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호텔

나의 호텔리어

by 야초툰
당신이 생각하는 특급 호텔리어 모습은 어쩌면 검은색 정장을 입고, 항상 웃는 얼굴로 여러분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당신이 요청하는 사항에 언제나 "Yes”를 외치는 모습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호텔리어를 꿈꿨다.


그리고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은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레전드 스토리 때문이었다.


#레전드 스토리 1) 명동까지 찾아가는 서비스

어느 날, (늘 이야기는 어느 날로 시작되었다.)

컨시어즈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투숙하는 외국 손님들이 주변 관광지를 문의했다.

당연히 그 직원은 몇 군데 관광지를 추천해 주었고,

그중 명동 밀리오레를 지금 바로 가겠다고 했다.

자연스레 그 직원은 택시를 불러 ‘명동 밀리오레요’ 목적지를 말하고’ 출발‘을 외쳤는데,

갑자기!! 굵은 장대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게 아닌가?

비를 피하기 위해 황급히 돌아간 컨시어즈 데스크 옆에는 손님이 놓고 간 우산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 순간, 그 직원은 바로 택시를 타고 명동 밀리오레까지 쫓아가서 그 손님들에게 우산을 갖다 주었다는 그 전설의 서비스 이야기


' 굳이 그렇게 까지?'라고 생각할 있지만

그 직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들이 비를 맞으면서 명동 번화가를 헤매는 모습이 떠올라서 가만히 서 있을 수만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잠깐 농땡이 있을 같았어요 단체 손님이 와서 너무 바빴거든요라고 들리는 건 왜일까?


#레전드 스토리 2) 미다스 손을 가진 마사지사

20년 넘게 한 유명 리조트에 마사지를 한 마사지사가

어느 날 VIP 손님 마사지를 하는데 가슴에 작은 혹 같은 게 만져져서 마사지가 끝나고 조용히 건강검진을 권했는데, 그게 유방암이었다.

다행히 초기여서 손님의 바로 수술해서 치료받았고 완쾌하자마자 리조트 본사에 감동의 손편지로 직접 써서 보냈다. 완쾌된 가족사진과 함께 말이다.

그 편지는 본사 CEO 칭찬의 말과 함께 전 세계 직원들 메일로 보내졌고 그때는 감동을 받았지만 생각해보면 셀프 마사지라도 그때 배워둘걸 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레전드 스토리 3)

잊지 않았어요 당신은 우리들의 스타

오랫동안 우울증에 걸려

곡을 내지 못하는

한때 유명했던 가수가

휴가 차 조용한 호텔을 찾다가

해변가 작은 호텔에 *워크인으로 체크인하게 되었다.

*워크인 : 예약 없이 손님

그리고 그는 체크인 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데도

호텔 직원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자신은 이제 정말 잊혀졌구나 하는 절망감에

독한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지 못할까 봐

0번을 눌러 나지막이 모닝콜을 6시로 신청을 하는데,

그 전화를 받는 직원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림이 느꼈다. 그러나 그냥 본인이 취해서 잘못 들었거니, 생각하고 잠이 들게 되었다.

다음날! 6시!

띠리리리링 ~

“여… 보…세.. 흑흑흑”

모닝콜 전화를 받은

그는

말을 잊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모닝콜을 알리는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노래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잊혔다 생각한 자신의 노래가

가장 절망적이라고 생각한 그 아침에

모닝콜과 함께 자신을 깨워준 것이었다.

마치

“이제 그만 잠을 자고 일어나!”라고 말하는 듯이

그리고 이어지는 떨리는 직원의 목소리

“저... 저는 늘 000님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힘내세요!”


알고 보니, 그 직원은 오랜 그의 팬이었는데

어제 통화로 그가 자신의 호텔의 투숙한 걸 알고

어떻게든 그에게 힘이 되자며 선배한테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의 노래를 모닝콜에 들려주자!

우리가 그를 잊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자!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선배도 우리 해보자라고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웠고

“네가 모닝콜 6시라고 말하면 내가 뒤에서 그의 노래를 수화기에 갖다 댔다가 점점 멀어지게 할게”

(혹시나 이걸 사람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말이다)

아무튼, 그런 그들의 노력 때문에 그 가수는 감동을 받았고, 그 호텔에 자주 오는 손님이 되었다.


나는 이번에는 진짜 감동을 받아서 이제부터 모닝콜할 노래를 쌩으로 불러줘야겠다며 마이크를 가져왔다가 과장님께 두들겨 맞을 뻔했다.


그렇게 나는 많은 레전드 이야기를 툭하면 들었고 (사실 확인은 하진 못했다.) 나도 나만의 레전드 호텔리어 생활을 꿈꾸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은 호텔의 현실은...

고양이님 이건 특급 서비스 입니다.-냥 집사 드림

너무나 사람 냄새나는 모습들이었다.


손님이 주문한 룸서비스 음식을 주문만 받고 찍지 않고 본인 배고파서 밥을 먹으러 간 선배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가 너무 피곤해서
'설탕을 넣어야 할 양을 대신 소금으로
소금을 넣어야 할 양을 설탕으로'
짜디 짠 케이크를 만든 일
(실제로 손님이 케이크가 짜다고 전화해서 알게 되었다.)


'미국 유명한 박물관 관장님'이 객실 복도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객실 문이 안 열린다고
당장 당직 직원 올라오라고 해서 올라가 봤더니
본인의 객실은 10층인데 11층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일
(10년 동안 비밀이라고 말하셨는데
이제 10년 지났으니까... 괜찮죠?)


전화를 걸자마자 나와의 통화는 본인이 녹음하고 있고 본인과 통화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던
'내 귀의 도청장치 손님'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니 객실료가 본인이 말할 때마다 달라서 그랬다며...
나는 조용히 호텔 투숙률에 따라 요금이 올라간다고 설명하면서 하루 뒤에 좋은 호텔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하니 그때 내가 전화드리겠다 하니 좋다고 전화 끊으셨던 그 손님

어쩌면 나의 특급 호텔은 이처럼

'사람 냄새가 나는 '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 내가 저지른 그 실수처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또 없지’

라고

그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자마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리링~

컨시어즈 승덕 선배가 전화였다.

“야! 너네 이번에 한 껀 크게 했다며!!”

“(아 소문났구나!) 아.. 어!”

“역시 크흐~ 허대리가 있으면 사건 사고가 많잖아 그 왜 너 주임 됐을 때!”

“머야 그 이야기하지 마!! 으르르르릉 가만 안 둬!!!”

“그 호텔 쥐엠 사건!!! 니 주임 막 됐을 때잖아!”

“아아아악~! 하지 말랬지!!!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올라간다!!”


이름은 승덕 이지만,

더 많이 덕을 쌓을 필요가 있는 승덕 선배


그는 왜 잊지 않고 매번 그 이야기를 꺼내는가?


나의 흑역사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호텔이란 곳은 비밀이 없다.

소문의 다리가 달려서

숨만 쉬면, 내 이야기는 여기저기 산소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여러분 여길 보세요~이 이야기는 우리들끼리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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