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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Jun 24. 2023

먹귀

 드라마 <악귀> 오마주한 단편소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마트 앞을 서성거리다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온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말을 걸었다.

"저는 귀신이 보여요. 당신에게도 귀신이 붙었네요"

"뭐예요!! 안 사요 안 믿어요!"

 그를 무시하며 못 본척하고 지나쳐 가려는 나를 멀리서 쳐다보며 다시 그가 소리쳤다.

"당신에게 먹자귀신인 먹.귀.가 붙었어요. 최근에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어 먹은 적이 있나요?"

소름 돋는 그의 질문에 나는 움찔하며 지나가려던 걸음을 다시 돌려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조용히 말해요 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떡해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분명 떨어진 음식은 3초 안에 먹으면 된다고 해서 새벽에 몰래 먹었는데"

  마치 아무에게도 들키기 싫어서 자물쇠로 잠가두었던 일기장을 읽은 사람처럼 나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며 이제 살이 찌는 건 시간 문제라는 듯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표정에 더 불안해진 나는 그에게물었다.

"그럼 이걸 저에게서 떼어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굿이나 소금 같은 걸 뿌려야 하나요?"

"음…먹귀 이름이 무엇인지.. 왜 당신에게 붙었는지 알아야 해요"

"그리고 또요?"

"항상 문을 조심해요 문 안과 밖은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같은 역할을 하거든 그걸 연결하는 게 문이고…"

"문이요?  (얼굴이 창백해지며) 선생님 저 어... 어떡해요? 사실.. 저 어제.. 새벽에 문을 열었거든요. 냉장고 문을… 혼자 피자빵을 먹으려고 문을 열었었는데.. 남편한테 들켜서 피자빵을 반 나눠줬는데. 그것도 문제가 될까요? "

그는 문을 열자마자 남편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 무표정했던 얼굴에서 갑자기 눈이 튀어나올 듯 표정이 바뀌더니 나에게 다시 물었다.

"문을 열자마자 남편이 나타났다고요?"

"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

"남편 이름이.. "

"키가주니요"

그는 남편의 이름을 듣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남편 이름을 불렀다.

"키가 주니 먹자귀신이여 ~너는 왜 이 여자분 몸에 붙은 거냐? 당장 나와서 너의 이야기를 해보렴"

그 말에 맞추어 내 몸에 붙어 있던 먹기 그림자가 나에게서 빠져나와 울먹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흑..흑.. 사실 저는 자 여자분의 남편에게 어릴 때부터 붙어있던 먹귀였어요. 그분이 어렸을 때 돌잡이로 제가 깃들어 있던 숟가락을 잡았거든요. 처음에 먹성 좋은 숙주를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그가 점점 크면서 너무 먹는 거예요. 어느 순간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기 시작했죠."


다음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듯 그는 먹자귀신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때마침 이 여자분이 남편 몰래 피자빵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주었죠. 저한테 빛과 같은 불빛이었어요. 그 빛에 이끌려 거실로 잠든 남편분의 몸을 끌고 가게 되었던 거에요. 그리고 때마침 남편분이 먹다가 흘린 빵부스러기를 이분이 아깝다고 줍는 순간 저는 이분 몸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정말 어려운 확률이었는데..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 거죠. 그리고 심지어 이분 밥그릇은 저에게 딱이에요 제발 제가 이곳에 있게 해 주세요. 만약 제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간다면 배가 터져 죽을 거예요 당신들은 살인을 방관하는 거라고요! "

"이렇다는데 어떡하시겠어요?"

 억울한 듯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먹귀가 난감하다는 듯 남자는 나에게 답변을 넘겼다. 그리고 나는 이미 키가주니 먹귀의 사연을 듣고 감정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먹귀가 하는 이야기가 10년 넘게 내가 남편에게 느끼고 있던 캐캐 묵었던 감정들을 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남편의 식사량을 따라가기 위해 발버둥 쳤던가... 내가 더 먹어야 그가 덜 먹기 때문에 생겨난 식곤증도 이제 지긋지긋했다. 어쩌면 남편의 허물을 아내가 감싸야한다는 듯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팔 벌려 먹귀를 받아 들기로 했다.


“키가주니 먹귀야
다시 나에게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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