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모든 같이!!!
게으름뱅이 인생에 가장 무서운 건 내 몸을 샅샅이 평가받는 것이다. 이 게으른 사람이 평소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는 평가지. 매일 밥 먹고 누워 있으니 역류성 식도염은 기본이요, 빠르게 섭취하는 맥주, 햄버거, 피자로 인해 견고하게 만들어져 버린 지방간은 플러스알파요, 거기다 앉아서 해야지! 만 외치기 때문에 발생한 위염까지.
이 모든 게 게을러서 벌어진 비만과 운동부족의 결과라는 사실이 적혀있는 종이를 마주할 때면 내년에는 조금 더 부지런히 살아야지 다짐을 하곤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곧 마흔, 수면 내시경의 내자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나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거워지는 몸뚱이와 며칠 전부터는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뭉친 휴지가 배를 콕콕 찔려왔다. 마침 지나가는 남편에게 내 배를 가리키며 심각하게 물어봤다.
"나 여기...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아프고 뭐가 만져지는 것 같아"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자기 배를 내밀며 말했다.
"아... 그거 내장지방이야 나도 그래"
거의 비슷한 모양의 배의 크기에 나는 "그런가?" 하며 처음에는 쉽게 돌아섰지만 빈번하게 오는 통증에 나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고, 이제는 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을 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회사에서 건강검진한 병원에 예약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몇 분 후 병원에서 예약 확정 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예약은 신청한 건 분명 한 명이었는데, 검사자는 두 명으로 되어있었다.
이게 뭐지? 예약을 잘못한 것 같다며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쓰러지면 자기가 부축해야지 않겠냐며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그놈의 목소리란..
불현듯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는 드라마가 떠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굳이 따로 손 쓰지 않아도 조만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사색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도 내시경은 처음이었기에, 어려서부터 장이 좋지 않기도 했고 요새 소화가 잘 안 된다며 역류성 식도염의 증세까지 있는 것 같다며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태연하게 건강검진 날짜가 오기를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식이조절도 나름 무던하게 넘어갔고,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마셔야 할 대장 청소용 음료도 나름 (레몬맛?) 또한 무난하게 잘 마셨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창백한 얼굴로 쉴 새 없이 떠드는 남편과 같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전날 일이 늦게 끝나는 남편 때문에 오전 8시 30분 예약을 오후 1시 30으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오후 시간 때가 한가하니 좋았어요)
드디어 검진 날짜가 되었고, 남편과 나는 비장한 눈빛으로 병원을 향했다. 내시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검진을 받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옆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두 분이 부부시지만, 남녀가 하는 검사가 달라서 따로 가실게요!"
"에~~~"
너무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끈 떨어진 풍선처럼 비틀대고 있었다. 그렇게 혈압검사, 시력검사, 몸무게, 체지방 검사 및 청력 검사를 마치고 피검사를 하기 위해 앉았는데, 간호사님이 내 팔을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혈관이 너무 약하신데..."
"아 저는 그래서 손등에서 뽑아요 여기요"
자연스럽게 손등을 내미는 나의 태연함에 당황한 간호사님은 알겠다며 손등을 두 번 찌르고 나서야 혈관을 찾았다. 잠깐 뒤에 앉아서 쉬라고 해서 앉아있는데..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저는... 피를 보면 쓰러져요. 쇼크 와서 눈을 감고 있을게요"
"아! 미리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이쪽 보시지 말고 저쪽 바라보세요"
그 사람의 저쪽에는 피보다 더 무서운 악귀 같은 마누라가 앉아있었다. 나는 내 손등을 남편에게 보여주며 조용히 말했다.
"으이고... 못 산다..."
그렇게 그는 같이 다니지 않았지만, 탈의실 비밀번호를 옷 갈아입으면서 팔뚝으로 잘못 쳐서 닫혀버려서 한 번. 피 뽑을 때 두 번. 그와 모르는 사람이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왜 나는 저 사람과 같이 왔을까? 얼굴을 숨기고 싶을 무렵 내시경센터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기억나는 건 옆으로 누웠고 마취제가 들어갔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들어왔는데, 간호사님이 놀라며 부장님이 왜 오셨냐고 물어보는 목소리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대장내시경을 위해 식단 했다고 우기는
남편을 위한 증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