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까도 까도 옥수수 미팅 밭

미팅의 굴레!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by 야초툰
혹시 당신은 알고 있는가?

진급하면 할수록 당신에 가야 할 옥수수 미팅 밭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밭에 옥수수는 끝이 없다는 걸 말이다.

그 옥수수를 까도 까도 계속 까대는 그 미팅들의 향연이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후~우

아마도 이곳에서 옥수수 탈탈 털린다 라는 말이 나온 거 겠구나

싶다가도 이메일에 미팅 참석 알람이 울릴 때마다 내 멘탈부터 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막상 가보면 내 생각에는 ‘그래요 그냥 그렇게 합시다’ 탕탕탕 으로 끝날 일을

돌고 도는 메비우스 띠처럼 끝이 없이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호텔에는 호텔 상품 패키지 미팅이 있다.

호텔 패키지는 호텔의 객실과 레스토랑 및 각종 참여 프로그램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파는 것인데, 호텔 내 업장의 매출도 올리고 국내외 예약 대행 사이트의 수수료에 대항하는 호텔의 비장의 에이스 같은 상품이다.

그 패키지 미팅만 해도 기본은 3번이다.

오후 1시 브레인스토밍 미팅

오후 2시 브레인스토밍에 나온 안건으로 또 관련 부서 미팅

오후 3시 관련부서까지 오케이 한 안건으로 다시 총지배인과 부서장 미팅

내 생각에는 그냥 한 장소에 같은 시간에 옥수수를 까면 될 것 같지만

윗분들은 그냥 옥수수가 아닌 선별된 초당 옥수수만을 까고 싶어 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미팅을 하다 보면 오후 시간이 순삭 하게 된다.(아 배부르다 끄억!)


그래서 당신이

만약! 진급을 이제 막 했다면!

나는 당신에게 조언할 것이다.

그 릴레이 미팅에 가기 전에 에너지 드링크와 명상은 필수로 하고 가시길 말이다.

나는 오늘 내가 이 미팅에 참석할지 몰랐기에...

에너지 드링크 대신 믹스커피를 연달아 두 잔을 마시고 그 회의실을 향했다.

내가 참석할 대망의 미팅은 오후 3시 총지배인과 부서장의 미팅이다.

이미 이 미팅도 지난주부터 다시 해서 2번째 하는 회의였다. (오~마이!*도르마무!)

*도르마무: 영화 닥터 스트렌지에서 도르마무를 외치면 그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숨 막히는 공기가 헉 하니 턱 밑으로 스친다.

제일 상석 자리에는 총지배인이 언짢은 표정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었으며, 그 양 옆으로 관련 부서장들은 숨도 안 쉬는 것 같은 꼿꼿한 자세로 연신 할 것도 없으면서 자신의 노트북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 스크린에는 호텔 매출 하락에 따른 액션 플랜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띄었다.

‘아 ~이. 생. 망. 바로 이전 미팅이 호텔 매출에 관한 미팅이었구나.’

* 이. 생. 망. : 이번 생은 망했다.

어두운 총지배인의 얼굴

그리고 입도 벙긋 못하고 앉아 있는 부서 장들의 모습에

이래서 과장님이 그래서 나를 이곳으로 보냈구나 싶었다.



원래 이 미팅은 과장님이 참석하기로 한 미팅이었다.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과장님이 급하게 나를 불렀다.

“내가 원래 가야 할 미팅이 있는데, 급하게 다른 미팅이 잡혀서 허대리가 거길 가야겠어!”

거기라고 했을 때 나는 예상해야 했다.

“네 어디요?”

“1층에 오늘 간단한 호텔 패키지 상품 미팅이 있는데

머 이미 다 구상은 끝났어. 마지막으로 확정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라(주저리주저리)

아 그리고 걱정하지 마! 허대리는 이제 막 승진해서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을 거니까

가서 그냥 회의하는 내용 메모만 해와

“머 참석만 하는 거면 알겠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세상에 간단한 미팅이 없다는 걸 말이다.

내가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도 과장님은 자리에서 요지부동이었다.

“과장님 무슨 다른 미팅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 아? 어... 그렇지 그랬지.. 아.. 나.. 나도 이제 올라갈 거야! 먼저 가 난 정리할 게 있어서”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

과장님 메일에 저장된 스케줄 표에는 어떠한 미팅 일정도 없는 걸 나는 안다.

과장님이 나에게 본인도 갈 거라며 나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말할 때

그때!

나는 모니터에 비친 과장님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리는 걸 보았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그녀를 과장으로 한 호텔에 10년 이상 남을 수 있게 하였는지 모른다.

혹시 당신은 호텔에서 가장 오래 남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고 있는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

-땡! 아니다

외국어 잘하는 사람!

-땡! 아니다.

인생은 삼세판!

당신에게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어떤 사람이라 대답하겠는가?

모르겠는가?

내가 경험한 바로는

좋은 말로는 일 분배를 잘하는 사람

쉬은 말로는 그냥 까라면 까!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기 일도 남의 일도 본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잘 시키기 때문에 올바른 리더라는 평을 받는다.

그래서 본인이 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소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실수한 사람에게 “별 일 아니야”라고 위로하면 또 정 많은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그 사람들은 누구보다 편하게 일을 분배하면서 가늘고 길게 일할 수 있게 된다.


단지 하나 그들이 주의할 점은

그 일을 전달받는 사람이 모르게

"원래부터 이 일은 당신의 일"이었다는 인상을 잘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몰빵을 받은 그 직원이 퇴사할 때 그들의 이름을 퇴사의 사유로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 과장님은 나에게 티 내지 않아야 할 눈동자를 들켰고,

오늘 나의 퇴사 노트에 과장님의 이름이 오롯이 새겨질 것이다.

“김 과장!”



나는 조용히 의자를 빼서 제일 안 보이는 후미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 정도면 내가 보이지 않으리

나는 참관을 하러 온 거지 참석을 하고 온 것은 아니다는 일종의 자리 선점

후훗 좋았어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어찌나 어리석었던가? 그때의 나는)


호텔 패키지 미팅이 시작되었다.

유리 선배가 미팅 단상에 서서 발표를 했다.

얼굴이 창백한 걸 보니 선배 얼굴이 꼭 오이냉국에 띄운 얼음 같았다.


“저.. 저희가... 이번에 정한.... 패키지 콘셉트는.... 퀘퀘렌시아입니다.”


총지배인은 예민한 말투로 유리 선배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퀘렌시아가 먼데?”


“퀘렌시아는 귀소 본능 장소로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저희 호텔에 와서 쉼을 경험한다는 의미로서”


“아니 됐고 패키지나 설명해봐”


“가족과 같이 오면 사진을 찍어드리는... 인화도 해드리는


“식상하군 다음!”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북을 구매해서 투숙하는 손님들이 힐링할 수..


“요즘?!! 누가 특급 호텔 객실에 앉아서 그걸 색칠하고 있지?

이래서 호텔 매출이 떨어지는 거야!!

새로운 생각을 해야지!

맨날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하고 있고 호텔 매출이 떨어졌는데

무슨 주변 경쟁 호텔들이 많이 생겼다는 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나?

답은 우리 호텔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거야!

그게 어려워? 내가 일주일 동안 시간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가져온 안건이 이거야 이거 실망스러운데?!!”


총지배인은 이전에 미팅에서부터 쌓였던 안 좋은 감정이 패키지 미팅에서까지 이어지자

말 그대로 극대노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 앉아 있던 부서장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마디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던 프런트 부장이 나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렇게 쉬운 거면 총지배인이 아이디어 내시면 되는데 그렇지ㅋㅋㅋ?”

“그렇죠~”

나는 그의 말에 동조하기 위해 고개를 끄떡 였는데 때마침 총지배인과 눈이 마주쳤다.

식은땀이 흘렀던 것 같다.

“그래 허주임 내 말에 동의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 그래 얼마 전에 승진했었지 축하하네!

그럼 이 미팅은 허대리가 대리로서 처음 참석하는 미팅이겠군.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겠군

많아야 할 거야! 그래 그 우리 호텔에 맞는 새로운 패키지 아이디어 좀 내보게”

숨 멎는 정적....

총지배인은 나를 쳐다보다 못해 노려보고 있었고 각 부서 부서장은 안쓰러운 듯 나를 측은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적이 된 희생양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씨.. 나 진짜 김 과장!!!! 메모만 하라며!! 가만 안 둬 진짜! 으르르릉 빠득빠득’


생각해야 한다. 허대리
진짜 생각해야 한다 주임으로 강등될 수 있다.
뱀이 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자 난 지금 위급 상황이야 생각해야 해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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