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GPT?
“띠링띠링띠링”
“Welcome to Grand Forever Five Star Hotel. This is Soo. How may I help you?”
문을 열자 내가 걸어온 복도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쉼 없이 울리는 전화벨. 같은 인사말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여기저기 울리는 타자 소리와 발맞추어 바쁘게 뛰어다니던 사람들. 누군가 자기 부서에 침입한다 해도 모를 것 같은 분위기. 그들의 눈은 오직 모니터를 향한 채 자신에게 배당된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이 익숙한 듯, 인사부 직원은 무심하게 툭 ‘신입직원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갑자기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적어도 스무 개 이상의 눈빛이 나와 같이 온 동기를 향해 빛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과 마주친 순간 나는 메두사의 눈과 마주친 사람처럼 돌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A: 야! 쟤들이다. 우리 호텔의 전설이 된 두 사람!”
여자 B: 나 진짜 얼마 만에 배 잡고 웃었잖아. 면접 볼 때, 청심환 먹어서 감마 쥐피티 수치가 비정상으로 나오다니. 그것도 우리 두 명 다. 나는 호텔 생활 3년 만에 처음 듣는 신선한 이야기였잖아.”
여자 C: 맞아! 나도 한참을 웃었네. 간수치 때문에 입사 보류된 사람들이 같은 날 두 명이나 되다니!”
여자 D: 선배님. 저는 친구한테 면접 볼 때 절대 청심환 먹지 말라고 얘기했잖아요. 신체검사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하하하
그들은 우리 앞에 있던 복사기에서 종이를 한 장 한 장 꺼내면서,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이 쳐다보며 한 마디씩 던지며 자기 자리로 사라졌다. 입사 전부터 이미 유명 인사가 된 나와 내 동기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옆에 서 있던 내 동기는 156 정도 되는 키에 통통한 체격에 하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선배들이 지나가면서 뱉는 말에 의해 하얀 피부가 금세 붉게 물들여졌는데, 나 역시 그들의 말에 3일 전 받았던 신체검사표에 찍힌 감마지티피 150(U/I)이라는 수치가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억울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비난받을 행동을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 호텔에 들어오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먹은 청심환이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면접 보고 돌아가는 전철에서 나온 김에 신체검사까지 받고 가라는 연락을 받는 일을 말이다.
하지만 간절한 자. 무엇이든 하게 될지니. 혹여나 합격의 시그널을 놓칠까 서둘러 가까운 건강검진센터를 찾았다. 면접 전에 먹은 청심환이 내 간수치를 높여 놓았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성급하게 달려간 결과를 받았다.
‘합격보류 및 간수치 재확인’
건강 검진은 분명 다음 날 해도 됐었다. 하지만 높아진 간수치가 간이 부었던 탓이었는지, 빨리 합격했다는 답을 듣고 싶었다. 그 마음이 모여 그날 밤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GRAND FOREVER FIVE STAR HOTEL 호텔의 합격 메달이 불합격으로 수십 번을 바뀌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가까운 건강검진 센터를 찾았다. 다행히 간이 이제는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와서 바로 인사부에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날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수십 번 여행을 한 날이었다. 돌아온 인사부 답변에서 그런 사람이 나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간수치 이상으로 입사 연기 : 김수연, 고나라
재 입사일 : 9월 13일-> 9월 16일
입사 부서 : 예약 부서
아니 내 의료 정보를 메일에 써도 되는 거야? 싶다가도 간 수치가 비정상인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녀는 내 입사 동기뿐만 아니라 내 간 수치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내 옆에서 나와 같이 놀림을 받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까지 불쑥 튀어나왔다.
그렇게 계속 놀림을 받고 서 있던 우리에게 그림자가 다가왔다. 깔끔하게 젤을 발라 넘긴 깻잎머리에 웃고 있지만 눈빛이 매서워 보이는 사람. 자신을 김대리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녀는 인사말도 생략한 채,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어서 와, 여자 스무 명이 일하는 부서는 처음이지?’
그와 동시에, 문이 '끼익' 하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인사부 직원이 우리를 인계하고 나가는 소리였다. 그런데 나는 그 소리에서 이상한 환청이 들렸다.
‘들어올 때는 간절해서 왔지만, 나갈 때는 간절히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갈걸?’
김 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 옆에 놓인 두 개의 회색 플라스틱 의자로 나와 내 동기를 안내했다. 의자에 앉자 차가운 온기가 허벅지에 닿았다. 오랫동안 이 의자에 앉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처럼 온기 없이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 촉감이 앞으로의 내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