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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May 20. 2023

분명 티셔츠 원정대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 고통을 마주하다


김포 아울렛에서 나온 키가주니는 파주에 있다는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거기 있는 티셔츠를 사려고 하는데요.. 네 그러니까 검은 바탕에 빨간 줄이 가운데 있는 티셔츠 있나요? 사실 저희 장모님이 선물하려고 사시려다가 못 사셔서 여기 김포 아울렛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이 매장에서 파주 아울렛에 있다고 알려주셔서 이렇게 전화드려요"


전화받은 직원은 분명 지금쯤 김포 아울렛 직원을 원망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황급히 전화를 받지 않는 남편의 반대편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작작해 그냥 사진에 있는 제품명 코드와 블랙 사이즈 100 있는지만 물어봐 제발"


내 목소리에 당황한 키가주니는 티셔츠 번호와 사이즈 100이 있는지 물어봤고 다행히 매장에 있다는 확답을 들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과 나의 고통은 분명 거기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차를 타니 아까 키가주니는 시작도 하지 못한 말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해럴드앤쿠마로 시작해서 본인의 군시절 이야기까지..원정대 일정 때문에 차 속에 갇힌 나는 끝도 없이 쏟아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수다에 나는 아울렛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그래서 바로 옆에 있었던 매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결국 정신없이 아울렛을 한 바퀴 반을 돌고 나서야 주차장 바로 옆에 있었던 매장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끝나버린 키가 주니의 로망을 무시하고 나는 서둘러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엄마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엄마.. 드디어 티셔츠 찾았어!"

"오호 맞네 맞아 사이즈 100 맞지? 외삼촌이 좋아하시겠다. 결국 해낸 우리 딸 사위 대단하다 대단해요!"

"그럼... 이 티셔츠는 그러니까.. 음.. 티셔츠를 택배로 보내줘야겠지?"


질문 던진 순간,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티셔츠를 전달해야 하기 위해선 택배로 보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택배란 무엇이던가? 티셔츠만 넣어 보낼 수 없는 채워도 끝이 없는 미지의 상자가 아닌가? 그리고 엄마는 나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그래 그래주면 좋치! 그럼 이번에 우리 딸과 사위는 무엇을 넣어 보내줄랑고?:"

그 말을 스피커 폰으로 들은 키가주니는 다시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머니! 무엇이 필요하신가요? 이 티셔츠 원정대 리더가 필요하신 건 모든 찾아서 넣어드릴게요!"

"안~~~~ 돼~~~ 엄마!! 다시 그 차를 타고 여행할 수 없어!"


엄마는 나의 뭉크는 저리 가라 하는 절규를 들었는지 모르는 척하는지 알 수 없는 대답을 했다.


"그래 기대하겠네 나의 소울 메이트~"

"넵"


사고는 의식하지 못한 순간 이미 끝나있고 

사건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

"나 그전으로 다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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