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범고래는 자신만의 물보라를 만들고 있었다.

나를 꿈꾸게한 그 한마디

by 야초툰

“첫 출근을 해서 같이 일할 세일즈 부서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거야!

그때 아 이게 텃세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출근 첫날인데 용기를 내서 그들에게 말을 걸었지.

제가 과장이라는
이 무거운 직책을 맡고
처음에는 두려웠었는데 같이 일할 여러분을 보니
기쁨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비록 제가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앞으로 많이 알려주시고 혼내주세요~

라고 인사를 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 그래서 얼른 나는 내 자리를 찾아가서 앉았어.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그건 나의 똥촉이라니 생각하면서 무시했어. 그리고 다시 해맑게 웃으며 내 앞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전에 과장님이 관리하던 업체 연락처를 리스트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

그런데 그 직원이 ”아 그러실 필요 없어요 “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게 아니겠어? 아 여기 적응하기 쉽지 않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각 9시를 알리듯이 내 자리에 미친 듯이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뭐지? 뭐지? 하면서 전화를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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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전화였는데? 빚독촉이야? 뭐야?”


“내가 담당하는 업체들의 전화였어! 그들이 오히려 나에게 전화를 해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더라고 나는 당황해서 제가 오는 걸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더니 이미 내가 출근 하기 일주일 전에 내 명함이 인사부를 통해서 그 기업체들에게 다 뿌려졌다는 거야. 그것도 그들이 직접 요청해서 말이야. 그렇게 N호텔의 과장 자리는 엄청난 자리였던 거지. 기업체들이 자신의 VIP들이 투숙해야 하는 객실을 미리 예약해둬야 했는데, N호텔 특히 VIP 스위트 객실은 몇 객실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했기 때문에 기업체들이 미리 인사부에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면 명함을 먼저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두었던 거지. 그래서 그 직원 말처럼 내가 굳이 전화를 돌릴 필요가 없었던 거야. 그리고 나는 갑자기 그 전화들을 받으면서 나의 지난날들이 떠올랐어.

그때는 방 하나를 팔기 위해 종로 바닥을 땀을 흘려가면서 한 손엔 와인을 들고 다른 손엔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빵들을 잔뜩 들고서 기업체를 방문했지. 그리고 기업체 담당자 만나기 위해 1시간 기다리는 게 기본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냥 이 자리만 바꿔 앉은 것뿐인데 찾아가지 않아도 호텔 VIP 객실을 예약하겠다는 기업체들이 이미 줄을 선 거야 그것도 내가 그 자리에 앉기 전에 말이지!"


“뭐야 이열~이 언니 성공했네~”


옆에 와인 잔을 홀짝홀짝 마시던 취한 유리 선배가 일어나서 "K를 위하여!"외치기 시작했다.


“성공은 무슨!?그래도 기분이 좋더라. 새로 와서 같이 일할 부서 직원들에게는 환영을 받지 못했는데 전화로 축하를 받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어!"


“왜? 이제 객실만 딱딱 팔면 되는 거 아냐?”


“아니지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의 예약을 하는데 얼마나 신경 써야 하는 게 많겠어

오히려 객실을 파는 건 쉬웠는데 그들의 요청 사항을 들어주는 게 힘들었어. 그리고 호텔 직원들도 내가 메일로 요청 사항을 보내면 맨날 안된다는 답변뿐이었어. 너도 생각해봐 근처 호텔에서 일하던 세일즈 주임이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기 호텔 세일즈 과장으로 왔다고 기분이 어떻겠어?”


“으르르릉~~ 기분이 아주 더럽겠지 나는 미친 듯이 일해서 이제 겨우 대리인데, 저 사람은 뭔데 대리 건너뛰고 과장으로 와?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아니면 낙하산으로 의심하거나”


“맞아! 내가 예약하면서 부탁하는 것들을 다 거절하더라고 심지어 가습기 설치를 거절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손님들 쓸 것도 부족하데~ 그리고 심지어 우리 부서 직원들조차 나를 안 도와주더라고.... 총지배인한테 슬쩍 물어봤더니 원래 여기 있었던 세일즈 대리가 과장이 될 차례였는데, 총지배인이 보기엔 도저히 이 자리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진급을 보류했다는 거야. 그런데 생뚱맞게 내가 갑자기 그 자리에 굴러오니까 그들도 황당했겠지 그러다 생각하게 된 거야. 굴러온 돌을 다시 온 곳으로 굴러가게 하자!


"뭐야 새로 온 사람을 무인도로 만들어 버렸네 아무도 찾지 않는..."


"푸하하하 맞아 무인도 그 자체였어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하지만 내가 누구야!? 여행사에서 과장까지 하다가 호텔 예약실에 신입으로 와서 온갖 텃세를 다 겪으면서 힘들게 버텼던 너와 나잖아!”


“맞아! 그깟 것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지! 머! 손가락 속도가 느리다고 자를 세워서 머리를 맞은 적도 있었는데 머...”


“맞아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배우고 알아보고 관련부서에 간식도 가져가고 했지

진짜 그때 잠을 3시간 잤나? 지금 다시 만약 그 총지배인과 함께 했던 점심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 이 자리 안 받을 거야! 너도 기억해 혹시 채용공고에 계속 나왔다 사라졌다 다시 나오는 자리 있잖아! 절대 지원하지 마! 그렇게 자리에 맞는 사람이 없는 건 그 자리가 가시방석이라는 뜻이야!

아무나 앉았다가는 엉덩이에 구멍이 나는 자리지! 그래도 다행히 이 언니는 엉덩 살이 좀 남보다 두꺼운 편이잖아. 나는 그냥 꽈악 그 가시방석들을 누르고 앉아서 버티고 있었더니, 다들 나를 찾기 시작했어!

왜인지 알아? “


“왜?”


“나는 항상 호텔에 있었거든. 그래서 예약실이 급할 때 내가 예약실에서 일해보았잖아 가서 도와주고 그들의 신임을 얻고, 프런트에서 문제 생겼을 때 내가 또 손님 컴플레인 잘 해결했던 거 기억하지? 그렇게 다른 부서에 서 점점 신임을 받으니까 우리 부서 직원들도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어. 그런데 우리 부서는 딱 거기까지였어 아무래도 세일즈 부서에는 그 대리가 그만두지 않고 있는 한 나는 계속 미운 오리 새끼였지. 그래서 결심했지 여기서 딱 1년 버티고 다른 부서에 가서 내 팀을 꾸리자!”


“역시 현명해!”


“그렇게 딱 1년 버티고 이벤트 부서에 가서 부서장이 돼서 내 팀을 꾸렸어.

정말 그들은 내 드림팀이었어 딱 하면 떡 하고 알아듣는 팀! 어쩌면 이들과 일 하려고 그동안 힘들었나 싶더라고!”


“그럼 이제 잘 자겠네~ 잘됐다!”


“아니 여전히 잠을 3시간 이상 못 자...”


“왜?”


“직원들이 좋아지니까 손님들이 진상이 되더라고... 아 또 전화벨 울린다.

어제 분명 담당자님한테 오늘 쉬는 날이라고 말했는데...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아? 어!”


그 뒤로 K선배는 비록 쉬는 날이지만 호텔 주방에서 비건 음식을 만들어서 객실에 올려줘야 한다고 뛰쳐나갔다. 이래서 본인이 호텔 근처에 집을 얻었다는 말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뛰어가는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그녀니까 저렇게 할 수 있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라면 하루도 못 버티고 욕이나 침을 뱉으면서 N호텔에서 나왔을 테지만, 그녀는 자신의 왕국을 그 안에 떡하니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이 사람들과 일 하려고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말이 계속 떠올랐다. 어쩌면 나도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사람들이 거기 있기에 출근하기 즐겁고 무슨 일을 맡겨도 더 이상 신경 안 써도 되는 한 팀이라는 그 기분을 말이다.


아마 지금 이 호텔에서는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술이 잔뜩 취해 잠이 든 유리 선배 얼굴을 보고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늘 큰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이곳을 떠나 큰 바다의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헤엄칠 준비 말이다.

K 선배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었고 거친 파도를 헤엄치다 보니 자신 옆에는 어느새 자신을 믿는 동료 범고래들과 함께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물보라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물보라 이야기를 들은 내 마음에 파도가 조금씩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그 물들이 내 안에 다 차는 날

나도 큰 바다에 나가서 나만의 돌고래 떼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내 안에서 몽글몽글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그 생각에 맞혀 술 취한 유리 선배가 소리쳤다.

“못 먹어도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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