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에 개구리 같은 사회생활
불안한 마음에 앞에 서 있는 유리 선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눈치를 주었다.
갑자기 얼마 전 유리 선배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마케팅 부서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멋있는 부서잖아~
럭셔리 호텔을 멋있게 홍보하고 거기에 일하는 사람들은 다 명품 가방 들고 다니면서
멋있게 짠 하고 호텔 홍보해 달라고 비용 딱 지불하고 막 그럴 것 같잖아
근데 그게 다 빛 좋은 개살구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호텔 마케팅 비용이 얼만 줄 알아? 0원이야!!”
“말도 안 돼 그럼 어떻게 호텔을 홍보를 해!!”
“내 말이 근데 윗분들은 뭐라는 줄 알아?”
“뭐라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돈을 받아야 한데 호텔의 럭셔리한 이미지로 인해 그들이 홍보된다고!!”
“말도 안 돼!”
“사실 얼마 전에 서울에 특급 호텔에서 캐릭터 콘셉트룸을 꾸몄는데, 한방에 2000만 원이 들었다는 거야!”
“와~”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팔렸다고 하더라고 파는 게 오히려 적자였데”
“우와 그래도 그런 시도를 한 게 부럽다. 우리도 해보자 해리포터 룸 어때?
비밀의 방 같은걸 만들어서 그 방을 랜덤으로 배정해주는 거지.
그럼 사람들이 그 방을 배정받으려고 미친 듯이 예약을 하는 거야!!
그리고 막 클럽 라운지를 기숙사 라운지로 꾸며서
막 '당신이 호텔에 있는 순간은 마법 같은 시간이 펼쳐집니다' ~라고 홍보를 하는 거야 어때?”
“그러니까... 너는 내 말을 이해 못 했구나! 그렇구나~
다시 말해 줄게~ 우리는 지금 게임룸 몇 개를 꾸며서 지금 가족 손님들 대상으로 팔고 있잖아~
그것도 그 업체에서 게임기를 빌려와서 하는 거야~ 사는 게 아니고
그리고 나는 손님이 투숙하고 나가면 그 게임기를 닦아 업체에 상처 나지 않게 잘 돌려주겠다고!"
유리 선배의 어두운 안색에 나는 그 해리포터 방을 만들려면 몇 억이 든다고 들었던 사실을 조용히 삼켰다.
그리고 만약 내가 이 말을 이 미팅에서 한다면 유리 선배는 나와 의절할 것이다.
그건 확실했다.
그럼 나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는가?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른 부서장들에게
이쪽저쪽 구원의 요청의 눈빛을 하며 쳐다보았지만
모두들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총지배인은 많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재촉했다.
“그래서 생각이 났나? 허대리?!”
“그... 그.... 그러니까.... 외국인을 위해 어...
포장마차 콘셉트로! 호텔 클럽 라운지를 꾸미는 건 어떨까요?”
다들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눈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제일 심한 욕은 아마 유리 선배가 하고 있었겠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호~ 계속 말해봐!”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왔지만 한국적인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떡볶이, 파전, 어묵 이런 문화를 말이죠
그리고 특급 호텔에 오면 뷔페 그리고 파스타 이런 음식만 있고
술도 와인 아니면 샴페인만 있는데 오히려 발상의 전환으로 호텔 라운지에서 한국식 포차를 여는 거예요
소주도 팔고 포장마차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적인 음식 말이죠!”
“괜찮은 거 같은데 일단 한번 해보고, 반응이 괜찮으면 패키지로 주말마다 팔아보는 게 어때?
다른 부장들의 생각은 어때?”
식음료 부장이 펄쩍 뛰면서 말했다.
“그 행사 인원이.... 직원이 없는데요..”
“연회장 직원도 있고, 단기 아르바이트도 있잖아. 안된다고 말하지 말고 방법을 생각해!”
아까 나에게 귓속말하던 객실 부장이 연신 땀을 흘리며 말했다
“저희는 특급 호텔인데 그러면 호텔 이미지가.. 너무 떨어질 것..”
“라운지에 설치하는 특별 뷔펜데, 무슨 이미지가 있어 그럼 다 합의한 거야 그럼 진행해!!”
유리 선배 외 다른 부서장들은 총지배인의 확신의 찬 말과 함께 회의실을 퇴장하는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지시하는 사람에게는 하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그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할 실무자들에게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이제 그들은 명령 내려진 신기루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가 나가자마자 바로 식음료 부장의 원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 허대리... 이거 실무회의를 한 다음에 말해야죠.
총지배인한테 바로 말하면 그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하자고 한단 말이에요”
유리 선배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씨뱅이... 너 언니 엿 먹이려고 말한 거지?”
“언니 나도 살아야지!”
나는 후다닥 그 자리를 빠져나오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 호텔의 매출을 떨어지는 건 이 옥수수 밭 같은 무의미한 회의 때문이 아닐까?
왜냐면 부서장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옥수수를 어떻게 수확할까?
보다는 왜 안되는지 옥수수 까기에 바빴기에 이곳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가 없는 호텔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각 부서의 부서장들은 벌떼처럼 모여서 비용(COST)이 얼마 들지부터 생각했고, 그 비용으로 얼마의 홍보 효과 나 매출이 발생되는지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그 비용이 우리 부서에게 넘겨지면 안 되는 것이었고, 그래서 서로 타 부서에 그 비용을 넘길 생각만 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나올 때부터 이미 논쟁을 시작했다.
객실 부서 장은 식음료 부서일이니 그쪽에서 비용을 떠맡아야 한다고 했고, 식음료 부장은 클럽 라운지가 객실 부서 소속이니 모두 그쪽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둥의 실랑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고인물이 많으면, 그 우물을 썩는다는 유리 선배가 예전에 했던 말을 이때 이해를 했던 것 같다.
회의가 끝나서 예약실 사무실로 들어왔더니 과장님 얼굴이 싱글벙글이였다.
“야 너 머 아이디어 좋은 거 냈어?
총지배인이 너 아이디어 좋았다고 메일까지 보냈어!
그대로 진행해서 일주일 뒤에 진행 상황 보고 하라고
각 부서 부서장한테 메일 썼는데?”
“아..... 네..”
“말해봐 아이디어 뭐 냈어?”
“안 그래도 금방 알게 될 거예요~ 아 저기 전화벨 울리네요 받아봐요 식음료 부장이네!”
-띠리리리리링-
“아 그래? 아 네 부장님!!
네???! 아니 제가 허 대리를 일부러 보낸 건 아니고...
아니... 그때는 제가 일이 있어서
아.. 죄송해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과장님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
나는 자리에 가서 앉으면서 생각했다.
'아 앞으로 나에게 그 미팅에 가라고 하진 않겠구나!!^___^'
그리고 내 생각대로 앞으로 그 미팅에 갈 일은 생기지 않았고, 유리 선배는 일주일 동안 나랑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한 달 뒤에 총지배인의 성화에 호텔 라운지에서 호텔 포차가 열렸고 식음료 매출만 300만 원을 벌었다고 들었지만 식음료 부서에서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