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게으름뱅이는 누워서 소설을 쓴다.
가끔 남편이 일을 나가면 그의 하루가 어떨지 상상해 본다. 연휴라서 사람이 끼여 타는 버스 안이 떠오르기도 하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남편이 주인공인 소설에 영감이 떠올라 늦게 끝나 야식을 먹고 있는 남편을 붙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자 들어봐!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도시의 길거리는 이미 잠든 듯 조용한 시간. 그곳에 심야버스만이 깜깜한 밤 빛을 내며 달리고 있었다. 심야버스 버스 기사인 키가 주니는 오늘도 자신만의 특별한 역할을 마치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정해진 정류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어때? 이렇게 시작하려고"
"또 무슨 꿍꿍이야..."
"그냥 나는 상상을 좋아하고, 너는 노래를 좋아하니까 생각을 해 본거지.. 손님에게 딱 맞는 음악을 틀어주는 키가 주니의 심야버스를.."
"음악?"
마치 자신이 소설에 주인공이 될 것 같은 뉘앙스에 관종인 남편은 흥미가 당긴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한주 동안 남편은 주인공으로 생각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니까 내 상상 속 키가 주니는 심야버스 기사로 등장해! 그리고 지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을 매일 심야 버스를 타는 거야. 지쳐있거나, 고된 사회생활에 술에 찌들어있는 모습을 매일 마주치다 보니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너는 점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버스에 타려는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져, 실수로 회식장소에 지갑을 놓고 왔다며 노숙자 차림의 허름한 사람이 무료로 태워달라고 막무가내를 타려고 하는 거야 심지어 아내가 아파서 빨리 집에는 가야 한다며 말이야
잠시 무임승차하려는 그의 진실된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미 타고 있던 손님들도 있었고 예외를 만들면 안 된다는 회사 규율에 너는 끝내 그의 눈물 어린 부탁을 거절을 하고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리지. 버스 안에 CCTV가 다 찍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하지만 마음이 계속 안 좋은 거야. 버스 회사 차고지에서 안 좋은 마음을 달래러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선배 버스기사가 와서 물어보는 거야
"무슨 일 있는겨? 주니?"
"아니.. 오늘 화곡동 술집 거리에서 만난 노숙자 차림의 남자 때문에요…"
선배 기사는 그를 안다는 듯 대답해
"아! 그 남자? 신경 쓰지 말아~매일 거기서 태워달라고 그러고 있어. 막상 타라고 하면 타지도 못하고 주저주저하더라고… 왜 그러는지 아무도 몰러 그냥 무시혀~"
“아 그래요? 진짜요?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요 “
선배의 말을 듣고 너는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계속 그 사람의 얼굴이 눈에 밟혔지. 날씨도 영하로 떨어지는데.. 계속 그러고 있으면 진짜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았지.
불안함 마음을 안고 다시 그 자리에 갔는데 아직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거야. 아까와 똑같은 말을 하면서.."아내가 아파요 제가 빨리 가봐야 해요. 제발요..."흐느끼는 남자를 보고 이번에는 키가 주니가 자신이 차비를 내겠다며 막상 버스에 타라고 했더니 그 남자는 주춤주춤 거리면서 타질 못하는 거야! 그래서 너가 그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한 마디를 해!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곳에 데려다 드릴게요 얼른 타세요."
다행히 지금은 아무도 타지 않은 심야버스여서 할 수 있었던 말이었어. 진심이기도 했고 그 남자도 너의 말에 용기를 내서 버스에 올랐어. 너가 물었지
"그래서 목적지가 어디세요?"
남자는 목적지라는 울먹이며 말을 시작해
"목적지라면…. 혹시 작년 이맘때로 다시 돌려줄 수 없나요? 드라마를 보면.. 그렇게 돌아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게 무슨..."
" 제 시간은 작년 이 맘 때의 시간에 멈춰있어요. 회식이 뭐라고 접대가 뭐라고 아프다는 아내의 부탁을 잊고, 그 중요한 시간을 놓쳐버린 그때로 말이에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요?"
두 손에 얼굴을 처박은 채 우는 남자는 그 이후로 한동안 울었어. 어쩌면 그는 버스를 타고 싶었던 게 아니고 자신이 가장 후회스러운 그 순간으로 다시 돌려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숨 죽인 채 말이야. 그 말을 조용히 들은 키가 주니는 그를 위한 노래를 틀어줘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윤하“사건의 지평선”-
"어때? 제목은 "키가 주니의 심야버스“야”
"그럼 나는 뭘 하면 되는데?"
"버스 내부 사진이랑 라디오 트는 영상을 찍어서 보내줘"
"너는 뭐 하고?"
"나는 스토리를 누워서 구상하지~"
"너에게 딱 맞는 노래가 있어 그것부터 추천하지 “ 선우정아의 뒹굴뒹굴" 들어봐 딱 너야!"
남편이 보내준 사진으로 샘플 영상을 만들어봤다.
반응이 좋다면 2편도 가즈아~
보너스)
남편이 보내준 사진 중에서 옥에 티가 발견되어 메시지를 보냈다.
“키가 주니조심해 너도 곧인거 같아 대… 머.. “
“아!! 왜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