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세상엔 영원한 비밀은 없어요.
당신은 하루하루를 출근 도장과 사표 도장 그 사이의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돌아온 여름휴가에 어디를 갈까?
기웃기웃 여러 가지 호텔 예약 사이트를 비교 검색하다가 당신도 모르게 눈이 멈춘 그곳엔
“이곳에 투숙하면 당신 인생도 육성급 특급 호텔이에요”
말하고 있는 특급 호텔에 광고에 눈이 멈췄을 것이다.
그 문구는 당신에게 당신 인생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1 성구지만 이 호텔에 투숙하면 나머지 6 성구를 모아 마치 당신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6성급 호텔을 6개월 무이자 할부로 예약을 하게 될 것이다.그러자 갑자기 당신이 서 있었던 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그 어딘가에 인생의 한줄기 빛이 비추고 갑자기 고통으로 가득 찼던 내 일상이
마치 그 빛을 향해 가기 위한 도로처럼 쭈욱 당신 앞에 펼쳐지고 당신은 모든 잡념을 빗자루로 쓸어버리면서
오로지 그 날짜 그 순간만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렸던 그날이 되었다.
당신은 타고 있던 검은 레이 차 안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애마를 지하 주차장 2층에 주차하고
특급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기 위해 한 손에는 차키를 돌리고 하루 묶을 거지만 곧 터질 것 같은 여행 가방을 끌며 지나가는 복도에 난 작은 문을 못 보고 스쳐 지나간다.
당신이 방금 스쳐간 그 문이 지하 주차장 벽과 같은 파스텔톤이어서 모든 손님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문이었지만 그곳엔 그 문 나름대로의 정체성이 적혀 있다.
"Staff Only"
누가 문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문이지만 나에게는 그 앞에서 천국과 지옥 일까? 하는 문이다.
오늘은 나에게 천국을 줄지 지옥행 열차를 탈지는 문을 들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혹시 당신이 다음에 그 호텔에 다시 와서 그 복도를 지나가다 그곳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냥 지나쳐 주시길 그 사람도 출근과 조퇴 사이에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중일 테니까 말이다.
오늘도 나는 그 문을 두고 열이 나는 것 같아 머리를 만져 보고 약간 속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배도 만져보지만 너무 건강한 내 몸뚱이를 탓하며 출근한다.
달콤한 야근 근무 한 달이 끝나고 오후조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아주 무거웠다.
'살이 찐 건가? 다리가 무겁다.'
해외를 다녀오면 시차적응이 안돼서요~헤헤...라고 변명을 하겠지만 야간조에서 오후조로 출근하는 나에겐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으리. 그래도 혹시 모를 기대감에 아픈 척 흐느적거리면서 사무실 문을 연다.
“아 오늘 몸이...”
“허튼짓 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
“아넵!!”
쭈뼛쭈뼛 들어오는 나에게 울고 있는 신입의 눈물이 그리고 그녀를 위로하지 않고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내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싸늘하다. 이 쿨하다 못해 냉기까지 느껴지는
이곳은 마치 시베리아
오늘의 나는 그곳에 썰매를 끄는
*일 복 많은 미친 허스키 인가?
(*일복 많은 미친 허스키가 그냥 일복 많은 미친개보다 멋있게 느껴졌다.)
발갛게 달아오른 과장님 얼굴까지 오늘은 허스키를 끌어야 할 과장님이 나에게 채찍질을 많이 할 것 같았다.
‘아 오늘도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은다더니 나는 이제 과장님 얼굴만 봐도 오늘 내가 무슨 똥을 닦아야 할지 상상을 읊어본다.
"죄송합니다. 아예 총지배인님이요 저한테 말씀하시면 깨깽깽깽 확인 후에 전화드리겠습니다."
'무엇일까?'
그때 과장님이 나를 부른다.
“허대리 사무실로 들어와”
“네...(내 잘못인가?)"
“오늘 오전에 좀 큰일이 있었어. 얼마 전에 허대리가 받은 전화 기억나?”
“(받은 전화가 몇 백통인데... 눈치를 보며) 언제.. 쩍 일을 말씀하시는 건지....”
“아 그.... 아무개 마일리지!!”
“아!”
그 아무개 마일리지.. 그분
나는 그분에 대해서 몇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호텔에 투숙하면 예약 없이 와서 객실료는 무조건 현금으로 결제하는 그분
자주 방문해서 직원들 모두 그의 이름을 알지만, 체크인 동시에 자기 한국 이름을 벗고 영어 이름으로 투숙하는 그분
그런데! 체크아웃할 때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달라고 요청하는 그분
매번 올 때마다 프런트에 다른 어린 여자분과 같이 오는 그분
우리는 그를 아무개라고 불렀다.
아무도 모르 개
불륜을 아무도 모르 개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던가?
우연히 그의 부인이 남편의 메일을 확인했을 때 때마침 항공 마일리지 알림 메일이 왔고
무심코 그 메일을 클릭한 부인은 특정 호텔에서 자주 적립되고 있는 마일리지 기록을 확인 했을터 그 기간이 놀랍게도 남편의 출장 일정과 같았으며 외국에 있어서야 할 남편의 한국 특급 호텔의 마일리지 적립 현황에 그녀는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불쾌함 기분과 동시에 이 호텔에 전화해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터.
왜냐면 오늘도 그 남자의 출장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삐리리리리리리”
“안녕하십니까, 특급 호텔 허대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그... 그... 김.. 아무개... 거기 투숙하고 있나요?”
“네?”
“... 그... 새끼.. 김 아무개... 거기 투숙하고 있냔말이이예요!!”
어쩌면 난 이 날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주 투숙하는 그 아무개의 투숙 기록을 항공 마일리지로 적립할 때
그가 체크인하면 어김없이 우리 부서에 전화해 *NO INFORM NO CALL을 요청할 때
*NO INFORM NO CALL - 투숙 고객님 투숙 기록을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되고 어떤 전화 요청도 원하지 않음
다만 그 전화를 내가 받을 줄 몰랐던 것 일뿐
나는 말하고 싶었다. 그가 지금 여기 다른 여자와 있다고 이번 투숙 후에 또 마일리지를 적립할 것이니 확인하시라고! 하지만 나는 잔인한 '갑'과 '을' 현실에서 무릎 끓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지금 말씀해주신 성함으로 현재 투숙하시는 분은 없네요."
전화기 너머로 분노의 감정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여러분 ~벨트 꽈악 매세요 곧 지옥행 열차를 출발합니다. 뿌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