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초툰 Jun 20. 2023

드라마를 보다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좋은 손님들이 더 많아요

 예전에 어느 대학병원 인턴이 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글을 본 적 있다. 현장에서는 저런 의사는 없다는 서문으로 시작했던 글이었는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그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의아해했었다. 그런데 킹더랜드를 보는 내가 지금 그런 심정이었다.


 피트니스 직원이 갑자기 프런트 아니 로비?? 직원?? 그래 그건 그렇다 쳐 아니 호텔리어가 손님 스위트 방에 똥을 싸다가 손님과 마주친다고???… 정말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드라마다라고 나를 다독여 봤지만 마치 내가 그 변기통에 앉은 것 같이 뛰는 심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분명 내가 손꼽아 기다렸던 드라마였는데, 티저 속 주인공은 호텔리어로서 멋진 삶을 비쳐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 속 윤아는 스위트를 공짜로 올려달라는 연예인 성희롱하는 손님을 마주한다. 에휴… 그나마 외국인 손님이 윤아의 손을 잡으며 자기 노래로 모닝콜을 틀어줘서 고맙다고 말한 장면을 보며 그래도 조사는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자신이 잊혀진 가수라고 생각한 손님을 위해 모닝콜로 그녀의 노래를 틀어준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노래를 틀어준 게 아닌 손님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직원 2명이 한 명이 모닝콜 멘트를 하고 다른 한 명은 핸드폰을 들고 그녀의 노래를 틀면서 수화기 가까이에서 점점 멀어져 갔던 게 포인트였다.


”과한 서비스는 손님이 불편할 수도 있느니 마치 모닝콜을 기계가 하는 것처럼 “ 이 서비스 포인트였다. 그리고 모닝콜 멘트를 한 직원이 그 가수에 오랜 팬이었던 것도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저렇게 스쳐 지나가듯 나오다니… 어쩌면 내가 그 드라마를 보면서 기대했던 이야기는 프런트 캐셔가 환전을 잘못해서 자기 돈을 돈통에 넣는다거나, 새 스타킹을 안 가져와서 어제 신은 스타킹을 다시 신는 그런 인간적인 이야기 일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야기는 회장님 파티에 불려 가 참치 머리를 부상으로 받아온 이야기였다.


그냥 채널을 돌리면 그만인데….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기에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들을 위한 굴리굴리 전시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