 모든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주임이 되었고 대리가 되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 J부장은 여전히 이력서에 학력을 먼저 보고 외국어를 우선시하며 3개 국어 이상하면 무조건 면접 프리 패스다. 그렇다면 그런 그들이 호텔에 입사하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환상과 다른 일만 하는 지하 사무실에서 여자만 가득한 이 정글 같은 곳에 3개월 일 하다가 여지없이 사표를 냈다. 자기가 생각한 곳이 아니라며.. 그렇게 그 J부장은 나에게 영원히 '사람 (나 같은 사람도 못 알아보는) 보는 눈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렸고, 난 이번에도 J부장을 피해 야간 근무를 지원했다.


Night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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