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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May 18. 2023

부부 티셔츠 원정대

Q: 딸아~혹시 이 티셔츠 사다 줄 수 있니?

"사고는 의식하지 못한 순간 이미 끝나있고
사건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다"

사건의 시작은 엄마가 보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벌어졌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번개가 잔뜩 그려진 티셔츠였는데 엄마가 외삼촌의 선물로 인터넷에서 사려고 고군분투하다가 실패해 나에게 SOS를 친 것이었다. 그 문자를 처음 받았을 때 엄마가 인터넷에서 결제가 어려워 사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생각 없이 아무 사이트를 검색해서 티셔츠 샀다고 엄마에게 의기양양하게 문자를 보냈는데, 몇 분 후 결제가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해당 제품의 수량 부족으로 인해 판매가 불가하여 환불 처리됨"


그때부터 나에게 아무 의미 없었던 티셔츠 구매는 마치 별다방 백을 사기 위해 앱을 미친 듯이 클릭했던 나의 정신력을 소환했다. 미친 듯이 클릭하고 있어서 남편이 밥 먹으라는 말도 들리지 않게 되었고, 결국 7개의 사이트에서 모두 수량 부족으로 구매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아니 왜 수량이 없는데 사이트에 올려놓은 거야?"


나의 패배에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하고 사이트를 노려보고 있었을 때 남편이 답을 해주었다.


"2021년도에는 신제품이라 그때 올려놓은 제품을 그 이후에는 사이트 관리를 안 하면 그렇게 되더라고"


역시 쿠팡 구매 중독자다운 대답이었다. 모든 사이트에서 구매 실패를 경험하고 포기해야 하겠다 싶다가도 어릴 때 잔뜩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바비 인형에 대한 욕망 같은 감정이 불쑥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은 밥을 먹고 있는 남편 키가주니에게 말했다.


"당장 옷 입어!"

"왜?"

"김포 현대 아울렛이라도 가야겠어! 진짜 이 제품이 없는 건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나…. 밥 다 먹고. 가면 안 돼?"


이미 광인의 눈을 장착한 나의 얼굴을 보며 키가주니는 한숨을 쉬며 알겠다고 서둘러 준비했지만 이미 현관문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성격 급한 나를 보며 키가주니는 말했다.


"거기도 없으면 포기하는 거야!"

"그래…. 알았어"


비록 집에서 차로 30분 걸리는 거리였지만, 차 안에서 티셔츠를 살 수 있을까? 없을까를 상상하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매장에 도착하였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찾는 검은색 바탕에 빨간 줄의 티셔츠는 보이지 않았다. 차마 직원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매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키가주니가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생긴 티셔츠 여기 매장에는 없나요?"

"아…. 제품 번호가…. 아 여기 매장에는 없어요!"

"그럼 다른 매장에는 있나요?"

"제일 가까운 매장이…. 파주에 있네요. 그런데 시스템에 수량 있다고 나와도 직접 가셔야지 알 수 있어요. 판매하고 수량을 변경하지 않는 매장이 있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점원에게 파주 아울렛에 있다는 말을 들은 남편의 얼굴은 나에게 빛나던 광인의 눈이 그에게 바이러스처럼 옮겨간 것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여보 가자!"

"어딜?"

"파주! 살 때까지 가는 거야 나의 로망 마치 화이트 캐슬 버거를 찾아 떠난 그들처럼"

"뭐? 화이트 캐슬?"

"차 타면 자세히 알려줄게 ~그 영화 줄거리를"

"아씨..."

TO BE CONTINUED....

Q: 여러분은 해럴드와 쿠마의 화이트 캐슬 버거 여행기를 아시나요? 

저는 키가주니한테 처음 들었어요…. 귀에 피를 흘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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